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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이모작

40만 아이들의 물벼룩 할아버지

생태학습 전문가
홍순길 회원
매년 수만 명의 손주가 새로 생기는 사람이 있다. 그 아이들을 위해 매년 나비와 메뚜기의 알을 받고, 청개구리를 기르고, 물벼룩을 키우는 사람이 있다. 서울시 초등학생들의 영원한 물벼룩 할아버지, 홍순길 회원이다.

이성미 / 사진 이용기

곤충, 개구리, 수생식물의 아빠, 물벼룩 할아버지

“요새 비가 오질 않아 걱정이에요. 전시관 뒤편에 구덩이를 파고 빗물을 받아 수생식물을 기르는데, 물이 많이 말랐거든요. 보기엔 그저 작은 구덩이 같지만, 붕어마름 등 수생식물과 물고기, 곤충 등 수많은 생명이 사는 곳이지요.”
물 없이 마른 땅처럼 홍순길 회원의 표정이 굳는다. 그러다 풀잎 사이에서 얼굴을 내민 애벌레를 보더니 금방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홍순길 회원을 울고 웃게 하는 것은 세상 모든 작은 것의 몸짓이다.
“올해는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곤충을 주제로 한 강의를 하고 있어요. 196시간이 계획되어 있는데 지금까지 100시간 정도 강의를 했습니다. 이곳 생태학습관에서는 하루 3시간씩 8개월간 일하고 있고요. 서울시 인생 이모작 센터에서 하는 생물 학습자료 지원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1인 기업을 운영하면서, 집에서는 손녀를 돌봐줘요.”
퇴임 후 홍순길 회원은 ‘N잡러’가 됐다. 홍순길 회원이 주로 일하는 곳은 서울 관악구에 자리한 서울시 교육청 과학전시관 생태학습관. 서울시내 650여 개 초등학교와 특수학교에 고루 배포되는 생태학습 자료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홍순길 회원과 13명의 퇴직 교사들은 일 년 내내 힘을 모아 생물을 배양하고, 채집하며, 자료의 성격에 맞게 포장하고 배포한다.
예를 들어, ‘배추흰나비의 한살이’ 학습자료 제작은 2월 초 화분에 케일 씨앗을 심는 것부터 시작된다. 화분 3천여 개에 케일을 기른 후 거기에 나비가 알을 낳게 하고, 서울시내 초등학교 3학년 각 학급에 택배로 보내는 것이다. 이것을 하나 하나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손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개구리를 손가락에 얹어 행복하게 웃음 짓는 주인공 이미지 9월에는 10여 종의 수생식물을 보내고, 학교에서 요구할 경우 물벼룩, 원생생물도 보낸다. 학습관 한편에는 거북이도 기른다. 거북이 똥에서 양질의 플랑크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꼭 학교에 보낼 것이 아니더라도, 생태학습관의 환경을 가장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메뚜기, 청개구리, 송사리 등도 길러 방생한다. 이처럼 물벼룩을 키우는 모습이 TV와 신문 등에 나온 후 홍순길 회원에게는 ‘물벼룩 할아버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선생님’이란 말보다 ‘물벼룩 할아버지’라는 말이 더 좋다”라면서, “세상에서 나만큼 손주가 많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웃는다.
어릴 때부터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면 우리 사회가 많은 변화를 겪으리라 믿어요. 또 곤충을 기르는 일은 평생의 ‘행복’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50년 동안 한결같이, 아이들을 위한 생태 교육

홍순길 회원이 초등학교 생태 교육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50년이 흘렀다. 1971년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 후 교사가 된 홍순길 회원은 2011년 서울시교육청 성북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생태 교육 활성화에 온 힘을 쏟았다.
“지방에서 오래 살다가 서울에서 선생님이 되었는데, 저는 흔하게 보던 곤충을 서울 아이들이 무척 신기해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어요. 나비가 번데기에서 탈피하는 것을 봤을 때는 또 얼마나 신나 하던지요.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곤충을 정말 좋아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저는 초등학생 시절에 생명의 중요성을 깨닫는 교육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게 되면, 우리 사회가 많은 변화를 겪으리라 믿어요. 또 곤충을 기르는 일은 평생의 ‘행복’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어릴 때 좋은 경험을 많이 할수록 아이들의 마음속에 행복이 쌓이고, 나아가 인생이 행복해질 테니까요.”
사람은 인생에서 학교에 있는 동안 가장 많은 교육을 받으며, 가치관을 형성한다. 그래서 홍순길 회원은 교직에 있을 때부터 생태 교육에 온 힘을 쏟았다. 교실 창가에 무를 심어 나비가 날아와 알을 낳게 했고, 그것을 아이들과 관찰하며 추억을 쌓았다.
식물 이미지1 식물 이미지2
2004년 서울효제초등학교에 교장으로 재임했을 때에는 학교 안에 십 년간 방치되던 야외 수영장을 개조해 생태 연못을 만들고, 송사리를 키워 학습 도구로 활용했다. 그렇게 40여 년간 생태 교육에 힘쓴 공로로 교육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교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생태 교육을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퇴직하자마자 홍순길 회원은 서울시 교육청 과학전시관 한편에 자리한 생태학습관에 자리를 잡았다. 여전히 아이들이 자신으로 하여금 학교 안에서 행복한 시간을 축적하길 바랐다. 생태학습관을 찾은 아이들에게도 도시에서 마주하기 힘든 귀한 볼거리를 주고 싶었다. 풀숲에서 메뚜기를 발견한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나비가 우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의 눈이 커지는 상상을 하며, 홍순길 회원은 오늘도 부지런히 장화를 신는다. 주방에서 열심히 일하는 주인공 이미지

‘자연’스러움에서 건강한 행복을 찾다

행복은 옮는다. 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면, 덩달아 나도 행복해진다. 홍순길 회원도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면서, 자신의 행복을 얻는다. 특히 홍순길 회원은 “매일 생태학습관을 오가며 열심히 움직인 덕분에 오래 먹었던 혈압약을 퇴임 후에 끊었다”라며 자랑한다. 그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임을 작은 생명으로부터 배웠다.
“물벼룩은 항상 움직여요. 살기 위해 그렇게 끊임없이 활동하는 것을 보면 작은 생명체일지라도 존경스러워요. 우리 인간도 살기 위해서는 멈추는 것보다 활동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입니다. 저도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지, 이제는 손에서 일을 놓으면 지루해요. 지금은 아이들에게 학습자료를 주기 위해 일 년간의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니까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합니다. 저는 퇴임 이후 10년 동안 일기를 썼는데 빈자리가 없어요. 그걸 보면 뿌듯하고요. 퇴임하거나 퇴임을 준비하는 분들께 ‘꼭 평생 할 일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웃음짓는 주인공 사진 1
누구를 닮은 교사보다 개성을 드러내고, 자신의 철학을 실현하는 교사가 되십시오. 그럼 저절로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을 지지하게 될 것입니다.
식물 관리하는 주인공 사진 2
여생을 후회 없이 살기 위해 홍순길 회원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1인 기업 창업도 그중 하나다. 생태 교육을 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를 실용화하기 위한 기업을 세운 것이다. 교직에 있을 때 생태 교육이 옳다고 믿었듯이 그는 퇴직 후에도 계속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로 가려 한다. 그리고 현직에 있는 교사들도 자신과 같이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
말을 마치고, 하늘에 먹구름이 밀려오는 것을 본 홍순길 회원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번진다. 그토록 기다리던 비가 오려는 모양이다. 그의 시선은 항상 살아있는 것의 마음을 따라 움직인다. 살아있다면 움직이는 것,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따라 가는 것, 해가 바뀌면 또 다음 해를 준비하는 것. 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을 홍순길 회원은 계속하고 있다. 그래야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것을 자연이 그에게 가르쳐주었고, 그는 배운 대로 살고 있다. 그렇게 계속 살아가려 한다. 매년 그를 기다리는 40만 명의 손주들을 위하여. 케이 로고 이미지 관찰하는 주인공 이미지

은퇴 후에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재능을 기부하며 역동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을 실현하고 있는 회원님을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 「The-K 매거진」 지면에 담아 많은 회원님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전해드리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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