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민경 푸드 칼럼니스트
글 김민경 푸드 칼럼니스트
가을이 되면 낙엽이 떨어지듯 겨울이 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붕어빵을 찾는다.
어릴 때만 해도 군고구마가 한겨울 길거리 간식으로 1등이었는데, 지금은 ‘편의점
간식’이 되어버려 그 자리를 붕어빵이 차지했다. 붕어빵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거기엔 풀빵, 국화빵이 있다.
풀빵은 밀가루가 귀하던 시절 도배용 풀처럼 묽게 반죽을 쑤어 틀에 넣고 구워 먹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풀빵이 예쁜 국화
모양의 틀을 만나 국화빵이 되었고, 기발하며 큼직한 물고기 모양으로 발전하여, 그 배 속에 물고기,
즉 붕어 대신 달고 귀한 팥을 넣었다. 잉어빵은 물론이며
미니 붕어빵과 여러 지역 특산물도 그 모양만 다르지 틀에 반죽을 부은 뒤 속을
채워 굽는 방식으로 많이 나온다.
붕어빵은 다른 계절에는 대체로 자취를 감추었다가 겨울이면 하나둘씩 작년 그
자리에 어느새 와 있다. 붕어빵 취향도 다양하다. 갓 구워 뜨끈뜨끈 바삭한 걸 좋아하는 이,
찰기 있고 쫄깃하며 말랑한 걸 좋아하는 이, 꼬리에도 팥소가 들어야
한다는 이, 팥 대신 슈크림이나 피자 맛이 더 좋다는 이 등등이다. 무엇보다 어디부터
먹느냐에 대한 공방은 겨우내 뜨거울 테고, 그 귀엽고 뜨거운 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재미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겨우내 샘솟는다.
인기는 붕어빵이 한 수 위지만 역사는 호떡이 깊다. 조선 후기 중국인들이 호떡을
팔기 시작했고, 먹기 편하고 맛도 좋은 호떡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당시 해외 원조 물품으로 만든 기름지고 푹신한 한국식 호떡이 탄생한다.
붕어빵에 비하면 호떡은 상시 판매되는 길거리 간식이다. 그러나 겨울에 먹는 맛이 역시 으뜸이다.
기름에 반쯤 잠겨 지글지글 지져진 호떡을 멀리 들고 입만 가져다 대고 베어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호떡 속에 든 뜨겁고 찐득한 설탕물에
외투 한두 번쯤은 버려봤기 때문이다. 호떡도 밀가루로 만들기는 매한가지이지만
발효라는 놀라운 과정을 거친다. 폭신하면서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감칠맛이 거기서 온다. 호떡의 변주도 붕어빵만큼이나 다채롭지만 아무래도 ‘오리지널
버전’의 인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편의점이 생기기 그 오래 전부터, 호빵은 슈퍼에서 만나는 반가운 따뜻한 겨울 간식이었다. 투명한 찜기 안에 탐스러운 호빵이 돌아가며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렸다. 붕어빵과 호떡은 호호 불며 입으로 베어 먹지만 호빵은 역시 손으로 쪼개야 제맛이다. 통통한 빵 가운데 든 푸짐한 소를 눈으로 맛본 다음 한 입 크게 즐기는 훈훈한 기쁨! 호빵은 흔히 우리가 아는 만두소나 삶은 팥소가 들어가는 찐빵에서 왔다. 찐빵은 예상하듯 만두에서 왔다.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붕어빵, 호떡, 호빵 모두 외국에서 전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이 땅에서 하루하루 변화를 거듭해 지금은 귀한 대표적인 겨울 간식이 되었다.
결이 조금 다르지만 어묵도 빼놓을 수 없다. 한겨울 길에 서서 먹는 어묵 한 꼬치,
국물 한 모금 하자면 발길이 멈춘다. 추운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발을 동동거리며
먹는 어묵은 겨울의 낭만이다. 또 재래시장에 가면 어디서 구했는지조차 신기한
화로에 망을 올려 길쭉길쭉하게 자른 가래떡을 굽는 이도 나타난다.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던 흰떡이 가뭇가뭇 구워지면, 왜 그다지 더 쫄깃하고 구수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차가운 바람을 뚫고 웅크리며 가다가도 어디선가 피어오르는 맛 좋은 냄새, 어느새
나도 그 앞을 기웃거린다. 이 겨울 나는 먹을거리를 사는 게 아니라 온기를 사서
옮기는 중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호호 불며, 호호 웃으며 먹는 순간을
위하여!
• 재료 | 고구마 2개, 식용유 2큰술, 물엿 2큰술, 파르메산 치즈・시나몬 파우더・파슬리 가루 약간씩 |
• 재료 | 모둠어묵 500g, 곤약 70g, 삶은 달걀 2개, 대파 1대, 마늘 2쪽, 무 100g, 건고추 1개, 청양고추 1개, 국간장 1큰술, 맛술 1큰술, 소금・후추 약간 | |
• 육수재료 | 물 6컵, 멸치 10개, 다시마 1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