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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23 Vol.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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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상담소

실패를 예측하는 심리에서 시작되는 무기력
새 학기, 우리 아이 마음에 건강한 희망 심기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매사에 의혹이 없는 아이를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혹시나 학교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별다른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무기력한 아이의 모습에 부모는 속이 상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실망감과 조급함, 그리고 어떻게든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섣불리 아이를 다그친다면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혹시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무기력한 아이의 마음과 걱정 많은 부모의 마음속을 모두 들여다 보고 개선할 방법은 없는지 알아봅니다.

박재원 부모 교육 전문가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낮은 학업 효능감

무기력은 일반적으로 반복된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되고, 두려움은 부정적인 생각을 만들게 됩니다. 즉, 못할 것 같은 생각에 하지 않게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 인해 스스로에게 실망감과 좌절감을 가져옵니다. 이렇게 원인과 결과가 악순환이 되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자신도 엄두가 나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열정과 동기는 왜 사라졌을까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기의 성공과 실패는 주로 학업과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과도한 입시 경쟁 때문에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비롯해 성적에 대한 압박, 진학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 것이 사실입니다. 해야 할 숙제들은 매일 쌓이는데, 성적은 늘지 않고 부모님은 늘 더 많은 공부를 요구합니다. 스스로 성적 욕심이 있는 아이들에게 이런 환경은 큰 스트레스입니다. 공부에 대한 상처와 낮은 성취감이 무기력에 이어 트라우마로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예고된 실패에 주눅이 든 아이의 마음

누구나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나 슬럼프를 경험하며,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좌절감이나 슬럼프로 인해 ‘학습된 무기력’으로 넘어가면 스스로 무기력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 역시 한 번 이상 무기력을 학습하고 나면 그다음에 변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우울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를 상상하면서 행복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당연히 어려운 일입니다. 현재의 감정이 미래에 대한 상상을 지배해 내일은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이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학부모의 과잉 열망에 압박을 받은 아이들은 제대로 시도도 하기 전에 실패를 예측하고 ‘어차피 난 안돼...’라는 좌절감과 무기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기력에서 벗어나라고’, ‘더는 그런 꼴 볼 수 없다’라고 아이에게 결심과 결단을 촉구한들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악화될 따름입니다.

위로가 아닌 채찍질에 더 좌절하는 아이들

한 여학생에게 받은 편지입니다.

얼마 전 시험을 망쳐서 엄마에게 꾸중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엄마가 ‘괜찮아, 다음에 잘 보면 되지’라는
말을 해주시겠지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꾸짖음을 듣고 나니 다 나 잘되라고 그러는데 왜 그렇게 서러웠는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부모가 이왕이면 아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면 좋으련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결국 무기력을 느끼게 하는 이유는 뭘까요? 부모를 탓하기보다는 ‘학부모 문화’라는 사회적 요인을 지목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관련 연구(‘학부모 문화 연구’, 2007)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사교육 지향성’, ‘엄마 주도성’, ‘성적 지향성’, ‘정보의존성’ 문화를 충실히 따른다고 합니다. 이런 지배적인 학부모 문화가 부모들의 마음에 스며들면 아이의 무기력은 부모를 무능하거나 실패한 사람으로 만드는 원인으로 둔갑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모든 성취의 시작이 자발적인 동기 부여인 것을 생각하면 부모는 좀 더 현명해져야 합니다. 무기력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태도 지적이 아닌, 부모만이 할 수 있는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무기력의 터널을 지나야 비로소 자신의 힘으로 욕구를 회복하고 공부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행복이라는 불씨를 되살리기

우선 무기력을 바라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합니다. 무기력을 겪는 아이에게는 화를 내기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아이의 관심사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 살아 있는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보고 싶은 걸 찾을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부정적인 예측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감정에 변화가 나타나도록 도와야 합니다. 의사결정을 할 때에도 우선적으로자녀의 의견을 물어보고, 자녀가 원하는 방향이나 하고 싶은 행동을 하도록 격려하고 믿어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무기력은 스스로 ‘할 수 있구나’라는 성공 경험이 쌓이게 될때 비로소 벗어날 수 있습니다.
우선 자녀의 마음을 지지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것을 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으며, 실패한 것에 대해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가족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 진심 어린 격려와 자녀의 마음을 공감하는 태도가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의욕이 없는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감입니다. 자신감을 회복해야 어떤 일이라도 시작할 마음을 갖고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한 무기력감을 나타낸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