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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속 흥미진진한 경제·시사 이야기

OTT 속 세상

황금 알을 낳는 $elebrity 시대,
신기루 같은 삶의 명암
동네 허름한 식당. 모자를 푹 눌러쓴 한 여성이 텅 빈 식탁에 앉는다. 조용히 찌개백반을 주문한 그는 반찬으로 나온 두부조림을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다. ‘백반 맛집이 아닌 두부 맛집’,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 사람들이 몰려오고, 가게는 날로 번창한다. 연 매출 30억 원! SNS에 사진을 올린 그의 이름은 서아리.

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내가 매일 먹고 쓰는 걸 130만 명이 지켜봐”

넷플릭스 오리지널 ‘셀러브리티’는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며 막대한 대중적 영향력을 지닌 인플루언서에 대한 이야기다. 만만한 세계는 아니다. ‘구라(거짓)’가 넘쳐나니 의심은 필수. 그래서 말한다. “지독히 소란하고 잔인하게 화려한 세계”라고.
부잣집에서 자랐지만 가정이 어려워진 서아리. 아이비리그에 합격했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해 최종 학력이 ‘고졸’이 됐다. 뷰티 컨설턴트라 소개하지만 현실은 화장품 방문판매원. 그러나 인플루언서가 되면서 ‘인생역전’을 이룬다. 그는 독백한다. “뭐든 터져 관심만 좀 끌면 그게 지위가 되고 능력이 되고 돈이 되는 세상”이라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셀러브리티’ 이제 셀럽의 가치는 돈이 된다.
‘Celebrity’가 아니라 ‘$elebrity’다. ‘존경과 명망이 아닌 많이 팔아 돈을 버는 사람’, 광고인 조지 로이스가 내린 정의다.
마케팅 권력층으로 자리 잡은 SNS 인플루언서

팔로워 100만 이상 서아리는 SNS 상위 1%의 삶을 누린다. 사실일까?
인플루언서 분석업체 하이프오디터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100만 이상이면 월수입이 약 2,000만 원이라고 발표했다. 서아리의 말이 맞는 셈이다. 글로벌 마케팅 분석업체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에 따르면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마케팅 시장의 규모는 2016년 17억 달러(2조 3,000억 원)에서 2022년 164억 달러(21조 8,000억 원)로 커졌다. 6년 사이 시장 규모가 10배나 성장한 셈이다. 인플루언서의 주 무대인 라방(라이브 커머스) 시장도 다르지 않다. 이베스트증권은 국내 라방 시장만 해도 2020년 3조 원에서 2023년 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된 영향이다. 라방(라이브 방송)은 방송법을 적용받지 않아 콘텐츠 선정에 비교적 자유롭다. 급변하는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유명 스타보다는 인플루언서를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쇼핑몰과 인플루언서가 협업해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인플루언서가 단독 브랜드를 출시하기도 한다.

전문화·세부화되는 시장 속, 신기루 같은 셀러브리티의 삶

‘셀러브리티’ 속 서아리를 키운 에이픽처럼 인플루언서 기획사, 소속사 역할을 하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도 커지고 있다. MCN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전속계약을 해 저작권을 관리하고 콘텐츠를 기획하며 크리에이터의 직간접 광고 수익을 일정 비율로 배분받는다. 국내 대표 MCN인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2022년 매출액(상품 판매 제외)은 1,462억 원으로 2019년(596억 원)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고령 인구가 늘고 인플루언서의 전문성도 강화되면서 시니어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70세 이상 인구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이 2019년 47%에서 2022년 82%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유아 시장에 이어실버 시장이 인플루언서의 먹거리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셀러브리티(celebrity)는 유명 인사, 명사라는 뜻으로, 원래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위대한 인물’을 뜻했다. 하지만 대중 소비 시대가 열리면서 미디어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저명인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 업적을 구축한 정재계인,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이 셀럽이었지만 쌍방향 온라인 시대가 열리면서 일반인도 언제든 셀럽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앤디 워홀은 “현대인은 누구나 15초 만에 유명해질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 중 하나는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 매력이다. 한 분야에서 독보적 업적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가능하다. 때로는 다듬어지지 않은 신선함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런 만큼 식상해지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이 셀럽의 세상이다.

마티외 데플렘 교수는 현대 대중사회는 “셀럽에 대한 동경과 모방 그리고 그 과정이 무한 반복되는 곳”이라고 말한다.

SNS로 전 세계가 이어지면서 대중은 지구 반대편에 사는 대중의 관심사까지 접하게 됐다. 80억 명의 잠재적 소비 인구가 생겨난 것이다.
80억 명이 만드는 산업은 ‘롱테일법칙’이 적용된다. 롱테일법칙이란 소수의 큰손이 아닌 다수의 조막손 소비자의 소비가 만들어내는 비즈니스모델을 말한다. 넷플릭스가 월 1만 원 남짓한 구독료를 받고도 글로벌 OTT 강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80억 명의 욕구는 ‘긴 꼬리’를 만들며 셀러브리티 산업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서아리는 말한다. “방금 전까지 내게 관종이라고 하던 당신, 없던 욕심이 이제 좀 생겨?”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