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성미 l 사진 성민하 l 영상 이한솔
글 이성미 l 사진 성민하 l 영상 이한솔
“해야 해야 나오너라, 우리 동무 해 동무 열무김치 밥 말아 먹고 우주 자전거 달리자/ 달아 달아 나오너라, 우리 동무 달 동무 된장찌개 밥 말아 먹고 우주 자전거 달리자”
동요 ‘우주 자전거’의 가사다. 친숙한 이 노래는 송택동 작곡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가 만든 동요들은
초·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려 전국의 아이들이 따라 부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요 작곡가 송택동, 그가 처음 동요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요즘 아이들은 가요나 만화 주제가 등 다양한 노래를 듣고 부르지요. 하지만 제가 처음 교직 생활을
시작한 1970년대에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부를 노래 자체가 많지 않았고, 그나마 있는 노래도 분위기나
노랫말이 어두워 아이들 정서에 맞지 않았어요. 그게 참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들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얼마나 예쁩니까?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서 직접 동요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음악 교육을 전공하고 화성학을 공부한 송택동 작곡가는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고스란히 동요에 쏟아부었다. 어느 날은 아이들과의 일상이, 또 어느 날은 우연히 읽은 동시 한 편이 노래가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우주 자전거’ ‘초록별 지구’ ‘대장간 소리’ ‘이슬열매’ ‘고운 꿈’ ‘어여쁜 친구’ 등 무려 3,000여 곡에 이른다.
“‘선생님이 만든 동요야’ 하고 들려주면 아이들이 신기해하면서 더 열심히 따라 불렀어요. 학교에 그
노랫소리가 종일 아름답게 울려 퍼졌죠.”
송택동 작곡가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동요를 부르며 동요가 가진 힘을 체감했다.
“동요는 노랫말이 아름답고 교훈적인 데다 멜로디도 아이들의 정서에 잘 맞습니다.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비방하지 않지요. 친구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윤활유 역할도 합니다. 한 아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주변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함께 부릅니다. 같은 노래를 부른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금세 하나가
되지요. 부르고 또 불러도 좋은 노래, 그게 바로 동요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동요를 통해 동심의 세계를 여행한다. 동요는 언제든 탈 수 있는 타임머신이자 마음의
고향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고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해야 해야 나오너라, 김칫국에 밥 말아 먹고’라는 전래 동요 가사가 있습니다. 엄마의 등에서, 동네 형들에게서,
친구에게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노래죠. 그런 전래 동요가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동요를
불러주는 부모도 없고, 동요를 부르며 함께 노는 아이들도 보기 어렵습니다. ‘우주 자전거’는 사라지는 전래
동요의 가사를 현대적 감성에 맞게 되살린 곡입니다.”
송택동 작곡가는 동요를 직접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동요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6년 교직에서 퇴직한 이후 서울교육대학교 외래교수로 미래의 선생님들을 가르쳤고, 초등 음악 교과서 집필
위원을 맡아 동요의 중요성을 알렸다. 지난 1월에는 KBS 라디오 캠페인 ‘밸류업 대한민국’에 출연해 동요 보급의
필요성을 전했고, 서울특별시교육청과 함께 ‘찾아가는 음악회 소리둥지콘서트’도 개최했다.
현재 그는 자유기독학교에서 합창을 지도하고, ‘아름다운 노래 콘서트’를 열며 동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 오는 6월 8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광복 80주년 기념 청소년 음악회의 ‘K-동요 해설’ 무대에
해설자로 오른다. 또 그가 기획한 ‘캥거루창작동요제’는 창작 동요의 명맥을 잇고자 2003년에 시작되었으며,
올해로 열여덟 번째 행사를 맞았다.
“‘캥거루창작동요제’는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동요를 나누기 위한 축제입니다. 경연이 아니라 축제이죠.
순위를 매기지 않고, 참가한 모두가 주인공이 되니까요. 또 2023년부터는 소파 방정환 선생이 만든 색동회에서
‘K-아름다운 노래상’을 제정해 동요를 지도하고 작사·작곡하는 분들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창작
동요 100주년을 기념한 지난해 행사에서는 제가 그 상을 받았지요. 전국의 교직원 여러분도
‘캥거루창작동요제’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퇴직 후에도 송택동 작곡가는 동요의 씨앗을 뿌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2017년 『송택동의 컴퓨터음악 따라하기』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노래여행』 『뮤즈스코어 작곡 쉽게 따라하기』 『뮤즈스코어 뮤직 메이킹』 『나 혼자 악보 만들기:
뮤즈스코어』 『나 혼자 영상 만들기: 베가스 프로 19』 『나 혼자 음악 만들기』까지 매년 새로운 책을 펴내며 자신의 작곡 노하우를 널리 전하고 있다.
“학교에서 어려워하는 수업 중 하나가 ‘작곡’입니다. 학생도 배우기 어렵고, 선생님들도 지도하기 버거워하죠. 음악은 삶과 가까운 예술인데 작곡만큼은 유독 멀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요즘은 앱을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어요.”
송택동 작곡가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음악 교육에 접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특히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음악 제작 애플리케이션 ‘밴드랩(BandLab)’을 적극 알리고 있다. 밴드랩은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어디서든 작곡과 편곡이 가능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용자가 만든 멜로디에 세계적인
뮤지션의 드럼 연주를 입힐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이러한 장점을 쉽게 풀어쓴 『밴드랩 AI음악 만들기』를
올해 2월 출간했다.
그는 믿는다. 어릴 때부터 동요를 만들고 부르는 경험을 해본 아이가 많아진다면, 언젠가 K-동요도 세계인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날이 올 것이라고.
“프랑스 민요를 바탕으로 모차르트가 만든 변주곡 ‘작은 별’은 전 세계인이 부르잖아요. 지금은 K-팝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언젠가는 한국 동요도 그렇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길 바랍니다. 저도 그 길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계획입니다. 자신이 만든 노랫말을 동요로 만들어보고 싶다면, 언제든 제게 연락해 주세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디든 함께하겠습니다.”
음악은 평생 친구다. 내 손으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것, 직접 노래를 만들어보았다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평생의 자부심으로 남는다. 작곡의 재미를 알고, 동요의 소중함을 아는 이가 더 많아지기를. 그렇게 모두의 마음속에 사시사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