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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구석구석

봉화,
숨은 자연의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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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백두대간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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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백두대간수목원
경북 봉화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곳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는 다양한 식물과 호랑이 숲을 만나며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청량산 도립공원에서 트레킹을 즐기는 것도 좋다. 최근 코레일관광개발이 선보인 ‘경북의 숲(봉화)’ 기차여행으로 더 가까워진 봉화, 그 청량한 여름의 고장으로 떠나보자.

글·사진 백은하 여행 칼럼니스트

아시아 최대 규모,
백두대간수목원

봉화는 백두대간 중심부에 자리 잡은 산간 지역으로, 험준한 산세와 지리적 특성 때문에 예로부터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은 오히려 봉화가 ‘숨은 자연의 보석’으로 불릴 만큼 개발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코레일의 ‘경북의 숲(봉화)’ 기차 여행 상품 덕분에 봉화는 이제 더 많은 이에게 그 아름다운 모습을 편안하게 드러내고 있다.
봉화 하면 꼭 가봐야 할 곳이 바로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다. 백두대간의 품에 안긴 이 수목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자연의 보고다. 약 5,179만㎡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에는 백두산호랑이가 유유히 거닐고,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33%가 살아 숨 쉬고 있다. 특히 대표적 종자 저장 시설인 시드볼트(Seed Vault)를 운영중인 백두대간수목원은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목원 입구의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하는 전기 트램에 몸을 실어본다. 15분 만에 호랑이 숲에 도착하면 멸종위기종인 백두산호랑이 여섯 마리가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에서 활기찬 모습을 드러낸다. 정류장에 비치된 무지개 우산은 뜨거운 햇살을 피하는 데 유용하니 꼭 챙긴다.
호랑이 숲에서 15분 더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알파인하우스는 고산식물 보전을 위한 특별한 냉실이다. 6월부터 9월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알파인하우스 꽃별산책’이 열려 여름밤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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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인하우스에서 내려오는 길, 하얀 개망초와 어우러진 자작나무 숲을 지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암석원의 야생화와 거울연못의 멋진 반영도 놓칠 수 없는 풍경이다. 단풍정원, 야생초화원 등 39개의 다채로운 전시원은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지만, 워낙 넓으니 트램을 적절히 활용해 체력을 아끼는 것이 현명하다.
여름에는 알파인하우스에서 꽃별산책을 진행한다. 고산식물과 함께하는 별밤산책이다. 진입광장에서는 ‘여름을 물고 온 제비고깔’ 전시도 볼 수 있다. 하절기를 대표하는 여름 꽃들을 감상할 수 있다.

봉화의 절경을 만끽하는
백두대간협곡열차

봉화에 기차를 타고 도착했다면, 그 절경을 만끽하는 데에도 기차 여행을 강력히 추천한다. 2013년 개통한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는 숨겨진 봉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최고의 선택지다. 과거 목재와 석탄을 실어 나르던 산업용 철길이 관광열차로 탈바꿈하며 백두대간의 깊은 협곡과 빼어난 풍경을 선사한다. 특히 약 1시간 10분 소요되는 분천-양원-승부-철암 구간은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다.
백두산호랑이를 형상화한 기관차와 붉은 객차가 인상적인 백두대간협곡열차 내부는 일반 열차와는 확연히 다르다. 밝고 환한 분위기에 터널 진입 시 천장의 야광 장식이 신비롭게 빛난다. 시원하게 뚫린 대형 유리창과 창밖을 향한 좌석 배치는 숲과 계곡의 파노라마를 여유롭게 감상하게 하고, 수동으로 열리는 창문은 신선한 바람을 선사한다. 특히 1호 차는 후면이 전면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열차의 뒷모습과 철길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백두대간협곡열차의 출발점인 봉화군의 분천역은 스위스 체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해 이국적인 산타마을로 조성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어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분천역에서 약 6.5km 거리에 자리 잡은 양원역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다. 기차역이 없어 어려움을 겪던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직접 지은 사연 깊은 곳으로, 영화 ‘기적’의 실제 배경이 되기도 했다. 10분간의 정차 시간은 영화의 여운을 느끼고 기념사진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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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협곡열차와 열차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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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협곡열차와 열차에서 본 풍경

오지 중의 오지
승부역

양원역과 승부역 사이는 백두대간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을 자랑한다. 바위산과 절벽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미술관을 지나는 듯 경이롭다. 현재 ‘낙동강 세평 하늘길’은 인도교 공사로 폐쇄되었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광이다.
이어 도착하는 승부역은 ‘대한민국 최고 오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10분간의 정차 시간 동안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는 소박한 장터가 열린다. 동동주와 메밀전 등 정겨운 시골 먹거리는 기차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승강장 중앙에는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라는 옛 역장의 글귀가 새겨져 있어 깊은 울림을 준다.
승부역에서 약 25분간 달려 종착역인 철암역에 도착한다. 돌아오는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근처 철암탄광역사촌을 방문해 한국 광업의 역사와 당시 광부들의 생활상을 엿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미처 다 감상하지 못했던 풍경들을 다시 눈에 담고, 승부역과 양원역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천천히 둘러보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느리게 달리는 기차 안에서 협곡의 웅장함을 느끼고, 정감 넘치는 시골 간이역의 정취에 흠뻑 빠지는 시간은 바쁜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진정한 쉼과 여유 그리고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할 것이다.

산세가 아름다운 청량산과
천년 고찰 청량사

봉화에 왔다면 청량산 트레킹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경험이다. 경상북도 봉화에 자리한 청량산은 낙동강을 품은 명산으로, 해발 800m 내외의 바위 봉우리 12개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비경을 이룬다. 1982년 도립공원, 2007년 국가유산 명승으로 지정될 만큼 학술적·경관적·역사적 가치가 뛰어나다. 원효대사가 건립한 청량사, 고려 공민왕의 흔적 등 유서 깊은 문화유적이 곳곳에 숨어 있다.
청량산은 오르기가 쉽지 않지만, 빼어난 풍광 덕분에 찾는 이가 많다. 전문 산악인이 아니라면 청량사를 중심으로 돌아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청량사까지는 짧지만 가파른 선학정 코스와 완만하지만 긴 원효대사 구도의 길인 입석 코스 중 선택할 수 있다.
입석 코스를 따라 40분쯤 오르면 마침내 웅장한 청량사의 모습이 드러난다. 신라 문무왕 3년(663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로, 한때 33개의 부속 건물과 20여 개의 암자를 거느렸던 대사찰이었다.
청량사 입구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할 만큼 장관이다. 연화봉 아래 석탑, 삼각우송, 지장전, 유리보전 그리고 커다란 범종루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삼각우송은 지장보살의 화신인 소의 무덤에서 자라났다는 전설을 품고 있으며, 청량사 오층석탑에는 부처님 진신사리 5과가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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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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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

중심 전각인 유리보전(경북 유형문화유산)은 건칠약사여래좌상을 모신 곳으로, 고려 공민왕이 직접 쓴 현판이 걸려 있다. 풍수지리학상 길지 중의 길지로 꼽히는 청량사는 12개 봉우리가 연꽃잎처럼 사찰을 감싸안은 형세다.
유리보전 옆으로 청량산 하늘다리 이정표가 보이지만, 해발 800m의 자란봉과 선학봉을 잇는 현수교까지는 한 시간 이상 가파른 길을 등산해야 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한다.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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