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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장바구니 물가, ‘스크루플레이션 리스크’

뛰는 장바구니 물가, ‘스크루플레이션 리스크’ 코로나19 사태로 ‘웨비나(web과 seminar의 합성어로, 온라인상에서 세미나를 하는 것)’로 진행되던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는 2022년 한국 경제에 대해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을 최대 화두로 던졌다. 스크루플레이션이란 쥐어짠다는 의미의 ‘스크루(screw)’와 물가가 오르는 것을 말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스크루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과 구별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거시경제 차원에서 경기가 침체하면서 지표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지만, 스크루플레이션은 미시적인 가계경제 차원에서 쥐어짜야 할 만큼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체감 물가, 즉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전자가 나타나면 후자보다 더 힘겨운 상황을 맞는다. 주목해야 할 것은 상당수 경제 예측 기관이 신정부가 출범하는 2022년에 한국 경제가 스크루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1년 3분기 기준부터 가계부채 규모는 1,800조 원을 넘어 빚 부담이 급증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될 정도로 성장 기반은 약화하는 추세다. 우리 국민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뛰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높은 물가 상승률이 예상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서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해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여러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KBS,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의 뉴스, 대담, 토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로 이코노미」라는 책을 발간했다.

힘겨운 살림살이를 우려하는 경제 용어 ‘스크루플레이션’

스크루플레이션이라는 용어는 2011년 미국 헤지펀드 업체 시브리즈파트너스의 더글러스 카스 대표가 미국 경제 상황을 표현하면서 처음 사용되었다. 실질임금이 감소하면서 쥐어짜듯이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는 스크루 상황과 물가가 오르면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미국 경제가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음을 표현하면서 쓴 말이다. 이 용어를 처음 소개한 더글러스 카스가 주목한 부분은 중산층의 가처분소득 감소였다. 미국 역사상 두터운 중산층의 소득 및 소비 증가는 미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소비가 늘어 기업의 매출이 늘면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일자리와 임금이 늘어난 가계가 소비를 다시 늘림으로써 경제가 전체적으로 성장하는선순환이 달성된다. 카스가 우려한 것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 소비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 카스는 중산층 가처분 소득 감소의 요인으로 실질임금 감소, 물가 상승과 함께 주택 가격 하락, 주가 정체, 임시직 증가 등을 들었다.

서민의 체감경기와 밀접한 ‘경제 고통지수’

스크루플레이션은 체감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 같은 거시경제 지표가 개선되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미시적으로 개별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세금, 대출금 이자 등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부분을 제하고 남는 소득인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면, 그리고 공교롭게 이런 상황에서 전반적인 물가까지 올라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늘어난다면 아무리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가계가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스크루플레이션이 초래하는 경제적 고통의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가 ‘경제 고통지수’다. ‘실업률+물가상승률-낮은 경제성장률’로 측정되는 경제고통지수는 스크루플레이션 상황이 심화할수록 높아진다. 실업률이 높아져 일자리를 잃음으로써 소득이 줄어드는 가계가 많아질수록, 물가가 올라 가계의 지출이 늘어날수록, 경제성장률이 낮아져 경기가 악화할수록 경제 고통지수는 커지기 때문이다.

스크루플레이션을 경계해야 하는 한국 경제

향후 예상되는 한국 경제의 상황은 스크루플레이션을 우려하게 한다. 경제 성장세는 낮아지지만 물가 상승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고, 급증한 가계부채 부담 속에 금리는 상승해 가계가 지불해야 하는 이자 부담은 늘어 가처분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1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4%에 근접한 것으로 보이지만, 2022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3%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전반적인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내구재 소비 급증으로 호조세를 나타내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전망이다. 2021년 20%대에 달하던 수출 증가율은 2022년 한 자릿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가 살아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 이후의 소비 패턴 변화로 인해 소비 회복세가 경제성장을 견인할 정도로 강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특수 및 생산 병목 현상을 겪으며 급증했던 기업 투자가 급격히 둔화하면서 전년 대비 투자는 거의 늘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에 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쉽사리 낮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2021년 4분기 3%를 크게 상회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상반기 중에도 한국은행의 관리 목표 수준인 2%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제 원유 가격에 영향을 받는 휘발유 등 에너지류 가격, 농수산물 및 외식비 등 먹거리 가격이 높은 상승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이 공식적인 지표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상황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가격, 먹거리 가격 등 가계가 반드시 지출해야 하고 자주 지출하게 되는 품목의 가격이 오를수록 가계는 물가가 더욱 크게 올랐다고 체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이율 상승 등 실물경제 위기에 대비해야

가계부채는 크게 늘었다. 비록 강화된 대출 규제 속에 월별 증가액이 9월 6.4조 원, 10월 5.2조 원, 11월 3조 원으로 감소 중이지만 은행 가계대출은 2021년 11월 말 기준 1,061조 원으로 전년대비 72조 원이나 증가했다. 은행권뿐 아니라 비은행권까지 포함한 가계에 대한 신용공여액인 가계신용액은 2021년 3분기 말 기준 1,845조 원 규모까지 늘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했다고 하더라도 부채 규모 자체가 많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두 차례 정도, 각각 0.25%P씩 인상되어 1.5%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통화 긴축 전환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2022년 3월에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6월경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12월 미 연준 FOMC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올해 0.25%P씩 세 차례, 0.75%P 정도의 금리 인상이 적정하다는 것이 미 연준 이사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앞선 미국의 통화 긴축 전환 당시 테이퍼링 개시 이후 금리 인상 개시까지 약 2년이 소요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미국의 통화 긴축 전환 속도는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다. 한국의 스크루플레이션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에 대비할 때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