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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방방곡곡 숨은 명소

동해의 매력, 일출 명소 삼척
조선 선비의 동해안 기행은 늘 삼척에서 출발했다. 동해안이 보여주는 모든 매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삼척 죽서루는 관동팔경 중 제1경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2022년에도 삼척은 아주 매력적인 여행지다. 겨울에 추천하는 여행 코스 중 하나는 동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선 7번 국도를 달리는 것이다. 이 7번 국도 동해안 여행의 매력적인 기착지가 바로 삼척이다. KTX-이음(국내 기술로 만든 저탄소 친환경 준고속열차)이 동해역까지 연장돼 동해까지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지만, 삼척이나 울진은 아직도 ‘마음의 오지’로 남아 있는 곳이다.
대부분 사람은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 동해안에 닿으면 핸들을 왼쪽으로 꺾는다. 그러고는 강릉과 양양, 속초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꺾는다고 해도 정동진까지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조금 더 달리면 한적한 동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고재열 여행 감독(어른의 여행클럽·트래블러스랩 총괄 감독) / 사진 제공 삼척시청

고재열 작가는 20년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0년 9월 ‘재미로재미연구소’의 대표 여행자 겸 여행 감독이 되었다. 현재 여행자 플랫폼 ‘트래블러스랩’를 운영하며 다양한 여행과 소모임, 강의를 기획·진행하고 있다.

동해안의 바람을 마주하는 나릿골과 정라진항

지난겨울 방치된 삼척의 도시 재생 시설을 ‘삼척살롱’으로 만들었다. 직접 운영하는 ‘트래블러스랩’을 비롯해 사단법인 ‘점프’와 ‘녹색친구들’ 세 단체가 이 공간을 함께 활용했는데, 이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삼척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삼척살롱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정라진항과 맞닿은 나릿골이다.
나릿골은 묵호의 논담길과는 다른 동해안 어촌 마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논담길이 잘 만들어진 관광지라면, 나릿골은 다듬어지지 않는 원석 같다. 어촌 출신이 아닌 사람이 생각하는 관념적인 어촌 마을과 가장 닮았다. 바닷가 골짜기에 다랑논처럼 터를 잡은 일자형 집이 은근히 편안함을 준다.
나릿골과 삼척항 전경 나릿골과 삼척항 전경
나릿골에는 동해안을 가로지르는 해파랑길이 지난다. 나릿골 위쪽 산등성이는 나무가 별로 없는 구릉이라 시계가 좋다. 해돋이 때나 해 질 때나 모두 좋은데, 정라동주민센터 맞은편에서 시작해 정라진 방파제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대체로 무난하다. 바다와 면한 곳에 핑크뮬리로 조성한 바람의 언덕은 운치가 있다. 마을을 두리번거리다 보면 작은 갤러리나 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할매의 부엌’이라는 마을 식당도 있다.
나릿골 바람의 언덕을 비롯해 삼척은 해돋이 명소가 많다. 정라진항 이사부광장의 등대, 펜션이 몰려 있는 오분동 언덕 등은 새해 첫날 해맞이를 하려는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곳이 아니더라도 삼척 어디서든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체로 일몰 풍경도 뛰어나다.
장호항 장호항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신남항의 일출 [사진 출처 : 삼척시청] 신남항의 일출 [사진 출처 : 삼척시청]

장호항에서 바위를 쓸어 담는 파도

긴 해안선이 늘어선 삼척에는 삼척해수욕장, 맹방명사십리, 초곡항-촛대바위길, 장호항, 삼척해상케이블카 등 바닷가 관광지가 많지만, 그중에서 한 곳을 추천하라면 단연 장호항이다. 장호항은 삼척의 바다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바다에 솟은 우뚝한 바위에 부딪힌 파도가 부서지며 포말을 일으키는 모습이 장관이다.
장호항은 투명 카누나 스노클링 등 해양 액티비티 장소로 인기가 있는 곳이지만 여름 휴가철보다 겨울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즐기는 바다가 아니라 지켜보는 바다로 더 매력적이다. 해안선을 따라 해금강을 축소해놓은 풍경이 펼쳐지는데, 파도가 바위를 쓸어 갔다 또 쓸어 담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힐링이 된다.
삼척의 해안 중 삼척해수욕장은 가파르지 않고 모래가 고와 아이가 있는 가족이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맹방해수욕장은 해송 사이로 난 산책로가 산뜻하다. 맹방명사‘십리(10리: 4km)’라는 말처럼 백사장이 길어 드라이브 할 맛이 난다. 맹방해수욕장의 남쪽 끝단, 강 하구와 만나는 지점에서는 카누 체험도 가능하다. 요즘 유행하는 차박지로도 인기 있다. 삼척의 해안을 즐기는 방법의 하나는 동해안을 따라 난 해파랑길을 걷는 것이다. 삼척이 지닌 다양한 매력을 두루 느낄 수 있다.

활기 치유의 숲에서 읽는 시간의 나이

삼척에 가서 숲을 본다?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에 조금 여유가 있다면 활기 치유의 숲을 꼭 가보라. 활기 치유의 숲은 기억할 것은 기억할 수 있게,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은 쓸모 있게 잘 만들어져 있다. 아득한 화전민의 시간을 상상할 수 있도록 공병을 쌓아두었고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는 구들과 담돌을 잘 간직했다. 시설도 깔끔하며, 현대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삼척 활기 치유의 숲 삼척 활기 치유의 숲
삼척의 숲 중 한 곳을 더 추천하라면 소한계곡이다. 삼척 산악 지역은 석회암층으로 이루어져 침식된 계곡부가 깊은 골짜기를 형성하는데, 소한계곡이 대표적이다. 이 계곡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민물김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계곡 중앙부의 초당굴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삼척 활기 치유의 숲 물치유장 삼척 활기 치유의 숲 물치유장

삼척 번개시장(도깨비시장)에서 건져낸 활기

삼척의 어시장과 재래시장 중에서 꼭 권하는 곳이 있다. 번개시장(도깨비시장)이다. 참여할 수는 없지만, 새벽에 정라진항 위판장에서 경매를 구경하는 것만도 재미가 있다. 다른 도깨비시장처럼 위판장 근처에서 삼척 번개시장이 열리는데, 위판장에서 뗀 첫물 생선을 파는 곳으로 음식점 주방자과 부지런한 주부들이 이곳을 찾는다.
삼척 번개시장은 겨울에 특히 풍성하다. 일단 대게 ‘같다리’ 를 살 수 있다. 같다리란 다리가 한두 개 잘린 대게로, 가격도 저렴하다. 또, 청어나 꽁치 막회, 생미역과 채소를 넣은 회무침도 놓치면 후회할 메뉴다.
번개시장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저렴한 가격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손님에게 성지와 같다. 골뱅이나 꽃새우도 안주로 훌륭하고, 물 좋은 오징어도 다른 곳에 비하면 저렴하다.
코로나19 이전 삼척 번개시장의 모습 코로나19 이전 삼척 번개시장의 모습
삼척으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

삼척만의 독특한 음식 별미

  • 가오리찜

    매콤하고 도톰한 가오리찜과 새콤달콤 호박 막걸리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안마다 음식문화가 다르게 발달했다. 대체로 서해안은 매운탕이, 남해안은 숙성 회가, 동해안은 생선찜이 발달했다. 삼척 역시 생선찜이 잘 알려져 있는데 추천할 집은 삼척해물(033-574-6611)이다. 생선찜에는 가오리만 한 게 없다. 살집도 좋고 양념도 잘 어우러진다. 가오리찜은 강릉이나 속초 등 다른 동해안 도시에서도 인기다.
    ‘생선 모둠찜’을 먹고 싶다면 삼척의 울릉도호박집(033-574-3920)을 추천한다. 도루묵이나 가자미가 두루 들어가 있고, 양념도 닭강정 양념처럼 달큼한 편이어서 아이들도 잘 먹는다. 이 집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문해 마셨다는 호박막걸리도 유명하다.
  • 뚜구리탕 출처: 디지털삼척문화대전

    물 맑은 오십천에서 잡아 몸보신에도 좋은 뚜구리탕

    뚜구리는 삼척의 방언으로, 민물의 자갈 바닥이나 모래무지에 서식하는 동사리를 말한다. 태백산에서부터 흘러들어 삼척 시내를 관통하는 오십천 중하류에서 주로 서식하는 물고기이다. 몸길이가 6~10cm로 작으며, 2급수의 맑은 물에서만 산다고 한다. 삼척에서는 예로부터 이 뚜구리로 어탕이나 어죽을 끓여 먹었다. 고추장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 만든 시원한 뚜구리탕은 늦봄에서 초여름의 별미 음식으로, 늦봄과 초여름에 삼척을 여행한다면 반드시 먹고 오길 추천한다.
  • 문어숙회

    동해에서 맛보는 감칠맛 나는 문어숙회

    서해안이 낙지라면 동해안은 문어다. 동해안에 간다면 문어를 제대로 먹고 와야 한다. 야들야들한 문어숙회에 술 한잔하고 싶은 여행자를 위한 추천 맛집은 맛과 향이 있는 집(033-575-0215)이다. 문어를 직접 고를 수 있으며 문어를 데쳐 내기 전에 굴을 듬뿍 넣어 주는 겉절이 김치는 별미 중 별미. 맛도 좋고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문어라서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동해안에 왔으니 과감하게 맛을 보는 것도 추천한다. 남은 문어로는 오징어 두루치기 대신 문어 두루치기를 해먹을 수도 있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