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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 영양 ! 모두의 맘에 감동 !
팬데믹 이기는 집콕 레시피 알림이

경산과학고등학교 이미란 영양교사

팬데믹이 확산하면서 비대면 수업과 함께 급식도 중단됐다.
학생들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영양교사들이 모여 집에 있는 식자재로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볼 수 있는 메뉴 개발에 나섰다.
8명의 영양교사들의 모임인 ‘집콕 메뉴 개발 동아리’는 이렇게 만든 메뉴들을 영상으로
학생들과 공유하며 랜선 식생활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정라희 / 사진 이용기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8명의 영양교사 어벤져스 결성!

2020년 6월, 경상북도교육청 유튜브 채널 『맛쿨멋쿨TV』에 색다른 영양 교육 콘텐츠가 올라왔다. 주제인즉, 가짜 요리가 판치는 세상에서 진짜 요리를 만들어보자는 것.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트로트 곡 ‘찐이야’를 배경음악 삼아 교사와 학생들이 교감하는 안무가 펼쳐지고, 사이사이 실제 영양교사가 등장해 집에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집콕 레시피를 소개한다. 6~7분 남짓한 영상에 미역국 만들기부터 달걀 삶기, 콩나물 삶기 등의 요리법을 담았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요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학생들이 알아두면 좋을 방법을 골랐다.
화면에 모두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 콘텐츠를 제작한 보이지 않는 주역은 다름 아닌 ‘집콕 메뉴(레시피) 개발 동아리’. 코로나19가 점차 확산하면서 교육 현장이 혼란에 빠져 있던 2020년 봄 무렵에 경상북도 소재 학교에서 근무하는 영양교사 8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동아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하면서 급식이 중단되었습니다. 비대면 수업 준비로 정규교과 담당 선생님들이 분주한 가운데, 영양교사인 저도 이 시기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해보기로 했습니다.”
등교가 중단되고 실내에 머물며 온라인 수업에 지친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 수업은 비대면으로나마 하고 있지만, 음식은 각자 가정에서 해결해야 했기에 학생들의 영양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경상북도교육청 산하 23개 시군 각처에서 활동하는 영양교사들이 뜻을 모았다.
▲ 집콕 메뉴 개발 동아리’가 제작에 참여한
유튜브 「맛쿨멋쿨tv」 ‘찐요리 미역국 만들기’편

집에 있는 재료로 쉽고 간단하게 영양을 챙기는 법

요리를 직접 해보지 않은 많은 학생은 편리하다는 이유로 간편식을 쉽게 선택한다. 하지만 간편식이나 배달 음식 등을 자주 먹으면 배는 부를지언정 필연적으로 영양 불균형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사회생활로 바쁜 부모들이 일일이집에서 식단을 챙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이미란 교사는 동아리 구성원들과 메뉴를 개발하면서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가정에 주로 있는 식자재를 이용해 쉽고 간단한 레시피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재료를 많이 사 와 만드는 요리는 누구든 할 수 있잖아요. 김이나 김치처럼 집에 늘 있는 재료를 활용해 영양까지 챙길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게 영양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집콕 레시피’ 개발에 나선 영양교사들. 일반적으로 요리법 구상은 각자 하더라도 최종 개발은 실제 실습을 해봐야 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로 교사들조차 함께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각자 집에서 요리하며 시연을 진행하고, 가족에게 맛 평가를 부탁하며 호응도를 체크하는 등 각개전투가 펼쳐졌다. 가끔은 외딴곳에서 고군분투하는 기분도 들었지만, 모바일을 통해 서로 요리 사진을 보내주며 격려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끈끈한 동지애도 솟았다.
“한 분은 집에서 요리하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셨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어찌나 대단하던지···.”
집에서 자주 해 먹는 김치볶음밥도 그릇에 담는 모양이나 작명을 조금만 달리하면 색다른 특식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집에서 구하기 쉬운 김치를 활용해 만든 ‘우주선 김치볶음밥’, 학생들이 좋아하는 햄을 넣은 ‘하트 김밥’, 바나나를 넣어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바나나 품은 프렌치토스트’ 등의 메뉴를 공개했다.
앞서 언급한 영양 교육 콘텐츠 역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제작한 것. 촬영 장소 물색부터 출연자 섭외, 음원 사용 허락 등 사전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았지만, 촬영 당일에도 무거운 조리 도구와 접시 등을 옮기는 수고가 이어졌다.
“영상 촬영을 한다며 나름대로 차려입고 나섰는데, 양손에 짐을 들고 3층에 있는 스튜디오까지 끙끙대며 짐을 옮겼어요. 힘이 들면서도 그 순간에는 우리 모습이 웃기기도 한 거예요. 중간중간 짐을 내려놓고 쉬었다가 다시 들어 옮기던 장면이 지금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촬영에 적극 참여해준 경북체육중·고등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에게도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고요.”
영양 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의 도움으로 다양한 메뉴들과 영양 교육 콘텐츠까지 성공적으로 제작한 집콕 메뉴 동아리. 이 활동을 통해 집콕 메뉴 동아리는 ‘경상북도 교사 동아리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때 받은 상금 100만 원은 그대로 경산 지역 홀몸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한 끼 식사 선물이 되었다. 떡국 4인분과 육수, 달걀, 김 등을 간편식으로 만들어 사랑의 메시지와 함께 전달한 것. 집콕 메뉴 동아리는 2020년에 집중적으로 활동한 후 해산했다. 현재 이미란 교사는 새로운 구성원들과 함께 ‘채식 동아리’를 개설해 활동 중이다.
▲ '집콕 메뉴개발 동아리' 회원들이 사랑의 떡국을 경산시청에 전달하고 있다.

‘선생님 밥 먹고 잘 컸다’는 한 마디의 보람

1993년에 영양교사로 첫발을 내디딘 이미란 교사에게 이 일은 천직이다. 관련 업무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영양교사가 식단만 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시장조사를 비롯해 조리원과 조리 기구, 위생 관리 등 실제 영양교사가 하루에 감당해야 하는 일은 훨씬 많고 다양하다. 올해 3월부터 근무하는 경산과학고등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만큼 하루에 세 끼를 차려야 한다. 한정된 예산으로 최적의 식단을 구성하는 일도 매번 해결해야 하는 숙제. 그럼에도 교실 밖에 있던 그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찾아주는 제자들 덕분에 고충보다 보람이 더 크다.
“진로를 고민하던 아이들이 식품영양학과에 지원한다며 저를 찾아와 조언을 구하기도 해요. 열심히 입시 준비를 해서 합격통지서를 받아 들고 감격한 표정으로 저에게 내밀었을 때는 저도 울컥하더라고요.”
몇 년 전,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어느새 어른의 얼굴로 인사 를 건넬 때면 반가움과 함께 신기한 마음도 든다. 한참 시간이 흘렀는데도 자신을 기억해주는 마음 씀씀이가 고마운 까닭이다.
를 건넬 때면 반가움과 함께 신기한 마음도 든다. 한참 시간이 흘렀는데도 자신을 기억해주는 마음 씀씀이가 고마운 까닭이다.
“경산 주변을 오가다가 ‘선생님!’ 하고 부르면서 안기는 아이들도 있고 ‘선생님, 저 모르시겠어요’ 하고 말을 거는 친구들도 있어요. ‘어떻게 나를 기억하니?’ 하고 물으면 ‘선생님 밥 먹고 컸는데 당연히 기억해야죠!’ 하고 말해주기도 하고요. 그래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으니 먼저 알은체도 해주는 거겠지요.”
학교 현장에 있는 영양교사로서 그가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은 ‘식생활 교육’이다. 학교 급식을 통해 아이들은 편식을 교정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연습을 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에 걸맞은 밥상머리 교육을 받는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영양교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비대면 시대, 직접 밥을 차려주지 못해도 만드는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정성을 전달하는 이미란 영양교사의 노력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는 밥심이 되어주고 있다.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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