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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23 Vol.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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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잡(job)자

우리 문화에 이야기를 입히고 빛을 밝히는
전통문화 스토리텔러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은 두 가지 반가사유상을 나란히 전시해 둔 곳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고 인기 장소다. 이전에는 두 반가사유상을 번갈아 전시했으나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관람객에게 두 유물과 사유의 시간을 가지도록 새로이 구성하면서 더욱 많은 이의 발걸음이 이어지게 됐다. 이렇듯 최근에는 스토리텔링의 힘이 강조되면서 전문적으로 우리 전통문화 속 예술품, 유적지 등에도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일을 하는 전문가가 등장했다. ‘전통문화 스토리텔러’라고 불리는 이들은 어떤 일을 하고, 미래 전망은 어떤지 알아보자.

한상근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스토리의 힘

# 칠레 와인 1865 스토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와인 가운데 하나는 칠레산 1865다. 이 와인의 1865는 본래 이 와인을 생산한 회사의 설립 연도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스토리로 전달되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1865는 18홀에서 아주 좋은 점수인 65타로 친다는 스토리로 알려졌다. 이후 이 스토리는 골프 애호가 사이에 엄청난 폭발력을 불러오며 꿈의 숫자가 되었고, 이 와인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가 되었다.
# 일본의 합격 사과 스토리
일본 아오모리현에서는 1991년도에 큰 태풍으로 사과 농장의 피해가 막심했다. 수확을 앞둔 사과 가운데 90%나 피해를 입어 농가에 특히 엄청난 재난이었다. 이때 새로운 스토리가 탄생했다. 태풍 속에서도 살아남은 나머지 사과를 ‘합격 사과’라고 부르고 일반 사과보다 2~3배 높은 가격으로 판매했다. 이 사과를 먹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대입 수험생 사이에 큰 인기를 얻었고, 아오모리현 사과 농가들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유명한 사례다.

상품·공간·문화의 가치를 되살리는 스토리텔링

소설가나 시인, 만화가 등은 대표적인 스토리텔러다. 최근에는 이들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방식으로 활동하는 스토리텔러가 등장했다.
상품에 대한 스토리를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구성해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상품 스토리텔러다.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상품을 알리고 판매하는 데 상품 스토리텔러의 역할은 중요하다.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단순히 차나 음식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에 스토리를 입혀 그곳의 가치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공간 스토리텔러라고 한다. 서울 성수동에는 ‘카페 할아버지 공장’이 있다. 이 카페는 과거 공장 지대를 새롭게 꾸미고 스토리를 입혀 ‘스토리가 있는 카페’로 만든 사례다.
카페 할아버지 공장[사진출처 : 월간 식당]
스토리텔링 기법을 우리 전통문화에 입히는 사람도 등장했는데, 이들이 바로 전통문화 스토리텔러다. 전통문화 스토리텔러는 우리나라의 전통 가옥, 고서나 고화, 전통주, 전통공예품, 우리 역사나 마을, 다양한 무형문화재 등 우리 문화를 알리고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다.

전통문화에 애정은 기본, 창의력과 필력이 있다면 유리

전통문화 스토리텔러가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 전통의 유형 및 무형 문화 가운데 사람들에게 전달할 문화를 선별한다.
둘째,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관련한 스토리를 발굴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셋째, 전통문화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이야기와 연결한다.
넷째, 발굴한 스토리를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사람들에게 표현 하고 전달해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한 공감을 끌어낸다.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스토리텔링 전문 업체가 창립되었고, 게임 회사도 스토리텔러를 별도로 두고 있다. 전통문화 스토리텔러는 기관이나 회사에 소속된 경우도 있지만 대개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전통문화를 알리는 해설사로 활동하기도 하고, 글이나 강연을 하기도 한다.
전통문화 스토리텔러가 되려는 사람은 전통문화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한다. 스토리를 구성하려는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통해 적절한 소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전통문화에 대한 스토리 구성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어야 사실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와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전통문화 소재를 발굴해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려면 어떤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할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보다 매력적이고 전달력이 있는 스토리텔링을 구성하는 것은 중요한 능력이 된다.
전통문화 스토리텔러가 되는 데 특정 분야를 전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학, 국문학, 문예창작학, 스토리텔링학 등을 전공하면 유리하다.

우리 전통의 세계적인 성장을 견인할 스토리텔러

가요, 드라마 등 우리나라 문화가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들도 주목받기 시작했고 막걸리와 같은 우리 전통 술은 MZ 세대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스토리텔링 기법은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확산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최근 스토리텔링은 영화, 광고, 애니메이션, 게임 등 전 분야에서 연구, 활용되고 있다. 또 그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앞으로도 스토리텔링 기법은 더욱 활발하게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 문화를 알리는 전통문화 스토리텔러의 역량도 향상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런 만큼 우리 전통문화를 살리고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전통문화 스토리텔러의 역할이 더욱 기대된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