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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잡(job)자

잊고 싶은 온라인상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디지털 장의사

인터넷과 SNS는 전 세계인들을 연결하며 새로운 세상을 열고 무한한 정보와 성공의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이 소통의 세상은 악몽 그 자체이다. 자신의 개인 신상이나 감추고 싶은 과거의 영상이나 이미지, 글들이 인터넷상에서 마구 돌아다녀 고통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SNS 채널에서 자신에게 가하는 비판이나 비난으로 상처 입은 사람도 늘고 있다. 이들은 이런 끔찍한 기록이나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만, 완벽한 삭제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인터넷상의 개인의 기록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 서비스이다.

한상근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터넷 공간에서 잊힐 권리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인터넷 기록을 삭제하는 데 관심을 가진다. 기업은 회사에 대한 좋은 평판을 유지해야 하는데 사실과 거리가 먼 정보가 유통될 경우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기록이나 정보를 삭제하려고 한다. 기업은 개인 못지않게 디지털 장의사의 주요 고객이다.
온라인상 기록 삭제 여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이슈다. 2014년 EU 사법재판소는 검색 서비스의 링크에 대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잊힐 권리’를 인정한 바 있다. 잊힐 권리는 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상에서 자신과 관련한 정보의 삭제나 배포 금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온라인상 기록이나 정보를 삭제하는 일이 하나의 업으로 등장한 것은 본래 고인의 기록을 지우기 위한 것이었다. 2010년대 초 미국에서는 고인의 흔적을 지우는 전문 회사가 출현하였다. ‘잊힐 권리’와 ‘디지털 유언’이라는 이슈를촉발시킨 최초의 사이트인 라이프인슈어드 닷컴은 온라인 상조회사를 표방하면서 살아생전 기록을 삭제하기를 원하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고인 계정으로 올라간 블로그나 SNS의 글을 지우는 일을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디지털 장의사를 표방하면서 활동하는 여러 회사가 등장하였다. 디지털 장의사의 서비스를 원하는 개인이나 기업을 위해 인터넷 게시물, 사진과 동영상, SNS 계정 등의 삭제 업무를 하고 있다.

절망한 피해자들의 인격을 찾아주는 디지털 정보 전문가

디지털 장의사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개인이 원하지 않는 인터넷 기록 및 정보를 삭제 또는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하는 일을 한다. 정보 삭제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인터넷이나 SNS상에 기록된 정보를 삭제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한다. 자신과 관련한 정보를 삭제하기를 원하는 고객을 만나 상담을 하고 고객의 어려움과 정보의 유출 경위 등을 파악한다. 데이터 검색 프로그램을 이용해 온라인에 유출된 정보를 찾는다. 삭제할 정보 목록을 작성하고 해당 사이트의 관리자에게 삭제를 요청한다. 삭제 여부를 확인하고 고객에게 알려준다. 이후 삭제된 정보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지 지속해서 모니터링한다.
디지털 장의사는 최근에 등장한 직업으로 정해진 교육과정이 별도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온라인상 정보를 다루는 업무인 만큼 인터넷 서비스, 프로그래밍,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등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법과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활용해야 하는 직업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청소년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법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개인은 특정 사이트에만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분석을 하면 여러 사이트에 같은 내용이 올라간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정보수집이 필요하기에 끈기와 인내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개인의 권리 지키고 선한 영향력 전파

디지털 장의사의 일은 앞으로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한국인의 인터넷 이용률은 91.9%(2020년 기준)에 달한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SNS를 활용하는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정보 유출이나 온라인상 사고가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이나 기관에서도 온라인상 기록 삭제에 관심이 많고, 회사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나 비방이 포함된 정보나 기록을 삭제하려는 회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강화하려는 제도적 움직임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EU처럼 잊힐 권리를 명시적 권리로 보장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개인의 권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특정한 사람에게 해를 줄 수 있는 정보의 삭제와 검색 배제 등을 강제할 수 있는 법률안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과 관련 제도의 강화로 앞으로 디지털 장의사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 직업이 가진 특별한 의미는 정보 유출로 피해를 본 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디지털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