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글·사진 황해원 푸드 칼럼니스트
‘게’ 하면 대부분 대게나 꽃게를 먼저 떠올린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게는 크고 살도 꽉 차 식당에서 주요리로 흔히 판매되기 때문이다. 반면 참게는 크기도 작은 데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표 메뉴로 내는 식당이 드물다. 주로 게장이나 무침 같은 반찬으로 제공해 ‘제철에 꼭 맛봐야 할 별미’로 인식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참게는 참게만의 특별한 맛과 매력을 지닌다. 우선, 국내에서 유일하게 민물에서 자란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 하구나 하천에서 심심찮게 발견되며, 특히 서해로 흘러드는 하천 수역과 섬진강
유역에 많이 분포한다. 논둑이나 개울에 구멍을 파고 들어가 서식하는 습성이 있으며, 크기는 작지만 민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살이 단단히 응축돼 고소하다.
참게는 산란기가 되면 바다로 이동해 알을 낳는다. 그렇게 나온 유생은 다시 민물로 돌아와 2~3년의 성장
기간을 거쳐 성체가 된다. 성장기 동안 작은 물고기나 수생식물 등 다양한 먹이를 섭취해 바닷게보다
풍미가 더 진하다.
지금이야 철마다 대게나 홍게, 꽃게 등을 찾아 먹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참게를 훨씬 귀하게
여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만 해도 ‘게’ 하면 대부분 참게를 떠올릴 정도로 흔하면서도 귀한
식재료였다. 실제로 『동국여지승람』과 『자산어보』 같은 조선 시대 문헌에도 참게에 관한 요리법과 여러
일화가 소개될 만큼 참게는 그 당시 사람들에게 중요한 먹거리였다.
특히 섬진강에선 봄에 산란하는 동남참게를 발이나 통발로 잡아 다양한 요리에 사용했으며, 그중 간장에
오랫동안 절여 만든 ‘참게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으로 손꼽힌다.
참게는 살이 부드럽고 간이 적절히 배어 있어 전통 간장과 만나면 깊고 달콤한 감칠맛이 우러난다. 이러한
참게는 찌개나 전골 등 녹진하고 얼큰한 맛을 내는 요리에 활용되기도 한다. 특히 전라남도에서는 참게로
끓인 매운탕이 향토 음식으로 유명하다.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끓인 국물에 참게, 애호박, 시래기, 무, 국간장 등을 넣고 푹 끓여내면 장맛이 우러난
진한 육수에 참게의 풍미가 더해져 맛깔스러운 감칠맛이 입안에 감도는 밥도둑 찌개가 완성된다.
참게는 본연의 깊은 맛과 탁월한 질감을 지닌 식재료로, 앞으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참게를 색다르고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참게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첫 번째 요리는 ‘태국식 참게 샐러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참게를 봄
제철 재료인 달래, 고수, 셀러리 등과 함께 피시소스에 버무려 내면 태국식 샐러드인 솜땀과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피시소스 특유의 쿰쿰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맛이 참게와 달래 향과 만나 다채롭고 풍부한
풍미를 만들어낸다.
두 번째 요리는 ‘얼큰참게짬뽕’이다. 참게는 메인 재료뿐 아니라 육수로도 천연 조미료 역할을 톡톡히 한다.
참게의 진한 맛이 짬뽕 육수에 스며들어 불맛이 가득한 깊고 진한 국물이 우러난다. 짬뽕을 완성한 후
익힌 참게 딱지를 통째로 올려 담아내면 눈으로도 즐길 수 있다.
• 재료 | 참게 2마리, 쪽파 1줄기, 달래 20g, 태국 쥐똥고추 2~3개, 마늘 2개, 고수 1줄기, 셀러리잎 3장, 피시소스 2큰술, 라임주스 2큰술, 설탕 1큰술 |
• 재료 | 참게 1마리, 죽순 10g, 오징어 10g, 양송이 1개, 목이버섯 15g,
칵테일 새우 3미, 배추 20g, 전복 1미, 양파 100g, 중화식 중면 180g,
육수 재료 물 1L, 참게 4마리, 꽃소금 1큰술, 고추기름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치킨 스톡 1큰술, 간마늘 1/5큰술, 백후추 약간, 식용유 10큰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