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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새싹 > 꿈지락(꿈知樂)  
2030 교직·의학 등에 종사하는 젊은 회원들의 꿈을 찾는 현장

꿈지락(꿈知樂)

배움부터 나눔까지,
우정부터 열정까지

충북 과학 교사 동아리 ‘직지과학사랑연구회’
긍정의 힘으로, 애정의 깊이로
왼쪽 상단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승환 교사(충북에너지고등학교), 이혜림 교사(산남중학교), 조지은 교사(증평중학교), 황인옥 교사(청주공업고등학교), 이설아 교사(동성중학교)
왼쪽 상단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승환 교사(충북에너지고등학교), 이혜림 교사(산남중학교), 조지은 교사(증평중학교), 황인옥 교사(청주공업고등학교), 이설아 교사(동성중학교)
‘결심’이나 ‘작심’ 같은 말이 그들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가벼운 마음, 사뿐한 걸음, 즐거운 웃음. 직지과학사랑연구회가 17년 역사를 갖게 된 배경이다. 과학 교사들끼리 해오던 수업 사례 공유가 국내외 교육 봉사로 이어지면서 그들은 배움과 나눔의 새로운 이정표를 함께 세워왔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길’이 된 것이다. 가볍게 걸어야 멀리 가고, 같이 걸어야 오래간다. 그들이야말로 그 사실을 증명한다.

글 박미경 | 사진 이용기

공유의 배를 타고 성장의 바다로

우정은 ‘동년배’의 전유물이 아니다. 각자의 지향이나 취향을 나누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섞을 수 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그들은 이미 ‘친구’ 사이다. 직지과학사랑연구회(이하 ‘직과사’)는 교사 동아리이기 이전에 우정 공동체다. 과학은 시대의 변화가 매우 빠른 과목이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 교사들과 신기술에 익숙한 후배 교사들이 서로 보완하며 같이 발전한다. 공유의 배를 타고 성장의 바다로 간다.
“2006년 ‘충북여자과학교사모임’으로 출발했어요. 6명의 교사가 매주 토요일에 모여 과학 실험 방법과 수업 사례를 공유하기 시작했죠. 집과 학교밖에 모르던 기혼 교사들이 일주일에 한 번 만나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치유받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모임이 점점 커졌고, 지금은 성별 제한 없이 70명 안팎의 과학 교사가 서로 활발히 교류하고 있어요.” 원년 멤버 황인옥 전임 회장(청주공고)의 말이다.
‘직과사’는 현재 매월 홀수 주 목요일 저녁 충청북도자연과 학교육원 물리실험실에 모여 교사들끼리 자율 연수를 한다. 실험 재료 구매, 실험 도구 제작, 실험 방법에 대한 새로운 정보, 학생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수업 구성, 스마트기기와 온라인 수업 도구 활용 방법 등 실제 수업 사례를 바탕으로 서로의 수업 비법을 아낌없이 공유한다.
“순번을 정해 연수를 진행하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져요. 연수 교사가 제시한 실험 방법이나 교수 방법이 더욱 풍부하게 보강되죠. 다른 교과와 달리 과학은 교사들의 전공이 다 달라요.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환경 등 여러 과목을 융합해 수업해야 하는데,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있으니 정말 큰 도움이 돼요.” 조지은 회장(증평중학교)의 목소리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다양한 교과와 연계 지도할 수 있는 반편견 교육 다양한 교과와 연계 지도할 수 있는 반편견 교육 다양한 교과와 연계 지도할 수 있는 반편견 교육
배움, 나눔이 되다

이혜림 교사(산남중학교)에게 직과사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다른 교사들의 주옥같은 수업 방식을 교실에서 바로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첫 과학 수업 때 ‘미스터리 본즈’를 해요. 뼈 그림을 주고 어떤 공룡인지 알아맞히는 게임인데 학생들이 정말 흥미로워하거든요. 서로 금세 친해지고요.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 내는 수업 방식들을 직과사 덕분에 알게 됐어요.” 이혜림 교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설아 교사(동성중학교)는 직과사를 ‘틀에 박히지 않은 공동체’로 표현한다. 격주로 자율 연수를 하는 그들은 그때마다 무작위로 팀을 이룬다. 마주 앉는 사람이 그때그때 바뀌니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무수히 오간다. 자유학기제 과학 프로그램 계획부터 고교학점제 선택교과 교육과정 구성, 각종 과학 행사나 대회 운영, 학생 생활 지도며 각종 업무 처리까지 매번 다른 교사들에게 경험담을 전해 듣는다. 그야말로 ‘생생 정보통’이다.
“선배 교사가 후배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멘토링을 하는 시스템이 아니에요. 서로가 서로에게 멘토가 되어 더불어 따뜻이 성장하고 있어요.”
이설아 교사의 말처럼 직과사는 ‘따뜻이 성장한다’는 말이 제대로 어울리는 동아리다. 교사들끼리의 배움 공동체였던 직과사가 나눔 공동체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건 2009년부터다. 지역 내 복지관에서 지역아동센터(이하 센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달에 두 번 수업 봉사를 하면서 센터 아이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알려주며 보람을 느끼게 됐다.
“돌아보니 정작 도움을 받은 건 우리 교사들이었더라고요.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않고,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을 직접 구성해 수업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가르치는 역량’이 크게 향상됐어요. 센터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2017년에 활동을 그만두게 됐지만, 정말 행복했던 추억이었어요” 라며 황인옥 교사가 당시를 회상했다.
2018년부터 2년간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과학 교실을 열기도 했다. 수업에 참여했던 학부모들이 스스로 동아리를 구성하고 교육봉사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나눔이 나눔으로 이어지는 모습에 기쁨을 느꼈다.

1932년 경성약학전문학교 본교사 신축공사 설계도
1949년 「약우」 창간호를 제작한 학생들의 모습
1932년 경성약학전문학교 본교사 신축공사 설계도
1949년 「약우」 창간호를 제작한 학생들의 모습
가볍게 길을 내는 즐거움

나눔의 행복은 나라 밖으로도 이어졌다. 직과사는 2018년 동티모르를 시작으로 2019년, 2022년, 2023년 몽골에서 과학 교육 봉사를 해왔다. 올해는 몽골 북단에 자리한 셀렝게에서 봉사를 진행했다. 21명의 교사가 한 학기 동안 다섯 분야로 나눠 수업을 준비했고, 모든 경비는 직과사의 자체 경비와 교사들의 자비로 해결했다.
“몽골의 학교는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8시간 정도 들어가는 시골이에요. 예상보다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환경이 더 열악했죠. 한국에선 아주 흔한 실험 재료들이 거기에선 매우 귀하기 때문에 우리는 실험 재료도 준비해 갔어요. 부족한 환경에서도 그곳 교사들은 정말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됐어요. 열정으로 가득했던 교사로서의 초심을 몽골에서 되새기고 왔죠.” 2019년 몽골 연수에 참여했던 정승환 교사(충북에너지고등학교)의 눈빛에 몇 해 전의 감동이 여전히 담겨있었다.
배움이 나눔으로 이어졌듯, 과학은 다른 학문과도 수시로 연결됐다. 2009년부터 20여 회 진행한 ‘지오투어’는 국내외 역사, 문화, 지질, 생태 등을 결합한 융합 연수다. 태백, 충주, 의성, 백두산, 규슈 등에서 그들은 잊지 못할 경험과 추억을 함께 쌓았다. 현재는 과학 도서와 SF 소설 등을 함께 읽는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 학문과 학문의 연결, 나눔과 나눔의 연결을 만드는 그들의 ‘꽃길’엔 희망이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