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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笑笑)한 경제

벌써 여섯 번째 동결된 금리
미국과의 격차, 이대로 괜찮은가?
부동산 PF 현황 이미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0월 19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 2월 이후 6회 연속 동결이다.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기준금 리를 묶어둔 채 물가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메시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 등의 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결국 미국과 한국 모두 당분간은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금리가 차이 나면 벌어질 수 있는 문제와 주의해야 할 것에 대해 배워본다.

글 곽해선 경제교육연구소 소장

경제 해설에서 독보적 스타일을 구축한 경제 전문가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주립대학교 MBA를 취득했다. 전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과 아시아생산성기구(APO,도쿄) 연구원으로 일했다. 경제 분야 최장기 베스트셀러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 등 실용 경제서 다수를 집필했다.
0.5%→3.5% 상승 이후, 금리 동결 이유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021년 8월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p 올렸다. 이후 아홉 차례에 걸쳐 올려, 올해 1월 13일 기준금리는 3.5%가 됐다. 하지만 2월부터 다섯 차례 금통위를 진행하는 동안은 금리인상 행진을 멈췄고, 10월 19일에도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이번 동결로 기준금리는 6회 연속 동결됐다. 금통위가 올해 남겨둔 기준금리 결정 기회는 11월 한 번뿐이다.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조정할 때는 대내외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다. 다만 대내외 변수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통화정책은 금리를 내리기도 올리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지금처럼 경기가 부진하고 물가가 불안할 때가 그렇다. 지금 우리 경제는 경기가 더디게 회복되는 가운데 중동전쟁 등 해외 요인으로 물가가 불안하고 가계부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금융 부실이 늘어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와 물가의 상승 압력을 낮출 수는 있지만 가계와 기업이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연쇄 부도를 내면서 경기가 급락할 수 있다.
반대로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당장 경기회복과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가계부채와 금융 부실을 더 늘림으로써 경기 부진의 골을 한층 깊고 길게 만들 수 있다.
경기 부진과 금융 위험을 고려하면 금리를 올릴 수 없고,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유가 상승으로 불안한 물가를 고려하면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통화당국의 금리 동결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와 밀접한 관계일까

금통위가 연속적으로 금리 동결을 결정할 때는 해외 요인에 따른 불안정성, 국내 경기 상황과 가계와 기업 대출의 금융 부실 등 대내외 여러 변수를 검토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특히 중요하게 고려한 것이 미국 통화정책이다.
올해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는 5.25~5.50%. 금리 상단 기준으로 한미 간 금리 차가 사상 최대폭인 2.0%p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차이가 많이 벌어지면 경제에 치명적인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첫째, 원·달러 환율이 뛰면서 원화 시세가 하락해 수입 물가를 필두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실물경제가 나빠질 수 있다.
둘째, 글로벌 자금시장에서 달러 자산 수요는 증가하는 대신 원화 자산 수요는 감소해 국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투자된 외국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자산 시세가 급락하고 금융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런 경우 한국 정부와 기업은 국채, 회사채 등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는데 예전보다 더 많은 금융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자본 유출이 심해지면 외환보유고는 줄고 외환 부채는 늘어 외환 보유 부족에 따르는 경제위기, 즉 외환위기가 도래할 위험도 높아진다.
다행히 아직은 한미 금리 격차가 자본 유출 같은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10월 초 원·달러 환율이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1,363.5원까지 뛰기도 했지만, 11월에는 연준이 9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월초 환율이 1,320원 대로 돌아갔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줄어든 결과 당장은 우리 금리인상을 압박하는 주요 해외 요인이 하나로 줄어든 셈이다.

기준금리 차, 지금처럼 벌어져도 괜찮나

한미 간 기준금리 차이가 마냥 벌어져도 괜찮다고 할 수는 없다. 금통위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해 시점과 폭을 골라가며 기준금리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환율은 금리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경제성장률, 무역수지, 외환보유고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상당히 벌어져도 괜찮은지 여부는 우리 경제 상황과 외환시장의 안정성에 달렸다고 말할 수 있다.
한미 간 기준금리 차이가 크더라도 우리 경제 상황이 좋고 외환시장이 안정적이라면 환율이 크게 요동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우리 경제를 향한 앞선 우려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읽고 판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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