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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인사이드

가족은 정서적 공동체,
완벽한 부모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가족심리상담가 숭실사이버대학교
이호선 교수
가족은 정서적 공동체
친절한 설명과 똑 부러지는 화법으로 가정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이호선 교수. 여러 방송과 매체에서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사람들을 행복의 길로 안내하는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다. 가장으로서의 부담과 자녀 양육으로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한 그의 속 시원한 상담에 귀 기울여보자.

글 임도현 / 사진 김수

가족문제의 시작은 대화의 단절에서부터

이호선 교수는 대부분의 가족문제가 부족한 대화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맞벌이 부부가 일반화된 요즘, 소통의 부재는 가족 구성원 간 보이지 않는 벽을 쌓게 하고 세대 갈등으로 심화되는 것이 우리나라 가족들이 겪는 일반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부모는 집단주의 문화를 경험한 20세기형 세대지만 자녀는 개별성이 강한 21세기형 인류입니다.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는 이 시대의 트렌드가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며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죠.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도 해요.”

‘자퇴 브이로그’ 들어보셨나요?
X세대도 피해갈 수 없는 ‘부모의 신화’

부모는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TV를 시청하는 것에 익숙한 세대다. 하지만 자녀는 자기 방에서 문을 닫고 스마트폰을 보며 혼자서 시간 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렇듯 대화가 사라진 가정에서 부모의 고민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세대를 막론하고 부모를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는 ‘부모의 신화’입니다. 자녀에게 헌신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아야 한다고 여기는 부모들이 있는데, 저는 이것을 ‘부모 강박’이라 부르고 싶어요.”
이호선 교수가 이야기하는 ‘부모의 신화’란, 첫 번째로 ‘자녀를 위해 부모의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이다.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부모가 자신의 모든 것을 자녀에게 헌신한다면 부모의 에너지가 고갈되게 마련인데다 심리적 허탈감 또한 클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자녀의 성공이 곧 부모의 성공’이라 여기는 집착이다. 자녀에게 근사한 미래를 열어주고 싶은 부모의 욕망은 자칫 부모와 자녀 간의 불화를 일으켜 가족문제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신화 세 번째는 ‘부모의 역할은 언제나 보람되고 반드시 보상 받는다’는 생각이다. 이호선 교수는 ‘부모의 헌신은 그저 가끔씩 보람될 뿐 언제나 보상이 따라오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다 같이 못살고 어려웠던 과거의 부모는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자녀에게 헌신했지만 새로운 시대를 맞아 부모의 이야기는 다시 쓰여야 할 필요가 있다.
“부모는 절대로 특별한 존재가 아니에요. 부모도 모르는 게 많고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성숙해지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부모의 마음속에 ‘자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는 당위로 가득하다면, 아이들은 ‘부모는 나를 위해 해주기만 하는 존재’라 여기며 자신의 요구만 잔뜩 늘어놓을 거예요. 부모를 이해하기는커녕 부모의 고통을 이용하는 자식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베이비붐 세대인 부모로부터 양육을 받은 X세대는 강인한 부모를 보며 자랐다. 그렇다면 대화와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X세대는 부모의 유산인 ‘부모의 신화’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호선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진단한다.
“X세대는 부모와 TV를 보며 대화할 시간이라도 있었지만 MZ세대와 알파세대인 자녀들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조차 모르고 자랐거든요. 소통의 기회가 사라지면서 X세대 부모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어요.”

자녀에게 존경받는 고백의 언어

‘부모의 신화’에서 벗어나려면 부모도 부족한 존재라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 하지 말고 부모 역시 모르는 것이 많고 결함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자녀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
“‘공부하느라 수고했어’가 아닌 ‘엄마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 넌 이것밖에 못해!’라고 말하는 부모가 있다면 ‘부모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요. ‘엄마도 힘든데 도와줄 수 있겠니?’라고 말하며 부모가 느끼는 어려움과 취약점을 고백하고 아이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아이는 비로소 부모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자녀에게 고백할 땐 주의할 점이 있다. 마치 부모의 결점이 아이에게 큰 해를 끼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 중요한 것은 ‘나는 부모로서 결점이 있으나 최선을 다할 것이며 너는 그런 엄마를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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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독립을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

“아이에게 딱 70%의 사랑을 주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아이에겐 스스로 일을 해나가고 제 힘으로 풀리지 않을 땐 도움을 청할 줄도 아는 그런 경험이 필요해요. 또한 어릴 때부터 책임과 권리를 경험하며 공동체 속의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유년기란 ‘부모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라는 걸 부모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양육의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 평생 괴로움에 빠져 사는 부모를 보게 돼요. 부모는 아이에게 좀 뻔뻔할 필요가 있어요. 이것은 자녀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부모의 이야기가 언제나 옳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부모의 결함이나 아픔과 상처 혹은 죄책감 등을 때론 여과 없이 아이들에게 내보일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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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부모는 없다, 노년의 인생을 준비하라

모든 부모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후회하기 마련이다. 처음 맡은 부모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부모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자녀가 원하는 것을 다 해주지 못한 미안함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 부모의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얘기다. 부모의 실수를 자녀에게 인정하고 하루하루 능력치를 높여간다는 마음으로 자녀에게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 자녀는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이호선 교수는 조언한다.
“언젠가 아이들은 독립을 하고 사회로 나가게 됩니다. 한번 나간 자녀는 절대 되돌아오지 않아요. 자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노년을 보내는 내내 부모를 괴롭힐 거예요. 아기 새가 멋진 날갯짓으로 둥지를 떠나 성공할 수 있도록 응원하세요. 그리고 곧 노년이 될 여러분의 인생을 펼쳐보세요. 그때부터 당신의 인생은 멋진 페스티벌이 될 겁니다. 부모인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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