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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꿔요

나에게만 익숙한 외국어? 배려하고 고쳐쓰자
카페에서 자주 쓰는 용어, 환경 개선에 쓰이는 외국어 바꿔쓰기

‘흰 소의 해’ 신축년도 이제 마지막 달이다. 인디언 크리크 족은 12월을 ‘침묵하는 달’로 부른다고 한다. 그 까닭은 뭘까? 크리크 족 사람들의 침묵에는 다른 이에게 칭찬과 격려는 얼마나 했는지, 사람이나 사건에 쓸데없이 무례하게 대하거나 험담은 하지 않았는지, 말로 상처 주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고 한 해를 갈무리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 속에 말글살이(어문 생활)도 들어가면 좋을 성싶다. 내겐 익숙하지만 다른 이에겐 낯설고 어려운 외국어를 쓰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자. 이번 호에서는 일상에서 자주 찾는 카페에서 흔히 사용하는 외국어와 함께 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주 사용하게 되는 외국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본다.

이승훈 동아일보 어문연구팀 차장

한겨울에도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얼죽코(얼어 죽어도 코트)’를 고집하는 이도 있을 테지만 사계절 내내 따뜻한 커피를 찾는 이도 있다. 세상 흐름이 급변하기 때문인지 준말이 유행이라 ‘뜨죽따(뜨거워 죽어도 따뜻한 커피)’와 ‘쪄죽따(쪄 죽어도 따뜻한 샤워)’라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그만큼 카페는 우리 일상에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으로 자리매김했고, 이곳에서 커피와 관련한 외국어도 자주 접하게 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어느 겨울날, 국립국어원 사람들과 편의점 커피를 포장 구매(테이크아웃)할 때 “컵 홀더 필요한가요?”라는 점원의 물음에 국립국어원 직원은 “컵 토시 끼워주세요”라고 답했다. 추위나 자외선을 막기 위해 팔뚝에 끼는 걸 ‘토시’라고 하니 국립국어원에서는 컵 홀더 대신 ‘컵 토시’로 쓰기로 했단다.
커피를 제조하는 사람들을 부를 때 흔히 ‘바리스타(barista)’ 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우리말로는 ‘커피 전문가’로 대체할 수 있다. 특정 음료 위에 올려 부드러운 식감을 더해주는 ‘휘핑크림(whipping cream)’은 ‘거품 크림’으로 바꿔쓸 수 있고, 테이크아웃을 다듬은 말은 ‘포장 판매’와 ‘포장 구매’다. 일부 카페는 환경친화적 문화 흐름에 맞춰 개인 텀블러(tumbler)를 가져올 경우 할인을 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종이컵 코팅제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이 체내에 흡수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값도 할인받을 수 있어 좋다. 이 때 텀블러는 ‘통컵’으로 대체하면 좋다.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다듬는 모임)은 겉모습은 포장 구매용 종이컵과 같지만, 재질이 특수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리유저블 컵(reusable cup)’을 ‘다회용 컵’으로 다듬었다.

헌 옷이나 자투리 천, 수거한 펼침막(현수막)이나 가죽, 버리는 가구나 폐목재, 플라스틱 페트병 등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가치를 높이는 일.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사전적 정의다. 두산백과에는 “수거하여 고치거나 재처리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다운사이클링(downcycling)’에 비해 업사이클링은 쓰레기양을 줄이고 자원 낭비도 방지돼 더욱더 친환경적이다. ‘업그레이드(upgrade·개선하다)’와 ‘리사이클링(recycling·재활용)’을 합성한 말인데, 1994년 독일 디자이너 라이너 필즈가 처음 소개했다”라고 나온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에는 ‘(1) 최근 들어 버려야 할 제품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이는 새활용(←업사이클링)이 관심을 끌고 있는데, 환경 보호나 자원 재활용 차원을 넘어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2) 이번에 열린 새활용(←업사이클링) 축제는 쓰레기를 예술 작품과 각종 생활용품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는 예문이 있는데 업사이클링보다 ‘새활용’을 쓰니 한결 이해하기 쉽다.
기후 위기, 탄소 중립, 지구를 살리자는 기사에서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 ‘제로 웨이스트 숍’ 등 ‘제로 웨이스트’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을 보면 제로 웨이스트를 ‘일상생활에서 책임 있는 생산·소비·재활용 및 회수를 통해 모든 자원을 보존하고 어떤 쓰레기도 소각·매립되거나 바다에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 불필요한 자원을 소비하지 않고 쓰레기를 최소화하여 폐기물 자체를 생산하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환경운동’이라고 설명해놓았다.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해 쓰레기 없애기 운동(←제로 웨이스트 챌린지)을 실천하는 방법으로는 개인 용기에 음식 포장하기, 남은 재료를 활용해 음식 만들기, 플라스틱 빨대 사용하지 않기, 손수건 이용하기, 통컵(텀블러)이나 장바구니 사용하기 등이 있다. 국립국어원은 제로 웨이스트를 다듬은 말로 ‘쓰레기 없애기’를 선정했고, 서울 은평구 상림마을의 ‘물푸레 북카페’는 제로 웨이스트 대신 ‘지구 살림살이’라고 부른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이는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살림살이를 지구에 무해한 물건으로 대체하며 지구와 함께 살자’ 는 뜻이 담긴 말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맛과 영양에는 문제가 없으나 외관상 상품 가치가 떨어지거나 유통 기한이 임박한 식자재를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일 또는 이를 활용해 새로운 식품을 만드는 일을 일컫는 ‘푸드 리퍼브(food refurb)’는 ‘식자재 새활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