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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맛과 멋을 소개하는 코너

우리땅 구석구석

고즈넉한 아름다움 속에서
느리게 걸으며 가을 힐링 여행
경북 영주
차별의 벽 허무는 반편견 교육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홍보이사이자 네이버 대표 카페 ‘나홀로 여행가기 나만의 추억만들기’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볼 만한 곳 선정위원회’ 선정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으며 「셀프트래블 타이완」, 「대한민국 드라이브 가이드」, 「나홀로여행 컨설팅북」, 「주말에 어디가?」 등을 집필했다.

글 이주영 여행작가

백두대간의 허리에 속하는 소백산 자락에 단풍 잔치가 펼쳐지고 절집에 가을색이 완연해지는 계절, 선비의 고장이라 불리는 경북 영주의 가을마저도 짙고 단아하다. 소수서원과 무섬마을을 오가며 역사와 문화의 자취를 더듬고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치유하는 다스림의 여행을 떠나보자.

고즈넉한 아름다움,
부석사

영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부석사’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국보 18호 무량수전으로 유명하다. 부석사는 늘 아름답지만 그중 으뜸은 가을이다. 부석사 입구 일주문에서 천왕문 사이 500m 쯤, 양쪽 오르막에 가을에 빛을 발하는 은행나무 길이 방문자들을 반긴다. 마치 황금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은 환상적인 샛노란 은행나무 길은 유홍준 선생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조선 땅 최고의 명상로’ 가운데 하나로 칭송한 곳이기도 하다. 봉황산 중턱에 자리해 굽이치는 소백산맥을 바라보는 빼어난 풍광과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는 부석사는 좁고 가파른 산 중턱에 있지만 짜임새 있게 배치된 건물들은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을 준다. 조용히 들어앉은 그윽한 모습은 평화로움 그 자체다. 회전문, 범종루, 안양루를 지날수록 산세와 절집이 어우러진 풍광은 그야말로 점입가경. 계단을 올라 안양루 밑을 지나면 부석사의 중심 건물인 무량수전이 그 자태를 드러낸다. 안양문의 ‘안양(安養)’은 ‘극락(極樂)’을 의미하니 무량수전이 있는 곳은 극락세계, 천상의 풍광인 셈이다. 무량수전 앞에 서서 소백산 자락을 바라보노라면 그 아름다움을 고(故) 최순우 선생이 저서 「무량수 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라고 말한 것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세계문화유산 한국의서원,
소수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아홉 곳 가운데 하나인 소수서원은 1542년 풍기 군수 주세붕이 이 지역 출신 유학자 회헌 안향(1243∼1306) 선생을 기리고자 세운 백운동 서원이 그 시초다. 이후 풍기 군수로 부임한 퇴계 이황(1501∼1570)이 ‘소수서원’이란 사액을 받았다. ‘소수(紹修)’는 ‘학문을 이어 닦게 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1888년까지 4,000여명의 유생을 배출하며 명실상부 조선 최고의 사립 교육기관으로서 선비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영주의 자부심이 되었다. 키 큰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지나 수령 500여 년 된 은행나무가 자라는 입구를 지나면 유생들이 학문을 배우던 강학당을 시작으로 원생들이 거처하며 공부에 열중하던 지락재와 학구재 등을 볼 수 있다. 지금도 유학을 공부하는 어르신들이 「중용」, 「대학」 등 글 읽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온다. 서원내 소수박물관에는 퇴계 이황이 1568년 당시 17세이던 선조에게 올렸다는 병풍 ‘성학십도’와 목판이 있고 명륜당 내부에는 명종의 친필인 ‘소수서원’이라는 명종의 친필 편액이 걸려 있다.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의 풍경
소수서원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마을,
무섬마을

육지 속 섬마을, 내성천과 그 위에 놓인 외나무다리가 그윽한 풍경을 그려내는 마을이다. 지금은 콘크리트 다리가 놓였지만 30년 전만 해도 외나무다리는 이 마을의 유일한 소통 길이었다. 외나무다리는 폭이 30cm 가량으로 마치 평균대 위를 걷는 느낌이다. 다행히 물은 깊지 않지만 제법 빠르게 흐르는 물살에 긴장감이 돈다. 다리 중간중간에는 오가는 사람이 비켜설 수 있도록 짧은 외나무다리가 하나 더 놓여 있다. 내성천의 폭은 200m가 넘지만, 실제 물이 흐르는 폭은 그리 넓지 않고 대부분 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면 초가와 한옥 고택이 즐비하다. 마을에는 전통 한옥 30여 채가 남아 있는데, 대부분 조선 후기 사대부 가옥이다. 이 마을은 반남(潘南) 박씨와 선성(宣城) 김씨 집성촌으로 경북 지역의 전형적인 양반집 구조인 ‘ㅁ’자형 가옥이 많다. 마을의 대부분 고택에서 숙박 체험이 가능하다.

괭이갈매기 날개 조형물이 설치된 전망대와 노을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

소백산 자락에 자리한 국립산림치유원은 자연 속 휴식 공간으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곳이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며 숙박시설은 물론 건강증진센터와 수련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기본적인 건강 상태 측정과 전문가 상담 후 맞춤형 산림 치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압과 수류를 활용한 수치유센터, 단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련센터, 숲속을 걸으며 심신 안정 효과를 누리는 산림치유문화센터 등으로 구성된다. 백두대간이라는 천혜의 산림자원을 활용한 명상 및 건강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숲 해먹 명상, 밸런스 테라피로 치유 숲길을 걷고, 다양한 운동으로 피로를 풀며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마실치유숲길(5.9km) 구간 중 덱 로드(2.3km) 구간을 추천한다. 이곳의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리 별도의 예약 없이 걸을 수 있다. 걷기 난도는 ‘하’이지만 경관은 ‘최상’, 쉬엄쉬엄 걸어도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울창한 숲과 소백산의 풍광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1960년 분석학교실에서 수업 중인 학생들국립산림치유원
1980년 관악캠퍼스의 약학대학(21동)의 모습국립산림치유원 명상센터
영주의 맛,
메밀묵·한우·인삼

영주의 메밀묵밥은 향토식으로 유명하다. 육수에 만 메밀묵과 노란 조밥이 함께 나온다. 어른 손가락만 한 묵 가락을 육수에 담아 주는데 조밥을 넣어 훌훌 말아 먹는다. 국물은 따뜻하고 묵은 부드러워 목으로 잘 넘어간다. 여기에 순흥선비주(막걸리) 한잔을 곁들이면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영주한우는 일상에 지친 기력을 회복하는 음식으로 손색없다. 영주한우는 혈통과 사료를 철저히 관리해 최소 30개월 이상 키운 소를 선별해 생산하는 영주축협 브랜드다. 불판에서 자르르 익은 갈빗살과 등심의 맛은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영주에서는 매년 풍기인삼의 뛰어난 효능을 알리기 위한 ‘영주풍기인삼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10월 7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된다. 축제를 찾으면 다양한 체험과 함께 질 좋은 풍기인삼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케이 로고 이미지

1960년 분석학교실에서 수업 중인 학생들영주먹거리 풍기인삼
1980년 관악캠퍼스의 약학대학(21동)의 모습영주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