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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23 Vol.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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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상담소

수능 성적에 상처받은 부모와 자녀의 무거운 갈등
자녀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대화'가 우선

수능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기대 이하의 점수에 부모의 마음은 무너집니다. 그간 쏟아부은 돈과 정성 그리고 마음고생이 모두 헛수고가 된 것 같습니다. 실망감에 부모는 할 말을 잃고 자녀는 ‘대역죄인’ 이 됩니다. 진학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고 재수를 준비하자니 그동안의 자녀와 씨름하며 힘겨웠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자녀에게 모진 말을 던지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대학 입학 시즌을 앞두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부모와 자녀와의 갈등의 해법은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까요? 학업·진학·성적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자녀가 진정 원하는 삶의 방향은 무엇인지,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그것들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은 없는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우선되어야 하죠. 부모의 욕심으로 엉뚱하게 시간 낭비를 했던 것은 아닌지 냉철한 평가와 판단이 필요한 것도 바로 지금입니다.

박재원 부모 교육 전문가

진학 실패 후 더 큰 혼란을 겪는 것은 자녀 자신

이맘때쯤이면 재수학원에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부모에게 이끌려 학원 상담실에 앉아 있는 예비 재수생들을 만나게됩니다. 아이 표정은 잔뜩 주눅이 들어있고 엄마는 분을 삭이고 있습니다.
엄마 목소리에는 화가 묻어있고 아이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습니다. 나중에 아이와 단둘이 충고나 조언이 아닌 자연스러운 대화를 시도한 끝에 듣게 되는 이야기는 아이를 이해하는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원래 역사 공부가 재미있었는데 하기 싫은 수학 공부만 시켜서 대충 하는 시늉만 했어요.”, “처음에는 대들기도 하고 학원 땡땡이도 치고 했지만, 점점 저만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대화하다 보면 한 명, 한 명 충분히 납득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때로는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한 것처럼 분노하며 부모의 마음을 뒤집기도 하지만 사실은 이런 행동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떨치기 위한 자구책 중 하나입니다. 상담 끝에는 “저도 성적 잘 받아 부모님에게 칭찬받고 싶어요”,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성공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근데 그게 안 돼서 속상해요.”
사실 자녀는 현재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를 경험하고 있고 부모가 느끼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혼란과 고통을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약점을 해결하기보다 강점을 살리려는 노력이 우선

자기 능력 부족으로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부모의 우려 섞인 생각으로 무리해서라도 사교육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학부모들의 마음입니다. 경제력과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사교육을 시켰지만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면 혹시 아이의 강점을 살리기보다는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영역의 공부를 다 잘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모의 욕심일 수 있죠. 아이가 조금이라도 잘하는 영역이 있다면 칭찬해주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만으로도 자녀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노력하지 않는 아이가 아니라 시험 공부와 성적 경쟁에 조금 불리한 아이일 수 있다고 한발 물러나 생각한다면 자녀의 미래를 위한 좀 더 다양한 해법들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입시 성공보다 중요한 자녀 마음에 힘을 주기

성적이나 불성실하고 엇나가는 모습에만 주목했다면 앞으로는 그 이면에 숨어있는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를 입시 전쟁에서 승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에만 집중하다 보면 아이의 진심을 살필 겨를이 없습니다. 승자가 되지 못한 자녀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기보다 새롭게 도전하는 힘을 키워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엄마와 아빠가 항상 아이를 응원하고 있고 가족 모두가 한팀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언행이나 성적 같은 결과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껴 그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부모 역할은 순풍을 만날 겁니다. 좋은 부모도, 나쁜 부모도 없습니다. 자녀가 바르게 성장하길 소망하는 부모가 있을 뿐입니다.
실행이 어렵다면 자녀와의 대화에서 질문을 조금 바꾸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 기분을 알려줄 수 있을까?”, “왜 그랬는지 이유를 말해주면 좋을 것 같아!” 등의 질문으로 자녀의 마음을 여는 첫걸음을 시작해보길 바랍니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