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작성자 이*선 2025-05-02
교단에서 아이들과 책쓰기 활동을 한지 3개월쯤 되었을 무렵, 저는 동아리에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아이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수업 중에도, 쉬는 시간에도, 조용히 책상에 앉아 있기만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질문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처음엔 사춘기쯤이려니 생각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아이에게 조금씩 말을 걸면서 친해지려고 부단히 애를 썼습니다.
“동우야, 오늘은 이 책을 읽고 싶니? 우와 진짜 대단한데?”
동우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머물렀었습니다.
그날 이후 동우는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했고, 수업 중 눈을 마주치기 시작했고 가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1년여년이 흘렀을 쯔음, 동우가 어느 날 제게 찾아왔습니다. 손에는 접힌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습니다.

“선생님... 이거 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놀란 눈으로 편지를 받아들었고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편지에는 또박또박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말은 잘 못했지만, 선생님 덕분에 학교가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고맙습니다.”

그날 저는 내가 그래도 조금은 괜찮은 교사가 되어가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가장 깊이 마음이 울렸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