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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속 세상

썸? 아니 이젠 결혼이야
‘하트페어링’으로 본 결혼 동향
OTT 속 세상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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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거리는 썸, 달콤한 연애 그다음은? 2017년 첫 방영된 ‘하트시그널’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붐을 일으킨 콘텐츠다. 썸에서 연애로 이어지는 두근거림과 설렘은 시청자들의 폭발적 반응을 끌어냈다. 시즌 4까지 제작된 ‘하트시그널’이 ‘하트페어링’으로 새롭게 돌아왔다. 매 시즌 흥행에 성공한 ‘하트시그널’은 프로그램 종영 후에도 출연자들의 현실 커플 여부가 늘 화젯거리였다. 과연 출연자들은 성공적인 연애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결혼까지 이어질까?

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 사진 채널A

‘하트페어링’, 썸의 끝은 결혼?

단순한 썸을 넘어 결혼을 꿈꾸는 이야기, ‘하트페어링’이 시작된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여성 참가자 제연이 고색창연한 나무에 둘러싸인 노란 2층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걱정과 설렘이 교차하는 5일 동안, 토스카나에서는 직업과 나이를 숨긴 채 연애 감정이 피어난다.
꿈같은 시간이 지나고 서울에서의 20일이 시작되면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연애의 설렘은 옅어지고 서로는 더욱 진지한 관계로 나아간다. 진행자 윤종신은 “연애와 결혼은 마음가짐과 무게감부터 다르다”라고 말한다.
참가자들은 만남 전, 결혼에 대한 33가지 질문이 담긴 ‘페어링 북’을 만들었다. ‘어떤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가?’ ‘결혼 후 원하는 수면 형태는?’ ‘희망하는 부부의 월수입은?’ ‘아이를 원하나?’ ‘싸우면 어떻게 푸는가?’ 등 현실적인 질문을 통해 서로의 가치관을 확인한다.
결혼은 비주얼에 좌우되는 연애와도, 잠시 머무는 동거와도 다르다.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찾는 일, 결혼은 가치관과 환경의 조화가 중요하다. 남자 참가자 찬형은 “결혼해야 한다. 쉼 없이 달려왔고 혼자만의 침묵에 지쳤다. 이제는 연애를 넘어 함께 나아갈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고 진솔한 마음을 전한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결혼의 흐름과 변화

최근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향이 썸에서 결혼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커플팰리스 2’와 ‘중매술사 2’는 풋풋한 설렘보다는 현실적인 결혼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 사회에서 결혼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4’에 따르면, 2020년 기준 40대 미혼 남성 비율은 23.6%, 여성은 11.9%로 나타났다. 30대 미혼 남성은 절반이 넘는 50.5%, 여성은 32.8%였다. 그러나 결혼 의향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기준 30~34세 남성의 80.0%, 여성의 72.5%가 결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결혼을 원하지만 사회적·경제적 여건 때문에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결혼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된다면 혼인 건수는 증가할 여지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지속해서 감소하던 혼인 건수가 최근 반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의 2025년 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1만 9,37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3%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연속 증가세이며 전국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2차 에코붐세대*의 결혼 적령기 도래와 코로나19로 인한 결혼 지연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혼인 건수 증가 추세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에코붐세대: 1991년 1996년에 태어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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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페어링’이 보여주는 결혼의 꿈과 현실 사이

하지만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미혼 남녀의 65.2%가 결혼 의향을 밝혀 6개월 전 조사(61.0%)보다 4.2%p 상승했다. 특히 30대 여성의 결혼 의향 비율은 같은 기간 48.4%에서 60.0%로 크게 증가했으며, 자녀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7.1%p 높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와 지자체의 결혼 장려 정책, 신혼부부 지원 강화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가족의 중요성 부각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추정된다.
그러나 높은 집값, 물가 상승, 과중한 교육비, 불안정한 고용 환경 등 경제적 부담과 육아 부담은 여전하며, 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중시하는 가치관 또한 강화되는 추세여서 결혼 증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나금융연구소의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주택 마련, 결혼식 비용 등 결혼에 소요되는 비용은 매년 약 1,000만 원씩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3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는 평균 2억 635만 원을 결혼 비용으로 지출했으며, 예비부부는 2억 2,541만 원을 예상하고 있다. 결혼 자금의 77%는 신혼부부 스스로 마련하며, 나머지는 양가 가족의 지원에 의존하거나 의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력으로 자금을 마련하더라도 10명 중 6명은 대출을 이용하며, 그중 4명은 결혼 자금의 절반 이상을 은행 대출로 충당할 것이라고 답했다.
결혼을 목표로 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트페어링’ 출연진 역시 변호사, 의사, 대기업 직원, 모델 등 경제적 능력을 갖춘 이들이 주를 이룬다. 뛰어난 외모를 제외하더라도 경제력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은 이들이기에, 일반적인 청춘남녀가 직면한 결혼이라는 주제를 현실감 있게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