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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르게 지구촌 곳곳으로 떠난 이들의 흥미로운 여행기

지구촌 여기저기

루앙프라방 여행자가 기억해야 할 형용사!
천천히, 느릿느릿
루앙프라방 여행자가 기억해야 할 형용사!
천천히, 느릿느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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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푸시산
사원의 도시 외에도 ‘금의 도시(City of Gold)’, ‘신비로운 도시(Magical City)’라는 별칭이 있는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즐기는 최적의 단어는 ‘천천히’, ‘느릿느릿’ 같은 형용사다. 공기에 실린 커피 향을 음미하고, 메콩강에 살짝 내려앉은 황금빛 햇살을 즐기다 보면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다.

글·사진 조은영 여행작가, ㈜어라운더월드

아름다운 메콩강의 도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느긋하고 평화로운 시간 여행을 하고 싶다면, 제일 먼저 추천하는 여행지가 라오스 북부에 위치한 고대 도시 루앙프라방이다. 고풍스러운 스타일의 리조트, 아름다운 고대 건축물, 사람 냄새나는 야시장, 커피 향이 흐르는 카페, 성스러운 탁밧 (Tak Bat, 승려가 경문을 외며 다니는 일) 행렬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면 한층 느긋하고 평온해진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루앙프라방은 수도 비엔티안을 제치고 라오스에서 가장 잘 알려진 휴양지지만 이름값에 비해 아직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이곳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가 뭘까?
루앙프라방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비밀스러운 여행지였다. 1995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2000년대 이곳을 여행한 배낭여행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더니, 2008년에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꼭 방문해야 하는 여행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내륙국가인 라오스는 거대한 메콩강이 영토 전역을 흐르고 있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여러 나라를 관통하는 메콩강은 라오스에서 가장 긴 구간을 흐르는만큼 라오스인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었다. 전통스타일의 배에 올라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메콩강의 풍경을 바라보면, 바다가 없어도 서운하지 않다.

라오스의 건축과 자연을 즐기다

과거 찬란했던 란쌍 왕국(Lan Xang, 메콩강에 존재한 왕국)의 수도였던 루앙프라방의 첫 번째 여행 테마로 ‘건축’을 꼽고 싶다. ‘사원의 도시’라는 별칭에 걸맞게 많은 사원이 도심 곳곳에 자리하는데, 이 전통 사원과 유럽 스타일의 근대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압권이다. 그중 ‘황금 도시의 사원’이라 불리는 왓시엥통(Wat Xieng Thong)은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알려져 있다. 1560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사찰이며, 유명한 그림인 ‘생명의 나무’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라오스 사원 건축물의 묘미는 여러 층으로 된 거대한 지붕과 정교하게 새겨진 장식이라 할 수 있는데, 왓시엥통은 그런 특징을 분명하게 담고 있다. 옛 라오스의 왕궁 건물에 들어서 있는 루앙프라방 국립박물관도 방문 가치가 충분하다. 프랑스 보자르 양식과 라오스 양식이 묘하게 결합된 대칭 구조가 특징이다. 루앙프라방의 기원으로 알려진 황금 불상이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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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나무가 그려진 왓시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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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 국립박물관

느긋한 여행자들의 도시

한낮 도시의 햇빛을 피해 낮잠 시간을 즐기거나, 커피 향 가득한 카페에서 달달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시사방봉 거리(Sisavangvong)에 있는 카페에서 비어라오를 즐기면서 햇살이 누그러지기를 기다린다. 어둠이 내리면 야시장으로 향한다. 루앙프라방 최고 번화가에서 펼쳐지는 야시장은 대략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이어진다. 붉은 천막이 거리를 메우기 시작하면 좌판을 따라 여행자들이 몰려든다. 신선한 생과일주스나 코코넛 빵을 입에 물고 시장 구경을 하다 보면 굳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밤이 즐겁다.
시외에 있는 광시폭포(Kuang Si)는 온전하게 하루 시간을 내 방문하길 추천한다. ‘광시’는 라오어로 사슴을 가리키는데, 사슴이 뿔을 들이받은 곳에서 물이 쏟아져 폭포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장엄한 자연 속에 펼쳐진 폭포에서 거대한 물의 향연이 펼쳐진다. 터키색 폭포들이 계단식 논처럼 펼쳐지고, 다시 아래로 이어져 웅덩이를 이루며 호수가 된다. 물속에 뛰어들어 제대로 즐기려면 수영복을 챙기자. 그리고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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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여기저기05_1 탁밧 행렬
지구촌 여기저기05_2 광시폭포
도시의 명물이 된 탁밧 행렬

아마도 루앙프라방 여행자들에게 유일한 부담이라면 새벽 ‘탁밧’을 봐야 한다는 의무감일 것이다. 탁밧은 소승불교가 전파된 태국, 라오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으로, 이 의식이 도시의 명물이 된 것은 이례적이다. 80여 개의 사원에서 참여하는 승려들의 행렬 규모가 대단하다 보니 여행객들에게 진기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오렌지색 가사를 입은 스님들이 일렬로 걸으며 시주를 건네받는다. 무릎 꿇고 앉은 이들은 현지인, 불심 깊은 종교인, 호기심 어린 관광객까지 다양하다. 한 시간 정도 이어지는 탁밧 의식을 통해 스님들은 음식을 구하고 구도자들은 정신적 구원을 얻는다.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경이지만 엄연한 종교의식 임을 명심하자. 노출이 심한 복장은 삼가고, 스님들의 명상을 방해하는 촬영이나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참고로 스님들보다 머리를 높이거나 눈을 맞추는 것은 물론 대화 시도는 허락되지 않는다. 행렬이 잦아들면 선선한 아침 공기가 따뜻하게 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대부분 리조트에서는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 주는데,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도시의 아침도 싱그럽다. 아침 시장에서 소소한 먹거리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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