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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도파민은
여전히 소중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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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코리아 2024』에서는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호르몬 중 하나인 도파민(Dopamine)과 게임에서 아이템을 수집하는 행위인 파밍(Farming)을 조합한 합성어 ‘도파밍’(Dofarming)을 새해를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끊임없이 도파민을 갈구하는 상태를 이르는 도파밍. 낯설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그 현상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도파밍 현상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에 대해서 알아보자.

글 정환정 작가

스마트폰 시대와 함께 시작된 도파밍 현상

언제 어디에서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마트기기가 급속히 보급되자, 사람들의 시선은 문자가 아닌 영상에 쏠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SNS였다. 짧은 길이의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틱톡이 나타나자 유튜브는 숏츠로 맞섰고, 사진과 이미지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던 인스타그램도 릴스를 앞세워 영상의 시대에 합류했다. 기업들은 사용자들이 더 편리하게 영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엔지니어들을 동원했다. 심지어는 심리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사용자의 집중력이 유지되는 최적의 시간을 파악해 이에 맞춰 영상을 제작하도록 템플릿을 개발했고 AI는 사용자의 취향에 딱 맞는 영상만을 끊임없이 추천하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설계로 인해 사용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짧은 영상 속으로 빠져 자기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보느라 같은 자세로 몇 시간 동안 꼼짝도 하지 않는, 도파민에 중독된 도파밍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영상과 도파민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넘치는 도파민, 우리 모두를 위협하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이자 의욕, 기억, 인지, 운동, 행복 등을 조절하는 데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우리의 기분과 감정을 좌우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도파민이 부족하면 ADHD나 파킨슨씨병이 나타날 확률이 높고 과다하면 조울증이나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원래 도파민은 상당한 노력 끝에 얻을 수 있는 희귀한 물질이었다. 오랜 기간 준비한 시험에서의 합격, 쉬지 않고 스스로를 단련한 뒤에 얻은 기록 등 인생에 있어 흔치 않은 성취의 순간에만 분비되는 게 도파민이다. 그래서 도파민을 통한 보상은, 우리가 노력하고 인내하는 생물학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앞서 설명한 영상 기반의 SNS는 이러한 도파민 분비를 굉장히 쉽게 유도한다. 도파민은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을 때 더 많이 분비되는데, 다양한 영상 중에서 나의 취향에 딱 맞는 것을 찾았을 때의 도파민 분비량은 도박에서 승리했을 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은 도파민 중독을 야기하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다. 불확실성이 절대적으로 커지고 있는 환경과 모든 구성원을 생존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각박한 사회가 즉각적인 쾌감을 주는 도파민 중독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의 발전 역시 도파민 중독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축적된 데이터의 양이 커지면 정확도가 더 높아지는 AI가 앞으로 더 정밀하게 ‘취향 저격’ 콘텐츠들을 추천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 상황 인식

모든 중독을 치료하는 과정이 그러하듯, 도파밍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중독 상태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잠깐 머리나 식혀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SNS 혹은 영상 시청이 30분 이상 지속되고, 시청 시간을 줄이고 싶지만 마음먹은 대로 행동이 제어되지 않고,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면 도파민 중독이라 판단해도 좋다.
이러한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각종 스마트기기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SNS와 영상 관련 앱을 삭제하길 권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도파밍 현상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다. 스마트기기 이용을 줄이거나 끊는 과정에서 마치 담배를 끊을 때와 같이 손이 떨리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등 다양한 금단증상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중독 현상은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일상의 리듬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중독 상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확대해 심각성을 공유하며, 모두가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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