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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너머 꿈

과학의 으로, 지혜의 으로

교육부 학교정책과 이승택 교육연구사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한 글자’를 가슴에 품고 산다.
어떤 이는 ‘돈’이나 ‘일’을, 누군가는 ‘벗’이나 ‘꿈’을 인생의 과제로 안고 지낸다.
지난 2월까지 과학 교사로 근무한 이승택 교육연구사에게 그 한 글자는 다름 아닌 ‘왜?’다.
과학 교사로서 학생들의 ‘왜’라는 호기심을 소중히 지켜주고자 그는 마음 맞는 교사들과 학습공동체를 꾸렸다.
탐구하는 과학 교사로서, 행정가로서 과학자 양성을 꿈꾸는 그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본다.

박미경 / 사진 이용기

생각할 거리를 찾는 교사학습공동체 ‘꺼리’

바쁜 나날을 보내는데도 기운이 넘친다. 교사에서 행정가로 보직을 바꾸느라 만만찮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이승택 교육연구사의 과학을 향한 애정과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뜨거워진다. 학교라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지금, 그는 ‘실천공동체’ 일원으로 함께 활동해온 과학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교사 12명이 함께 모인 실천공동체는 과학 안에서 생각할 거리, 나눌 거리, 도전할 거리를 찾아내 함께 토론하고 과정을 탐구한다. 무언가 재미있게 연구할 ‘거리’들을 찾아보자고 의기투합한 공동체인 만큼 이름도 ‘꺼리’라고 지었다. 모임을 이끄는 리더로서 그리고 신참 행정가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 연구사에게 모임에 대한 소개를 들어보았다.
“충남 지역 초·중·고 과학 교사를 모아 2017년부터 활동해왔어요.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과학 놀이를 꾸준히 찾고, 탐구할 가치가 있는 것에 관한 대화를 수시로 나눠요. 대중이 과학이라는 학문에 좀 더 쉽게 다가가도록 여러 책을 같이 집필하고 있어요.”
공동체의 방향을 잡고 비전을 제시하느라 처음 3년간은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함께 쓰는 책들이, 같이 꾸는 꿈들이 서로를 더 좋은 교사로 만들어온 까닭이다.
교사학습공동체 ‘꺼리’는 현재 12명이 활동 중이다. 지난 1월에는 「누구나 탐구 : 날리기 과학」을 출간했다. 「누구나 탐구: 악기 만들기」가 곧 발간될 예정이고, 대중의 환경 인식을 일깨우는 에세이도 올 상반기에 출판을 앞두고 있다.
“우리 교육은 지식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꾸준히 바뀌어왔어요. 하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많아지면서 다시 지식 중심 교육으로 후퇴 중입니다. 실천 과학교육을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에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가정에서 온 가족이 놀이처럼 할 수 있는 실험을 발굴하는 거였어요. 그 결과물을 「누구나 탐구」 시리즈에 담았습니다.”
과학 실험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 제작 활동 모습

더 큰 세상으로 가는 ‘과학적 사고’의 힘

그는 과학을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학문’이라 표현한다. ‘왜’라는 질문을 품고 천천히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과학이라는 것이다. 과학 지식 자체를 습득하기보다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그에겐 더 중요하다. 다양한 증거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이 틀리면 언제든 수정해나가는 궁리 체계. 더 많은 사람이 ‘과학적 사고’를 갖출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연구하고 더 활발히 소통해나갈 생각이다.
“통계를 기반으로 설명하는 모든 학문이 과학이에요. 사실과 생각은 달라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한 것인지, 자신이 생각해서 바라본 건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해요. 그렇게 사고하는 것이 몸에 배면 가짜 뉴스 같은 것에 더는 휘둘리지 않게 되죠.”
메타버스나 블록체인 같은 신기술이 넘쳐나고 인간의 활동 범위가 ‘우주’로 확장되는 이 시대에 과학적 이론을 갖추었다는 것은 차별화된 능력이다. 인문계 인재를 뽑을 때도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을 뽑는 일이 흔해졌다. IMF 직후 이공계 관련 회사가 줄줄이 도산하면서 자연계 기피 현상이 생겨나던 것과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단지 유망하기 때문에 이공계를 지원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 분야의 인재가 되려면 자연을 직접 만나야 하고, 기후나 환경에 대한 감수성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과학은 윤리 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스스로 창조하는 시대가 될 거예요. 이공계 안에서도 자신에게 가장 잘 맞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역으로 활동을 좁혀나가는 자세가 필요해요. 그 종착지가 직업이에요. 그런 인재를 길러내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제 호기심과 아이들의 호기심이 만났을 때 그 시너지가 엄청나더라고요. ‘너 궁금해? 나도 궁금해. 그럼 우리 한번 탐구해볼까?’ 그렇게 시작되는 일들의 결과는 정말 놀라워요.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끄는 안내자로서의 삶

현재 그는 교육부 학교정책과에서 초·중·고교 입학제도를 담당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일을 하다보니 법률을 해석하고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 순간이 꽤 잦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과 해결점을 찾아내 관련 정책이 입안되도록 하는 일은 어깨가 무거운 만큼 보람도 크다. 교육 현장에 몸담았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교사로서의 행복한 추억이 정말 많아요. 첫 부임지였던 충남 서산에서는 아이들과 해안가로 탐사 활동을 많이 다녔어요. 그곳의 사구 식물이 육지 식물과 어떻게 다른지도 조사하고, 모래사장을 기어 다니는 거미며 표범장지뱀의 모습도 관찰했죠. 같이 조개도 캐고 캠핑도 하면서요.”
놀이인지 학습인지 구분이 안 되는 활동을 함께하면서 자연스레 과학 꿈나무들을 키워나갔다. 한 학급의 학생 수가 30명이면 각각의 특성이 모두 달랐다. 각기 다른 그 특성을 유심히 지켜본 뒤 한 명 한 명에게 따로 제안하곤 했다.
“넌 이걸 한번 해보고, 넌 저걸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계획도 진행도 아이들이 직접 해나가게 했다. 스스로 주인이 된 아이들이 얼마나 눈부신지 그는 경험으로 이미 알고있다.
“어려서부터 과학을 좋아했어요. 궁금한 게 있으면 해답을 반드시 찾아야 직성이 풀렸죠.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을 다 뒤져보는 어린이였어요.”
그런 유년을 보냈기 때문일까. 그는 아이들의 순수한 호기심을 지켜주는 일이 교사로서 자신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 늘 생각했다. 호기심을 잃을 그 어떤 제재도 받지 않은 채 아이들 스스로 도전하고 성취하게 하는 것. 자신은 다만 ‘안내자’임을 그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제 호기심과 아이들의 호기심이 만났을 때 그 시너지가 엄청나더라고요. ‘너 궁금해? 나도 궁금해. 그럼 우리 한번 탐구해볼까?’ 그렇게 시작되는 일들의 결과는 정말 놀라워요.”

과학 인재 길러내는 전문가를 꿈꾸다

교육부에 오기 전까지 7년간 몸담았던 천안 동성중학교는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혁신학교였다. 사물인터넷과 레이저 조작기 등을 앞서 사용하는 선도적 학교이기도 했다. 그 학교에서 발명·특허·비즈쿨·창업·메이커 등 다양한 학생 동아리를 지도했다. 영재교육원 강사, 과학대회 심사위원, 이공계 진로 컨설턴트로도 활약했다. 그 모든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교육 분야 신지식인에 선정됐고, 2016년에는 빅데이터 기반의 MBL 실험 장치를 개발해 제62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는 올해의 과학 교사상을 수상했다. 도전과 성취의 나날이었다.
“과분한 경험을 꾸준히 쌓고 나니, 교사로서 품었던 목표들이 어느 정도 성취됐다 싶더라고요. 저의 전문성을 새로운 곳에서 발휘해보고 싶어, 지난 3월 교육부로 몸을 옮겼어요.”
앞으로 과학교육 관련 제도 운용에 일조하겠다는 계획을 가진 그는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과학적 소양을 가진 시민으로 멋지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미래 인재들이 호기심을 잃지 않고 탐구의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길 바란다.
그 과정에는 과학 교사 경험을 바탕으로 한 높은 현장 이해도가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퇴근 후엔 학생들의 과학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산업과 과학을 연결하는 책을 쓰고 있어요. 탐구할 것과 공부할 것이 있는 한 언제나 행복해요.”
늘 탐구하는 자세로 교사에서 행정가로 변모한 그의 미래가 세계적인 과학 인재양성이라는 꿈의 실현으로 밝게 빛나길 기대해본다. 케이 로고 이미지
꿈 너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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