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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23 Vol.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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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상담소

아이도 부모도 어려운 건 매한가지
관계에 능동적인 우리 아이 만들기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인기를 끈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작게는 사소한 다툼부터 크게는 학교 폭력까지 학교생활 중 아이들이 겪는 친구와의 갈등 상황은 언제 어디서나 겪을 수 있는 아주 흔한 일이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교우 관계는 학업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부모세대에 비해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익힐 기회가 적어 능동적으로 갈등을 이겨낼 대처 능력이 부족한 것도 이를 더 크게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부모가 나서서 해결해 주기도 어려운 정답 없는 문제, 친구와의 갈등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박재원 부모 교육 전문가

‘응답하라’는 이제 없다

친구 문제로 골몰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사태의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섣불리 개입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따름이다.
우선 요즘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사정부터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 세대에게는 너무도 당연했던 동네 친구가 대부분 사라졌다. 일부 학원에서 만나는 관계로 대체되기도 하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오는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던 시절에 비할 수 없다. 사촌 형제는 물론 친인척과도 자주 만나지 않는다. 외동인 경우라면 형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조차 해볼 기회가 없다.
사회성을 연습할 기회, 그러니까 만나는 사람의 수, 관계의 질적 측면, 지속 시간 등에서 기회 자체가 크게 위축되었다. 굳이 감정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을 통해 관계와 소통의 욕구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다양성이 살아 있는 공동체로는 학교가 유력한데,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부모 세대가 경험한 것과 요즘 아이들이 체감하는 경쟁의 강도는 큰 차이가있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성 발달이 부진한데 평생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아닌 경쟁자들이 모인 교실이 된 것이다.

성장욕구 충족을 통한 문제 해결 접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매슬로(Abraham.H.Maslow)의 욕구단계 이론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욕구단계 이론에서 말하길 아이들은 생존에 필요한 생리적 욕구, 안전하고 싶은 욕구, 사랑받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 그리고 존중받고 싶은 욕구 등이 포함된 ‘결핍욕구’가 먼저 채워져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성장욕구’인 자아실현욕구가 발동, 공부에 몰입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진다. 흔하게는 부모의 사랑을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때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결국 일상생활에서 결핍욕구가 순조롭게 충족되어야 성장욕구가 힘을 얻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마음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가족 관계, 친구 관계가 좋아야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친구 관계가 공부에 방해가 되는 사정을 알게 된다. 친구 문제가 잘 풀리지 않아 공부 의욕을 잃게 된다고 봐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부모가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드러난다.
친구 관계를 단순히 아이의 공부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본다면 차단과 통제 중심으로 접근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사회성 발달이 부진한 상태에서 경쟁적인 학교 분위기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사정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친구 관계를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충조평판’으로 해결되는 것은 없다

우선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 끼리끼리 모여 집단행동을 하면서 영역 싸움을 하고, 잘난 체와 멋 부리기에 열중하며 속임수까지 동원하는, 어른이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모습들이 지극히 정상적인 발달 행동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꼰대’스러운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은 절대 삼가야 한다. 섣부른 충고는 거부감을 유발하고, 조언은 정반대로 작용한다. 평가는 자존심을 건드리고, 일방적 판단은 귀를 닫게 한다.
‘충조평판’은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친구 관계에 가족 문제까지 가세하는 형국으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면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옳은가?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기법을 소개하자면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감정 카드(무드 미터)’를 활용해 아이가 자기감정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는 단어를 고르게 한다. 그리고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진지하게 질문한다. 아이 자신도 모르게 일어난 감정에 따른 행동에 부모가 반응하면 갈등을 겪지만, 어떤 감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 깊은 공감이 이루어지고 서로 깊이 연결된다. 특히 최근 들어서 MZ세대 사이에서 SNS를 통한 보여주기식 문화가 성행하면서 경제적, 정서적 양육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아이들은 유행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SNS 활동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아이들이 이른 시기부터 타인의 인정과 시선에 현혹되면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인과 신뢰 있는 관계 맺음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우선, 부모는 가정에서 먼저 자녀의 단점과 문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나누고 이를 인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공부 이외 활동도 반드시 필요

공부에 우선순위를 두는 부모들이 놓치는 사회성 발달의 풍부한 기회는 동호회(동아리) 활동이다. 혼자서는 얻기 어려운 만족감을 함께 활동하면서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회성 발달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요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MBTI가 유행인데,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비슷 한 점이 있어 친해졌지만 다른 점을 보고 멀어지지 않으려면 꼭 필요하다. 조금 더 나아가 성격유형을 9가지로 나눠 각 유 형들의 특징을 분석하는 에니어그램 검사를 적극 추천한다.
아이를 낳은 어른은 나이를 먹어도 잘 달라지지 않지만 성장 과정 중인 아이들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계속 변화한다. 부모 역할, 아이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에게 흔히 듣는 말이다. “아이가 예전에는 안 그랬 다니까요!” 부모의 주도권이 유효했던, 그리고 아이가 순종적이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아이의 친구 관계가 고민이라면 먼저 자신과 아이 관계부터 점검할 필요가있다. 단순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묻는다. ‘지금 내 아이는 어느 쪽일까?’

- 나쁜 친구가 유혹해도 평소 자신을 굳게 믿고 존중하던 부모 얼굴이 떠올라 뿌리친다.

- 평소 부모의 ‘충조평판’ 스트레스가 심해져 나쁜 친구라도 만나 위로받고 싶다.

친구 관계와 가족 관계는 서로 맞물려 있다. 매일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느낌으로 섭취해야 하는 ‘3대 마음 영양소’와도 같은 소속감, 자율감, 유능감에 굶주린 아이들이 늘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