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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23 Vol.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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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상 수상자 인터뷰

바이오산업 플랫폼으로 지역과 인류를 살리는 꿈. 장승기 교수는 그 소망을 현실로 만든 사람이다. 지난해 2월까지 8년간 포항공대 생명공학연구센터장을 지낸 그는 ‘가속기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포항시의 미래 산업으로 제안하고 그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를 위해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와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등도 건립했다. 연구와 산업을 잇는 ‘다리’가 되어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

박미경 / 사진 이용기

바이오를 지역의 미래 산업으로

장승기 교수는 이른바 ‘긍정의 아이콘’이다. 20%의 가능성만 있어도, 성공 확률이 20%나 된다며 눈을 반짝인다. 미리 실망하거나 앞서 포기하지 않는다. 도전하고 또 도전하면서 가능성을 조금씩 높여가는 것. 성공은 그 끝에서 만나지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연구자로서 교육자로서 그가 쌓은 성취들은 바로 그 긍정과 끈기의 결실들이다. 무엇을 만나도 해처럼 웃으면서 자기 앞의 ‘늪’을 기어이 ‘숲’으로 바꿔나간다.
“지난해 2월까지 8년간 포항공대 생명공학연구센터장을 맡았어요. 이곳은 학업과 연구와 산업이 서로 긴밀하게 공조하는 곳이에요. 여기서 연구한 기술들이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게 이 센터의 소명이죠. 바이오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신나게 달려온 시간이었어요.”
그는 단지 연구의 산업화에 그치지 않고, 이 지역만의 독창적 산업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으로 추진한 것이 ‘가속기 기반 신약 개발 사업’이다. 경상북도와 포항시의 미래 산업으로 그 사업을 제안하고 설득한 뒤, 100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2021년 성공적으로 그 과제를 완료했다. 기존의 3세대와 한층 진보한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활용하여 단백질 구조를 밝혀내고, 이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사업을 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프로젝트를 설득하기 위해 유관 기관에 계신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부지런히 찾아다니면서 교육도 하고 홍보도 했죠. 생명과학 용어가 익숙지 않은 분들에게 관련 기술을 이해시키려니 ‘쉬운’ 설명이 필수더라고요. 그 덕분에 저도 성장했어요. 일반 대중에게 바이오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주 익숙해졌습니다.”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Bio-Open Innovation Center)’도 그의 주도로 건립됐다. 2020년 11월에 완공된 이 센터에는 1층과 2층에 모두 8개의 바이오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다. 3층에는 단백질 구조를 밝혀내는 연구진이, 4층에는 줄기세포 관련 연구진이 각각 입주해 연구와 교육을 병행 중이다. 산학연이 더불어 성장해 간다.

학생들 스스로 길을 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스승

그의 주도로 건립된 플랫폼은 그게 끝이 아니다. 현존하는 약물들의 표적 중 60% 이상을 차지하지만, 구조생물학적 측면에서 연구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것이 세포막 단백질이다. 구조 기반 신약을 개발하려면 세포막 단백질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플랫폼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를 위해 그는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건설안을 중앙정부에 제안했고 현재는 완공된 건물에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가속기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려면 먼저 단백질의 결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세포막 단백질의 경우 이 과정이 정말 어려워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해상도의 극저온 전자현미경을 설치했어요.”
인공장기센터 유치도 그의 주요 공적이다. 포항시와 경상북도의 스마트 특성화 기반 구축 사업으로 선정돼 지난해부터 구축 중인 이 플랫폼은 포스텍이 가지고 있는 바이오 프린팅 기술로 인공 장기를 만들어갈 ‘꿈’의 센터다. 그가 닦아놓은 초석이 인류의 건강을 성큼 앞당기고 있다.
‘연구자’로서도 그의 성취는 압도적이다. 그는 IRES(Internal Ribosome Entry Site)라는 번역개시 요소를 최초로 발견하고, ‘RNA looping 가설’을 발표해 번역개시 원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인물이다. C형 간염바이러스가 증식되는 원리을 규명해 치료제 개발을 이끈 것도, 코로나19 팬데믹 초창기 압타머를 이용해 15분 만에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한 것도 그가 이룬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정도 연구를 하는 사람은 많다”며 겸손해한다. ‘낮춤’이 ‘나아감’의 동력이다.
“1991년에 포항공대로 왔어요. 지난 32년간 교육자로서 제가 지켜온 한 가지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기다려주는 것이었어요. 손대지 않고, 다그치지 않는 것. 성공 확률이 높진 않지만 학생들 스스로 길을 내게 하려면 그게 최선이라 믿어요.”
자신의 길을 스스로 낸 그가 환하게 미소 짓는다. 기다림이 곧 기쁨이란 걸 그의 얼굴이 말해주고 있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