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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탐구생활

양면적 소비자
당신은 ‘앰비슈머’인가요?
트렌드 탐구생활01
평소에는 가격과 성능을 꼼꼼히 따지고 각종 쿠폰을 이용해 소비하지만,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야누스 같은 소비를 하고 있진 않나요?
그렇다면 당신을 ‘앰비슈머’로 인정합니다.

글·사진 황연희

디토앤디토의 취재 기자 및 총괄 이사이며,
신구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이다.

초저가로 급성장 중인 알리와 테무

최근 소비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이슈로 떠올랐다. 테무에서는 양말 열 켤레를 4,039원에, 트렌디한 신발도 1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10만 원만 있으면 마치 억만장자처럼 쇼핑이 가능한 셈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과 리테일, 굿즈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월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이용자 수는 818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0% 증가했다. 테무는 한국 출시 7개월 만에 581만 명을 기록했다.
‘중국발 초저가 쇼핑 앱 알리·테무 공습경보’, ‘알리와 테무가 몰고 온 공포의 그림자’ 등 뉴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급성장 중인 중국의 직구 커머스에 다들 놀란 눈치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MZ세대 사이에는 무지출 생활이 유행하고 있다. 합리적 소비와 절약 방법을 공유하는 오픈 채팅방 ‘거지방’에서 서로의 소비 방식을 평가하고 절약 요령을 공유하거나, 식비를 줄이기 위한 무지출 챌린지로 냉장고 속 남은 재료를 활용해 음식을 만드는 ‘냉파(냉장고 파먹기)’, 앱을 통해 현금 포인트를 쌓는 ‘앱테크’, 알뜰 소비를 추구하는 ‘짠테크’ 등이 일상이 되고 있다.
경기 불황에 초저가 가성비 소비는 당연한 소비 패턴으로 대수로울 게 없다. 하지만 초저가 매력에 빠진 사람 중에도 본인이 선호하거나 중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 서비스에는 가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쉽게 지갑을 여는 ‘평균 실종 소비’ 현상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이런 ‘양면적 소비자’를 일컬어 ‘앰비슈머(Ambisumer)’라고 부른다.
* 출처: www.wiseapp.co.kr

트렌드 탐구생활02
KBS 예능 프로 ‘살림남’에 소개된, 앰비슈머인 모델 정혁
트렌드 탐구생활02
KBS 예능 프로 ‘살림남’에 소개된, 앰비슈머인 모델 정혁
평일엔 ‘빵원’ 살기, 주말엔 파인 다이닝

‘앰비슈머’는 ‘Ambivalent(양면적인)’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다. 소비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선 가치에는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후순위 항목에는 최대한 절약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일상형 소비와 프리미엄 소비를 동시에 즐긴다고 해 ‘야누스 소비’라고도 한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공유한 모델 정혁이 전형적인 MZ세대의 앰비슈머로 꼽힌다. 그는 ‘거지방’에서 ‘빵원 살기’ 노하우를 배우고, ‘냉파’로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며 짠테크 일상을 소개했다. 하지만 취미로 키우는 물고기 축양장의 안전과 체계적 관리를 위해 1층 상가를 임대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사회 초년생 A 씨는 이사를 앞두고 당근마켓에서 중고 가구와 가전제품을 구매했다. 그는 매일 좀 더 저렴하면서 쌩쌩한 중고 제품을 구하기 위해 핸드폰을 붙잡고 산다. 그런 그가 3월 오타니 쇼헤이가 출전하는 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를 직관하기 위해 70만 원짜리 테이블 석을 예매했다. 청담동의 20대 디자이너 B 씨는 평일에는 ‘제로 지출’을 자랑한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사로 점심을 해결하고, 출퇴근 교통비는 기후동행카드(월 6만 5,000원)로 해결하기 때문에 평일 지출 비용은 ‘0원’에 가깝다. 하지만 토요일 저녁에는 정기적으로 25만~30만 원을 투자해 유명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미식을 즐긴다.
이같이 고가와 초저가 소비를 동시에 추구하는 앰비슈머는 20~30대에 집중되어 있다.** 한동안 럭셔리 시장의 성장을 이끈 MZ세대는 욕망에 솔직하고,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이들 역시 장기 불황을 경험하며 극단적 절약 행동으로 태세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출처: KPMG 발간 보고서 「럭셔리 시장을 이끄는 뉴 럭셔리 비즈니스 트렌드」

과시욕의 오류일까, 취향의 존중일까

혹자는 앰비슈머들의 양극화된 소비를 MZ세대의 ‘허영을 위한 과소비’라고 비판한다. SNS에 과시하기 위한 한순간을 구매하기 위해 평균의 즐거움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본인 취향을 존중하고, 나를 위한 소비를 즐길 줄 아는 보다 건강한 가치소비의 발전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본인이 꼭 원하는 것에만 제대로 된 소비를 함으로써 자신들의 차별화된 ‘티 내기 문화’를 당당하게 전파한다는 것. 절약으로 인한 불편함은 있지만 내게 더 가치 있는 것을 획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비’라고 평했다.
준앤굿컴퍼니 브랜딩의 허준 디렉터는 “본인 취향이 뚜렷한 사람일수록 앰비슈머일 가능성이 크다. 요즘 고급 스파를 즐기는 20~30대 남성이 늘고 있는데, 앞으로 웰니스 시장에서는 젊은 앰비슈머를 공략하기 위해 최고급 서비스를 개발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본인의 취향을 존중하는데 거액을 지출하고, 동시에 거지방, 짠테크, 무지출 챌린지 등을 도전해 본 경험이 있다면, 당신도 ‘앰비슈머’일지 모른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