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작성자 정*리 2025-05-07
선생 노릇한 지 서른 해 되던 스승의 날, 언제 사람되나 했던 꼬맹이들이 제법 의젓한 얼굴로 삐뚤빼뚤 써 온 편지에 마음이 녹았다.

"선생님처럼 따뜻한 사람이 될게요."

새삼 나는 참 복받은 사람이구나 했다. 세상 어떤 일이 이렇게 계산 하나 없이 순수하고 진심어린 사랑을 준단 말인가. 세상 어디 하나라도 힘들지 않은 일이 있으랴. 나라고 당장에 그만두고 싶은 적이 없었겠냐마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이 일이 여전히 참 좋다. 여전히 수업이 재미있고 아이들이 참 이쁘고 교실이 감사하다.

고맙다. 내가 늬들 이뻐라한 걸 늬들도 알아주었구나. 내가 늬들 야단치고 엄하게 했어도 잘되라 아끼는 맘이었던 걸 알아주었구나. 열 살배기 한 마디에 나는 참 복받았다, 잘 살았다, 이만하면 성공이다 싶다.

이런 복 누릴 날이 얼마나 더 남았겠나. 나도 더 진심으로 아껴줘야지, 미운짓 해도 부러 더 이뻐해야지, 더 많이 웃어주고 더 많이 칭찬해 주고 한번 더 안아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