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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22 Vol.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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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상담소

수능의 계절, 11월
수험생 불안을 잠재우는 위로의 한마디

11월, 수능의 계절이 다가오면 수험생은 물론 부모들의 마음도 간절해진다. 하지만 부모의 이런 마음을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녀에게 '부담'이라는 거대한 폭탄을 던져 시험을 보기도 전 불안감을 조성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예민해지는 자녀와 이를 지켜보는 부모와의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하면 그 고뇌의 시간을 좀 더 줄일 수 있고 수능에서도 공부한 만큼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박재원 부모 교육 전문가

성적을 떨어뜨리는 시험의 적, ‘긴장감’

쌍둥이 자녀를 둔 대만의 한 교수는 어느 날 똑같이 시험을 본 두 자녀의 성적에 의문을 가지게 됐다. 평소 실력이 더 뛰어난 아이의 시험 성적이 다른 한 아이보다 오히려 낮게 나온 것이었다. 그는 실력에 비해 성적이 더좋은 다른 쌍둥이 자녀 사이의 어긋난 결과를 찾아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중학생 779명의 DNA를 분석했고, 결국 시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시험 문제를 풀 때 긴장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한 것이다.
‘전사(戰士)형’ 유전자를 가진 경우가 ‘걱정쟁이형’ 유전자를 가진 경우보다 시험 상황에서 덜 긴장한다고 한다. 걱정쟁이형은 평소 언어 능력, 기억력, 사고력, 문제 해결력 등에서 우수하지만, 시험을 볼 때는 전사형보다 더 긴장하기 때문에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긴장하면 “머리가 하얘진다!”라고 표현하는데, 이에 대해 뇌과학이 많은 것을 밝혀냈다.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 활성화되는 두뇌 부위가 다르고 가능한 학습·사고 유형에 차이가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뇌는 차분한 상태가 되어야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추상적 내용을 떠올려 활용할 수 있다. 다소 긴장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면 평소 공부한 내용을 떠올리지 못할 수 있다.
이제 “아는 건데 틀렸어요!”라는 말이 이해된다. 평소 노력을 통해 실력을 갖췄어도, 분명 자기 머리에 저장되어 있어도, 문제를 푸는 순간의 마음 상태에 따라 떠오를 수도,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실전에서는 긴장 때문에 답을 찾지 못했지만 나중에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문제를 보면 답이 빤히 보인다. 억울하고 안타깝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부모의 말 한마디가 불러온 거대한 부담감

이전에 수험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수능 당일 고사장에 들어갈 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지 부모들에게 조언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직접 “작년 고사장에 들어갈 때 부모님에게 어떤 말을 들었어? 기분은 어땠어?” 등을 물어보았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한 여학생이 눈물을 흘렸다. “엄마,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고사장을 향해 돌아서는 순간 들은 ‘그 한마디’ 때문에 문제를 푸는 내내 엄마 모습이 떠올라 수능을 망쳤다고 울먹였다.
자식을 전쟁터에 보내놓고 애타는 부모 심정을 감히 누가 탓하겠는가! 하지만 부모의 마음을 날것 그대로 아이에게 전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볼 일이다. 부담감이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 부모의 불안과 초조, 긴장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되기에 십상이다. 다음은 대학 입시 전문 주간지1)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얼마 전 아이 친구 엄마들과 모임이 있었어요. 여름방학이 지나면서 부쩍 지치고 불안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 때문에 다들 걱정도 많고 심란했네요. 곁에서 지켜보기도 안타까워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이런저런 얘기로 꽃을 피웠지요.

1) 「내일교육」 1603호, 2022년 10월 5일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들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그리고 집에 가서 진지하게 아이에게 ‘도와줄 방법’을 얘기했을 때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데 부담감만 주는 얘기에 어두워지는 아이의 표정도 그려진다. 불안한 부모의 마음 상태에서 생각해 낸 이야기를 아이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마음 상태에 따라 생각의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는 뇌과학의 설명은 수험생만이 아니라 부모에게도 적용돼야 마땅하다. 소위 ‘기도발’이 통한다는 종교 시설을 찾는다면 아이의 수능 대박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도했으면 좋겠다. 아이의 수능 성적이 그대로 부모 성적표가 되는 현실에서 부모의 마음 상태가 불안감으로 가득 찬다면 자칫 아이의 평소 실력 발휘를 방해하는 언행을 하기 십상이다. 대박을 기원했지만 결국 “엄마 아빠 때문에 망쳤어!”라는 말을 들어서야 하겠는가.

‘화이팅’보다 효과적인 공감과 위로의 말

우선 수험생 부모들은 주변 이야기를 가려듣기 전에 사람을 가려서 만나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깊이 빠져든 불안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변 부모들까지 오염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부모들을 흔히 본다.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안정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면 반드시 피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연구 결과를 활용하자. ‘시험 직전 행동에 따른 긴장감 변화’를 비교 연구했는데 ‘막판 복습하기’는 –3.05, ‘심경 메모하기’는 –6.92, ‘격려(응원) 메시지 읽기’는 무려 -21.03의 긴장감 해소 효과가 확인됐다고 한다. 우선 아이에게 시험 문제를 푸는 순간에 긴장감이 올라오면 시험지 한구석에 ‘지금 긴장하고 있어’라고 심경을 메모하면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도록 하는 연습을 권해보기를 바란다.
이제 아이에게 전할 메시지를 준비하자. ‘파이팅!’, ‘최선을 다해!’라는 말은 부담감만 더 준다고 했다. 다음은 수험생들이 가장 좋았다고 한 말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시험 보느라 너무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험을 치르다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위기의 순간, 부모가 자기 감정에 빠지지 않고 수험생의 심정이 되어 생각한 한마디가 도움이 될 것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