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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속 흥미진진한 경제·시사 이야기

OTT 속 세상

악마의 유혹, 마약. 그 끝에 찾아오는 파멸
드라마 ‘하이쿠키’
OTT 속 세상01
OTT 속 세상01
극심한 긴장감에 빠져 있을 때, ‘달콤한 간식’ 한입은 기분을 전환해 준다. 지독한 업무 스트레스에 빠져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단맛은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여기, 마법 같은 쿠키가 있다. 한입이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공부 효율이 오른다. 절반이면 기분이 좋아진다. 걱정이 사라지고 몸이 한없이 가벼워진다. 한 개를 다 먹는 순간 꿈이 이뤄진다. 이 쿠키, 안 당길 수 있을까.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쿠키를 한 개 이상 먹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마약 같은 쿠키’, 하이쿠키가 이뤄주는 꿈 그 끝에는 과연 행복이 찾아올까.

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성적 최상위 학교의 비밀 간식

U+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쿠키’는 의문의 수제 쿠키가 엘리트 고등학교에 일으킨 파문을 다룬다. 정한고등학교는 최상위 학생들이 가는 기숙학교다. 전교 10등까지는 S반에 편성된다. 학교는 최고의 입시 컨설턴트를 영입해 이들을 위한 입시 전략을 짜준다. 경쟁이 최고의 선(善)인 이 학교에서 학우는 경쟁의 대상일 뿐이다. 어느 날 전교 1등 ‘유정’이 화장실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뒤이어 S반에 들어온 지혜도 자살하고 만다. 알고 보니 암암리에 빙그레 웃는 모양의 수제 쿠키가 유통되고 있었고, 이 쿠키에는 마약이 들어 있다. 콘텐츠는 시대를 반영한다. 학교와 마약.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소재는 더 이상 생경한 관계가 아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 마약은 생각보다 깊이 들어와 있다. 지난해 4월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라며 학생들에게 무료 음료를 나눠준 일당이 최근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마약 음료를 학생들에게 제공한 뒤 신고하겠다며 부모들을 협박했다. 수원 경찰청은 중·고등학생 사이에 1만 원대 마약류가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성적 지상주의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집중력을 높여주는 음료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 될 수 있다.

우리 옆까지 뻗친 마약의 위험

최근 마약은 젊은 층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클럽 등에서 술이나 음료에 몰래 마약을 탄 뒤 범죄를 저지르는, 이른바 ‘퐁당 마약 범죄’는 널리 알려져 있다. 모르는 사람이 건네는 술 혹은 음료는 마시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 되고 있다.
마약은 종류가 매우 많다. 법적으로 보면, 신경계에 각성 효과를 유발하며 장기 복용 시 탐닉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 물질을 총칭한다. 아편, 헤로인, 메스암페타민(필로폰·히로뽕)이 대표적이다. LSD, 대마초, GHB(일명 물뽕), 케타민, MDMA(엑스터시)도 마약이다. 우리나라는 대마초부터 헤로인까지 마약의 범위를 폭넓게 규정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3년 1~10월 적발된 마약사범은 2만 2,393명에 달했다. 전년 동기(1만 5,184명) 대비 47.5% 증가했다. 2017년 1만 4,123명이던 마약류 사범은 2022년에는 1만 8,395명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사상 처음 2만 명대에 진입했다. 전국 57개 하수처리장에서는 메스암페타민, 펜디메트라진 등 불법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다. 식약처는 이를 인구 1,300명 가운데 한 명꼴로 매일 필로폰을 한 차례 투약하는 정도의 잔여물로 추정했다.
국내 마약사범이 급증하면서 처벌 규정도 강화되고 있다. 살인 등 특정 강력 범죄나 성폭력 범죄에 한정되던 중대 범죄자 신상 공개 대상이 확대돼 앞으로는 마약 범죄에 연루된 경우에도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다. 필요시 얼굴을 강제로 촬영할 수 있고, 아직 피고인 신분이더라도 요건을 갖추면 법원이 신상 공개를 결정한다.

학교와 학생도 안전하지 않다

마약은 규제가 심한 만큼 생산과 유통이 은밀하게 이뤄진다. ‘하이쿠키’도 쿠키를 만드는 ‘쉐프’, 운반 총책인 ‘이모’, 운반하는 ‘직원’ 등으로 각자 역할이 나뉘어 있다. 물론 누가 쉐프인지, 이모인지, 직원인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드라마에서 하이쿠키는 세탁된 교복 속에 숨겨져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우리는 학교 내에서 학생 간 마약 거래가 드라마의 픽션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마약과 관련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마약사범 연령층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인데, 작년 11월까지 검거된 10대 마약사범은 총 1,380명으로 이는 2022년(481명) 대비 3배 정도 증가한 수치다. 전체 검거 인원에서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5.5%다. 2022년(2.6%)보다 2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단순 호기심에 의한 투약뿐 아니라 밀반입·유통 범죄에 가담하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작년 3월에는 중학생 3명이 SNS로 구입한 마약을 함께 투약한 사건이 있었다. 2021년에는 고등학생 3명이 SNS를 통해 마약을 유통하고 8,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얻었다. 가정과 학교 모두 학생들의 마약 투약과 유통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 가정과 학교에서 학생들의 이상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필요하다면 상담을 통해 빨리 문제를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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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중독성만큼 어려운 마약 근절

최근 정부는 마약 근절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마약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근절하기 어렵다. 중독성 때문이다. 한 번 마약을 투약해 실형을 선고받았던 사람이 다시 마약류 범죄를 저질러 3년 내 교도소에 들어가는 경우도 50% 이상이다. 그래서 치료와 계몽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대상자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해 치료비의 70%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마약사범 재활 전담 교정 시설과 마약류 중독자 치료에 필요한 치료보호 기관도 증설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유명인과 ‘NO EXIT’ 마약 근절 온라인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식약처에서도 마약류 등의 온라인 불법유통을 막기 위한 AI 기반 시스템을 구축한다.
드라마 속 정한고 학생 3%가 하이쿠키 고객이다. ‘쉐프’는 고객을 10%까지 확대하려고 한다. 동생을 살리고 싶은 ‘수영’은 ‘직원’이 돼 직접 ‘영업’에 나선다. 하이쿠키는 정한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높아진 집중력으로 많은 학생의 성적이 향상돼 진학률이 높아졌을까, 아니면 마약에 중독된 학생들이 폐인으로 전락할까. ‘하이쿠키’는 정한고를 통해 마약에 노출된 우리 사회에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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