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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공감(授業共感)

관찰과 공감으로 알아가는
아이들의 속마음

유석초등학교 김선호 교사
수업공감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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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앓던 마음이 선생님 앞에서는 사르르 풀린다. 사이다처럼 속 시원해지는 교감의 시간 덕분에 아이들의 마음도 한 뼘 더 자란다. 부쩍 빨라진 사춘기에 몸과 마음의 혼란을 겪는 아이들과 공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이다 쌤’ 김선호 교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교실을 찾았다.

글 정라희 l 사진 성민하

3,000번의 상담 경험으로 들여다본 아이들의 마음

점심시간이나 수업을 마친 후 김선호 교사는 틈틈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선생님과 진심 어린 눈빛으로 교감하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든든한 위로가 되었다. 따스한 상담 시간을 잊지 못해 졸업 후에도 그를 찾아오는 제자가 적지 않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감정에 솔직해요. 넓은 놀이터나 광장처럼 탁 트인 공간이 있으면 길을 가다가도 흥에 겨워 춤을 추기도 하고 신나게 몸을 움직이며 놀잖아요. 어른들이 갑자기 그러면 낯설겠지만, 아이들은 자신을 받아주는 환경을 만나면 언제든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열어 보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김선호 교사가 3,000번이 넘는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사이다 쌤의 비밀 상담소』에는 아이들의 현실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맑은 웃음만 넘칠 것 같은 아이들에게도 또래나 가족과의 소통, 학교생활은 물론 심리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고민거리가 넘쳐난다. ‘친구들이 저랑 안 놀아 속상해요’ ‘엄마 잔소리가 듣기 싫어요’ ‘저는 잘하는 게 없어요’ 아이들이 토로하는 이런 고민은 어느 한 아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아이가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만 정작 속마음을 털어놓고 의논할 상대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는 어딘가에서 혼자 고민하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글로 세심한 조언을 전했다.
책을 읽은 초등학생들은 “내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다”라며 깊이 공감했고, 중·고등학생들은 “초등학교 때 이 책을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뿐 아니라 자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부모와 교육 현장 최전선에 있는 교사들도 그의 책을 종종 참고한다. 김선호 교사는 유튜브 채널 ‘김선호의 초등 사이다’를 비롯해 『초등 아이 행동변화 대화법 68』 등 다양한 매체와 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실질적 솔루션을 전하고 있다.

수업공감02
수업공감02
관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첫걸음

급변하는 아이들의 심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김선호 교사는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심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학의 개념과 용어를 배워야 과학을 이해할 수 있듯이,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려면 감정과 심리를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부터 익혀야 합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선생님들이 설명해 주면 아이들 스스로 자기 마음을 바라보는 틀이 생겨요.”
요즘 아이들은 단순한 반항보다 우울과 무기력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반항으로 에너지를 표출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자신을 향해 화살을 돌리는 아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사춘기의 형태가 예전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요. 중·고등학교에 가면 이미 불씨가 커진 상태입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예방해야 하죠. 상담 교사라는 직책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학교에 상담 교사가 상주하기는 어렵거든요. 그래서 교실 안에서 담임교사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담임으로서 아이들의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지만, 요즘 초등교육 특성상 인지와 정서 등 심리적 요인을 고려하는 것은 필수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아이들이라도 기질이나 성향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상담에 앞서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다름 아닌 ‘관찰’이다. 평소 아이들을 눈으로 살피면서 시선으로 돌보는 것이다. 아이들과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은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이다. 수업 전에는 빈자리를 살피며 아이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교실 안에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돕는다.
“이름을 불러주고 관심을 두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선생님이 나를 보고 있구나’ 하고 안정감을 느끼거든요. 존재감은 결국 자존감과 연결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도 다양하다. 반려식물같은 생명을 돌보는 경험은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키우고 자존감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이처럼 김선호 교사는 아이들이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

수업공감03
수업공감03
변화가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어른이 곁에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줄 어른이 필요하다.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스스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기에 먼저 손 내밀어주는 어른의 존재만으로도 아이들은 힘을 얻는다. ‘관심’은 대화의 출발점이다. 김선호 교사도 아이들 마음의 든든한 방파제가 되어주기 위해 꾸준히 자신을 성찰한다. 교사의 길을 걷기 전 12년간 이어온 수도원 생활은 교사로서 마음의 중심을 지키고 타인을 이해하는 굳건한 기반이 되었다.
“교사가 먼저 지치지 않아야 해요. 교사 자신이 건강해야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그는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혼자 끌어안고 있지 말라”라고 조언한다. 물론 몇 차례의 상담만으로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김선호 교사는 “기적을 기대하기보다 포기하지 않고 옆에 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변화는 한순간에 오지 않지만, 마음의 혼란을 겪는 아이 곁에 포기하지 않는 어른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돌볼 힘을 키울 수 있다. 어른들의 역할은 그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것이다.케이 로고 이미지

수업공감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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