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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똑똑! 트렌드 경제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 의 합성어로, 거시경제학에서 고(高)물가와 실직, 경기 후퇴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그 정도가 심한 경우 '슬럼프플레이션(Slumpflation)'이라고도 한다. 또 경제학에서 스태그플레이션 혹은 경기침체 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 지수가 높고, 경제성장 지수는 낮으며, 실업률은 높은 상태가 지속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경제정책에 딜레마를 야기하는데, 낮은 인플레이션을 의도하는 정책은 실업률 악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주원인은 환율 혹은 유가의 대규모 변동으로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한국도 어마어마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현재의 위기는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으며 일시적일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서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해왔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외교부 등 여러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KBS,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의 뉴스, 대담, 토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로 이코노미」라는 책을 발간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닮아가는 국내 경기

경기는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는데 물가가 급등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불경기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으로, 정책 당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더 풀자니 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이 걱정이고, 물가를 잡기 위해 돈을 거둬들이자니 경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 걱정이다.
2021년 10월에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약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류를 비롯한 에너지 관련 가격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식료품· 음료·주류·음식서비스 등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제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4.6%나 상승해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이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21년 2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8%로, 1분기의 1.7%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특히 그동안 많이 증가하던 수출이 전기 대비 2% 감소하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둔화하고, 이에 따라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국제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사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우리나라만이 아닌 국제적 상황이다. 최근 중국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는 2021년 9월에 전년 동월 대비 10.7% 상승해 사상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하락세다. 2021년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8.3%에 달했지만, 이후 지속해서 낮아져 3분기에는 4.9%까지 떨어졌다. 전력난 등 에너지 문제를 겪고 있는 데다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 그룹사 부도 위기 사태 등 부동산 문제가 이어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앞으로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 초까지 중국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국제 금융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향후 경기 둔화에 대한 걱정과 함께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랐고,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의 공급난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해상운송 운임 급등, 항만에서의 물류 적체, 배송 기사 부족으로 인한 운송 차질 등으로 공급과 비용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민스러운 경기 및 통화정책 대응

경기 위축 상황에서의 물가 상승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을 어렵게 하고, 그로 인해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거나 더욱 심화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현재 적극적 경기 부양을 주저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 부양책이 에너지 수요를 늘려 이미 불거진 전력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면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한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흘러 들어갈 수 있고 가계부채도 증가할 수 있어 쉽지 않은 방법이다.
이미 금리 인상을 시작한 우리나라와 테이퍼링* 실시로 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하려는 미국도 스태그플레이션은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속해서 5%를 상회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즉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대규모로 풀린 돈의 회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로 인해 시중금리가 상승할 경우 증시가 조정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과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상황 또한 여전히 미지수이지만,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경제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 테이퍼링(Tapering) 경제가 어려울 때 실시해온 양적 완화 정책(경기 부양책)을 서서히 축소하는 것으로 2013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었던 버냉키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과장된 우려는 경계, 금리와 물가 변화는 주시

주목할 부분은 물가에는 공급과 비용도 영향을 미치지만, 수요와 경기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병목현상이 일어나거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물가가 오르더라도 수요가 없으면 결국 공급부족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도 커진다. 국제유가를 비롯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등의 공급망 교란이 국제적으로 큰 타격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체 경제 성장률을 심각하게 끌어내릴 만큼 구조적인 요인은 아니다.
향후, 한국은행이 미국의 금리 인상, 가계부채 증가, 자산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및 통화 긴축 정책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 이로 인한 영향에 대해서 주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과도하게 쏠려있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케이 로고 이미지
인플레이션 저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