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라희 l 사진 김성진
글 정라희 l 사진 김성진
자리마다 고사리손으로 또박또박 쓴 다짐들이 눈에 띈다. ‘전기 아껴 쓰기’, ‘휴지 조금만 쓰기’ 같은 일상에서
소소하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사랑 약속’들이다. 전자옥 교사 역시 아이들 앞에서 “출근할 때 대중교통을
100일 이상 이용하겠다”라고 공언했다.
다짐은 글로만 그치지 않는다. 매달 진행하는 ‘전기 절약 프로젝트 - 우리 집 절전소’는 실천의 결과를 구체적
수치로 확인하는 활동이다. 고지서에 나온 지난해와 올해 전기 사용량을 비교해 가장 많이 절약한 학생에게
‘전기절약왕’의 칭찬이 돌아간다. 우유 팩을 일정량 이상 모아 휴지로 바꾸는 활동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성취감과 함께 재미도 느낀다.
“지난해와 올해 전기 사용량을 비교해 보니 100kWh 이상 줄인 가정이 많더라고요. 또 재활용한 우유 팩을 휴지로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준 덕분인지 참여도가 높습니다. 가정에서도 동참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자옥 교사가 환경교육에 관심을 둔 계기는 대학교 4학년 때 수강한 환경교육 과목이 결정적이었다. 수업을
들으며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크게 다가왔고, 환경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후 환경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성을 키우는 동시에 유익하고 재미있는 환경교육을 실행에 옮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고민했다.
“간단한 이론을 바탕으로 놀이와 활동, 체험을 환경교육에 접목하는 방법을 계속해서 생각했어요. 교육과정을
살피며 환경교육과 관련한 내용이 있으면 재구성해서 만들기 활동이나 놀이, 캠페인 등으로 수업에 활용했습니다.”
교과서 내용을 조금만 살펴보면 환경교육과 접목할 아이디어는 넘쳐난다. 2019년에는 4학년 국어
7단원에 나오는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와 사회 2단원의 ‘경제활동, 현명한 선택’을
연결해 ‘투발루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환경 사랑을 실천하여 자금을 마련하고, 기부하는 활동을 진행했어요. 예를 들어 분리배출을
하면 100원, 신발장을 정리하면 100원 등 가족회의를 거쳐 금액을 정하고 일주일간 활동하며 용돈을
모읍니다. 또 아나바다 시장을 열어 얻은 수익금을 보태 환경단체에 기부했어요. 이후 거의 매년 이 활동을
하는데, 학부모님들도 ‘아이의 생활 습관이 달라졌다’며 좋아하세요.”
지금까지 그가 발굴하고 발전시켜 온 환경교육은 이론으로 가득한 딱딱한 공부가 아니라 친구들은 물론
가족과도 함께하는 ‘경험’이자 ‘놀이’다. 여기에는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와닿지 않고
기억에도 남지 않는다’는 전 교사의 교육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2018년부터는 ‘환경교육: 왕비마마의 친환경교실’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운영하며
환경교육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업로드 된 100여 개의 자료에는 환경교육에 매진해 온 그의 23년의
열정과 노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앞으로도 아는 것을 열심히 나누고 봉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는 제가 가르쳤던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환경 NGO와 협업해
우리 학교에 ‘환경교육’ 특별 수업을 하러 옵니다. 덕분에 더 특별한 해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는 그만의 환경교육 노하우로 ‘3감(感)’을 꼽았다. 환경교육을 통해 재미를 느끼며 ‘감탄(感歎)’하고,
깨달음을 얻어 ‘감동(感動)’하며, 이를 실천하면서 지구에 ‘감사(感謝)’하는 것이다. ‘감탄, 감동, 감사’의
마음은 일상에서도 이어진다. 덕분에 전자옥 교사와 함께하는 학교생활은 넘치는 즐거움과
배울 거리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