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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23 Vol.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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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방방곡곡 숨은 명소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통영의 6월은 만개한 수국의 파스텔컬러로 채색되는 산뜻한 계절.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금이 바로 통영으로 여행을 떠날 최적기다. 광도천과 연화도 수국 꽃길을 산책한 뒤 케이블카로 미륵산에 훌쩍 오르면 충무공이 승전한 바다 한려 수도와 만날 수 있다.

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통영시청

우인재 작가는 10여 년간 출판사에서 여행 콘텐츠 기획 및 취재를 담당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 가이드북 로스앤젤레스 편을 비롯해 대한생명, 교보생명, 외환은행 등 보험·금융사 고객용 여행 가이드북을 기획 및 제작했다. 또 월간 「DOVE」, 「모터트렌드」 등의 매체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롯데백화점, 조달청, 롯데제이티비, LS전선 등 기업체 사보에 여행, 드라이브 원고를 기고했다. 현재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통영 전경

주민들이 직접 조성한 소담스러운 꽃길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수려한 바닷가 고장이다.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영 본영을 설치했던 한산도를 비롯해 미륵산, 달아공원, 동피랑벽화마을, 소매물도 등 전통적 여행 명소를 품고 있는 것은 물론 온화한 기후로 많은 여행자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즐겨 찾는 남해안 최고의 여행지가 바로 통영이다. 최근에는 케이블카, 스카이라인 루지 등 통영이 보유한 천혜의 자연을 보다 짜릿하게 경험할 수 있는 레저시설이 속속 운행을 시작하면서 보다 다이내믹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여름이 성큼 다가온 이 무렵, 통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싶다면 청초한 파스텔컬러를 머금고 만개한 수국을 찾아야 한다. 하천을 따라 노산교에서 덕포교까지 왕복 2km에 걸쳐 펼쳐지는 광도천 수국꽃길은 여행자 사이에서 이 계절에 반드시 들러야 할 필견의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통영시 광도면 노산리 일원에 조성된 광도천 수국꽃길은 2017년부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조성한 꽃길이기에 더욱 뜻깊은 장소다. 그뿐 아니라 초여름 수국을 비롯해 봄 벚꽃, 가을 구절초를 테마로 계절별 꽃과 함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어 통영의 떠오르는 명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또 벚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워 한낮의 따가운 태양을 피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것 역시 여행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매년 6월 중순에는 ‘광도빛길 수국축제’가 개최되는데 빛길음악회, 시민노래자랑, 초청 가수 공연, 아이들을 위한 꼬마화가사생대회 등 다채로운 공연 및 참여형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 농수산물, 수국 꽃 화분 등을 판매하는 페스티벌 마켓도 열려 방문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오션마켓’에서는 통영시민과 광도 면민이 직접 생산한 로컬 푸드, 수공예품, 수제 먹거리를 판매해 인기다.
광도천 수국꽃길

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수국의 향연

광도천 수국꽃길이 화사하면서도 소담한 아름다움을 지녔다면 반대로 탁 트인 바다,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과 어우러진 수국의 향연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소매물도, 욕지도, 한산도, 장사도, 사량도 등 통영이 거느린 수없이 많은 섬중 아름답기로는 그 어느 명승지에도 뒤지지 않는 연화도가 바로 그곳.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연화도는 유교가 국가 이념이었던 조선 시대에 억불정책을 피해 연화도사가 제자들과 은둔했던 낙토(樂土) 였다. 세월이 흘러 연화도사가 입적하자 세 명의 제자와 섬주민들은 고승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바다에 수장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물에 떠내려가던 도사의 주검이 한 송이 아름다운 연꽃으로 변한 것이다. 마치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연화도사에 얽힌 구전으로 인해 이 섬은 연꽃을 뜻하는 ‘연화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연화도는 남해안 특유의 비경이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고 연화사, 보덕암 등 사찰 탐방도 겸할 수 있는 섬 종주 트레킹 명소다. 바로 이 섬 트레킹을 하는 동안 만개한 수국을 함께 즐긴다면 그야말로 초여름 통영으로 떠난 여정에 화룡점정일 것이다. 트레킹 코스도 단순해 산행에 조금 익숙한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연화봉에서 보덕암을 거쳐 그 유명한 출렁다리까지 다녀올 수 있다. 그러나 코스에 따라 8~9km 거리를 쉬엄쉬엄 걷는 경우 반나절은 족히 걸릴 법한 트레킹이 부담스럽다면 연화사, 보덕암, 연화봉 정상만 들러도 된다. 일주문에서 시작된 수국의 향연은 연화도사 전설이 깃든 연화사를 거쳐 보덕암과 연화봉까지 이어지며 꽃불처럼 번져가기 때문이다. 특히 멀리 섬 동쪽 끝자락의 절경인 용머리와 어우러진 수국은 인증샷으로 반드시 남기고 돌아오길 추천한다. 증기기관차가 증기의 힘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 아쉽지만 외형만큼은 예전과 다를 바 없으며, 경쾌한 기적 소리도 그럴싸하다. 그 시절, 남도의 고장을 오가던 열차는 지금 관광객을 실어 나르며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기차보다는 감흥이 조금 덜 하지만 자동차로 섬진강을 둘러보는 방법도 있다. 지리산 서남쪽을 휘돌아 나가는 남도의 젖줄 섬진강은 곡성군, 구례군, 하동군을 거쳐 남해로 향한다. 바로 이 섬진강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자동차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섬진강 드라이브일 것이다. 드라이브 코스도 매우 단순해 헤매느라 창밖 풍경을 놓칠 염려도 없다.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출발해 17번 국도를 달리면 그뿐이다.
연화도 수국 연화도 수국

우리나라 벽화마을의 원조, 동피랑

동피랑벽화마을을 빼놓고 통영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우리나라 벽화마을의 원조 동피랑은 통영중 앙전통시장 뒤편 언덕 위에 형성된 자연 부락으로, 2007년 대학생과 일반인으로 구성된 18개 팀이 철거 예정인 동호동 일원 곳곳에 벽화를 그리면서 탄생했다. 벽화는 이 마을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철거 계획이 취소되는 결과까지 이끌어냈다. 수군통제영의 주요 시설 중 하나인 동포루(東砲樓)가 복원될 일부를 제외한 동피랑마을 전체가 기적처럼 회생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벽화가 그려지고, 시설물 보수가 이루어지는 등 마을 전체가 통영의 보물로 인식되고 있다.
동피랑마을 동피랑마을
동포루 별밤 동포루 별밤
동피랑마을을 둘러보려면 거북선이 정박되어 있는 강구안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서 이동하는 편이 낫다. 등대, 바다, 버스 정류장, 수국, 날개, 이순신 장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그림이 온 마을을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다. 골목 어귀마다 카페와 맛집이 숨어 있으므로 쉬엄쉬엄 마을을 둘러보며 정상까지 오르면 된다. 정상에는 통제영 유적인 동포루가 복구되어 있다. 장수가 병사들을 지휘하던 동포루는 삼도수군통제영을 왜군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축성한 통영성의 유적으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민가가 생기고 도로가 개설되면서 성곽의 흔적만 남은 것을 통영시가 복원했다. 현재 성곽 일부와 함께 동포루, 서포루, 북포루가 복원되었다.

케이블카 타고 단숨에 미륵산 올라볼까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풍경은 통영 8경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과거에는 땀 흘리며 산행을 통해 미륵산 정상에 올라야 볼 수 있었던 풍경이지만 케이블카가 개설된 이후에는 누구든 단박에 해발 461m의 미륵산을 정복할 수 있게 되었다.
통영케이블카 통영케이블카
케이블카 하부 역사 인근에 자리 잡은 스카이라인루지 역시 요즘 여행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험형 레저시설이다. 탑승자가 스스로 속도와 방향을 제어하며 3.8km 길이의 트랙을 내려오는 스카이라인루지는 빠른 스피드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활강 주행이 특징. 최고 지점과 최저 지점의 차이가 건물 35층 높이에 달하며, 30개의 곡선 구간으로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전체 길이 1,975m에 달하는 케이블카는 국내 일반 관광용 케이블 중 최장 길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곤돌라에 오르면 불과 10분 만에 상부 역사에 도착하는데, 여기서 미륵산 정상까지는 잘 닦인 탐방로를 따라 15분이면 닿을 수 있다. 전망대에 서면 일망무제 바다와 하늘이 닿는 아득한 수평선을 따라 점점이 박힌 섬 무리와 함께 통영시 전경을 발아래 두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충무공이 대승을 거둔 한산대첩의 바다가 초여름의 청량한 빛깔을 머금은 채 빛나고 있다. 케이 로고 이미지
스카이라인루지 통영 스카이라인루지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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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 풍경 한려수도 풍경
통영으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

지리산과 섬진강이 내어놓은 먹거리

  • 통영을 대표하는 간식 꿀빵

    지금은 너도나도 꿀빵을 만들어 팔 정도로 대중적인 먹거리가 되었지만 통영의 대표 먹거리인 꿀빵의 원조는 통영시 봉평동 소재의 ‘오미사꿀빵’이다. 1963년대 초 제빵사였던 故 정원석 씨가 집 앞 가판에서 배급받은 밀가루로 도넛과 꿀빵을 만들어 팔았는데, ‘오미사’라는 상호는 바로 옆 세탁소에서 빌려왔다고. 훗날 세탁소는 사라지고 오미사는 꿀빵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다. 무려 60년 전통의 먹거리인 셈이다. 튀겼지만 느끼함이 덜하고 쫀득한 식감이 특징인 오미사 꿀빵은 서호시장 뒤편 항남동 본점외에 봉평동에도 지점을 두고 있다. 또 동피랑벽화마을 인근 강구안 도로변에도 꿀빵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가 무수히 많다.
  • 뱃사람의 소박한 만찬 충무김밥

    영화 ‘기생충’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한국에 도착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충무김밥을 꼽은 일화는 유명하다. 충무김밥은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 만든 석박지와 매콤한 오징어무침에 하얀 쌀밥만 넣어 만 작은 김밥을 곁들여 먹는 통영의 토속 음식. 과거 냉장시설이 변변치 않던 시절, 고깃배 위에서 조업 도중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 충무김밥의 시초다. 김밥이 쉽게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오징어무침과 석박지를 밥만 넣은 김밥과 따로 담았던 것. 우리나라의 그 어떤 음식보다 향토색이 짙은 충무김밥은 한때 전국구 음식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서울 명동에 충무김밥 전문점이 생겼을 정도. 요즘은 다양한 김밥이 등장해 충무김밥의 아성을 위협하지만 여전히 통영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통영항 여객선터미널과 강구안 일원에 충무김밥집이 몰려 있다.
  • 수려한 바닷가에서 즐기는 해산물 파티

    바닷가에 왔다면 응당 싱싱한 해산물을 맛봐야 할 것이다. 통영 항 남동에 있는 명촌식당(055-641-2280)은 1만 원짜리 한 장으로 즐기는 푸짐한 생선구이 백반 전문점. 고등어, 볼락, 전갱이 등 매일 다른 생선을 구워 상에 낸다. 생선구이 위에 양념장을 얹는 점도 독특하다. 경상도식 매운탕을 맛보고 싶다면 통영시민문화회관 인근의 한산섬식당(055-642-8021)을 찾아가 보자. 20년 넘게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이 식당은 통영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으로 끓인 시원한 매운탕이 주메뉴. 계절에 따라 도다리쑥국, 쥐치매운탕, 대구탕 등을 선보인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바다가들린다(0507-1403-8892)는 싱싱한 해산물을 숯불에 올려 즐기는 해산물 바비큐로 유명한 집. 캠핑을 테마로 한 실내장식이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