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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맛과 멋을 소개하는 코너

우리땅 구석구석

100년을 품은 시간 여행
전북 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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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이 눈에 띄는 호남관세박물관(구 군산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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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이 눈에 띄는 호남관세박물관(구 군산세관)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역사적 유산으로 승화시키고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그 시절의 레트로 감성을 간직한 곳, 바로 100년의 세월이 숨 쉬는 군산이다.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 우리 앞에 옛 시절의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군산으로 떠나보자.

글·사진 이병권 여행작가

근대화거리를 걷다
시간여행마을

군산근대화거리라고 불리는 ‘시간여행마을’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군산의 역사적 시간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건축물이 모여 있다. 100년 전 건물을 활용한 다양한 박물관과 일본식 가옥 등 당시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온 것 같다.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풍경이 정겨움을 더하는 군산. 먼저 근대역사박물관, 호남관세박물관, 근대미술관, 근대건축관 등 근대 건축 문화유산이 즐비한 내항 일대부터 여행을 시작해 보자. 과거 군산세관 이었던 호남관세박물관은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아기자기한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유럽과 일본의 건축 양식을 융합한 근대건축의 특징이 잘 남아 있어 군산을 찾은 여행자들이 인증 사진을 찍는 랜드마크다. 내부는 8개 테마로 나눠 세관 관련 유물과 사료를 전시한다. 호남관세박물관 옆에 자리한 근대역사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유통의 중심지였던 군산의 옛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유물을 전시 중이다. 박물관에서 주목할 곳은 3층에 마련된 근대생활관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군산 최대 번화가였던 영동 상가의 풍경을 재현해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군산 지도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초원사진관

군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초원사진관은 사실 원래부터 있던 곳이 아니고, 영화 촬영을 위해 차고를 개조해 만든 세트장이다. 영화 상영 이후 군산시에서 매입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 레트로 여행의 중심지가 되었다.
초원사진관을 중심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다. 주인공 정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사진관으로 출근하는 길, 정원과 다림이 마주치는 길, 둘이 달리기하며 추억을 쌓는 장면을 촬영한 장소는 군산서초등학교와 해망굴이다. 해망굴은 일제가 해망동과 군산 시내를 연결하기 위해 만든 월명산 자락의 터널로, 현재도 보행자들의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다. 또 초원사진관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조정형외과의원 주변은 주인공 다림이 밥을 먹으러 갔다가 식당 주인에게 쫓겨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영화를 촬영한 지 20년이 넘은 만큼 영화 속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지만, 해망굴부터 초등학교로 이어지는 길을 걷고 있으면 정겹고 아늑한 분위기에 취해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감상에 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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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지, 초원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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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배경지, 초원사진관
적산가옥을 거닐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과 여미랑

신흥동 일본식 가옥(구 히로쓰 가옥)은 영화 ‘타짜’에서 평경장의 집으로 나오며 유명해졌다. 평경장이 집에서 고니에게 타짜가 갖춰야 할 손기술을 알려주는 장면을 촬영했다. 일본식 2층 목조주택 양식과 한국식 온돌을 결합한 독특한 구조가 돋보이며, 앞마당에는 단정하게 꾸며진 정원이 어우러져 멋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건물 보존을 위해 내부는 ‘문화재 야행’ 시즌에만 특별 개방하며 평소에는 정원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 근처에 있는 여미랑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여미랑은 일본식 적산가옥을 복원한 건물로 근대의 역사적 아픔을 담고 있는 숙박 시설이다. 군산을 여행할 때 여미랑에서 숙박한다면 다다미방을 체험해 볼 수 있으며, 근대화거리에 자리하고 있어 도보로 시간여행마을을 둘러보기에도 접근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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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적산가옥을 복원한 여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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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적산가옥을 복원한 여미랑
골목길의 추억을 찾아서
말랭이마을

말랭이마을은 1930년대부터 일본인들이 집을 짓고 살면서 주거지가 형성된 곳으로 한국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터를 잡고 살았다. 바위 위에 판자를 다닥다닥 붙여 집을 지으면서 초가지붕이 가득한 동네가 되었는데, 전라도 방언으로 산비탈을 뜻하는 ‘말랭이’에 자리한 마을이라고 해 말랭이마을이라 부르게 되었다. 현재 말랭이마을은 다양한 전시관을 조성해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배우 김수미가 어린 시절 살던 집을 복원한 김수미의 집, 1970~1980년대의 시대 음악과 그 추억을 소환하는 관련 유물을 전시한 소리공간, 마을의 풍경을 재현한 추억전시관 등이 있어 근대화거리와 함께 둘러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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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랭이마을 김수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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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랭이마을 김수미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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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촬영한 해망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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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촬영한 해망굴
군산의 별미
단팥빵과 짬뽕

이성당은 본래 일본인 히로세 야스타로가 1910년대 ‘이즈모야’라는 이름으로 만든 제과점이었다. 해방 이후 그가 본국으로 돌아가자 이석호 씨가 이즈모야를 인수해 ‘이성당’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지금까지 명성이 이어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빵집으로 자리 잡았다. 쌀가루로 만드는 단팥빵과 다양한 채소를 넣어 아삭한 식감이 돋보이는 야채빵이 대표 메뉴다. 본관 옆에 신관을 세우고 카페로 꾸며 다양한 빵과 음료를 판매하고 있지만, 단팥빵과 야채빵은 본관에서만 맛볼 수 있다.
또 군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짬뽕이다. 짬뽕을 먹으러 군산 여행을 간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군산의 별미로 자리 잡았다. 군산 짬뽕은 홍합, 바지락, 꼬막 등 각종 해산물을 가득 넣어 국물이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군산은 짬뽕을 맛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항시 문전성시를 이룬다.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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