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Magazine
Monthly Magazine
March 2022 Vol.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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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더하기

꿈 너머 꿈

아이들과 함께 음악으로

행복을 나누고 더 큰 꿈을

키워갑니다

대전만년고등학교 김지윤 특수교사

화음은 마음으로 빚는 소리다. 제각각이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따로 놀던 음들을 조화롭게 맞춰가는 일. 김지윤 교사는 대전교사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그 일의 기쁨을 톡톡히 누린다. 학생 지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악기 연주를 수업에 접목하면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소통능력을 발전시킨다.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취미와 교육의 양 날개를 얻게 된 김지윤 교사를 만났다.

박현채 / 사진 이용기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법, 음악으로 가르친다

풍경(風磬) 소리처럼 맑고, 실로폰 소리처럼 감미롭다. 대전만년고등학교 학습도움실.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음악 소리가 교실 안에 잔잔히 울려 퍼진다. 이 악기의 이름은 ‘스틸텅드럼’이다. 김지윤 교사가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게 심혈을 기울여 가르친, 음을 낼 수 있는 타악기다. 한 곡을 연주하는 동안 교사와 학생의 마음이 온전히 포개진다. 음악으로 소통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단번에 증명해 준다.
“특수교사는 즐겁고 재미있는 수업을 많이 해야 해요.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겐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걸 돕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수업을 꾸준히 개발해야죠. 제가 속한 오케스트라에 음악 선생님이 많이 계세요. 그분들의 도움으로 여러 악기를 배울 수 있었어요. 음악적 지식도 튼튼해졌고요.”
그들에게 배운 것을 고스란히 수업에 접목했다. 스틸텅드럼뿐 아니라 칼림바, 핸드벨, 난타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수시로 접했다. 어디 음악 교사뿐일까. 대전교사오케스트라(단장 이영미, 지휘 김종영)에는 초·중·고에 재직 중인 여러 과목의 교사와 여러 전문직 교원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교직원과 함께 활동하면서 교육 정보와 교수 방법 등을 수시로 공유해 왔다. 그 덕분에 자기계발과 지도 역량 향상이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배움과 나눔을 함께하는 교사 오케스트라

그의 삶에 좋은 변화를 가져다준 대전교사오케스트라는 2014년 11월에 창단해 현재 초·중·고 교사와 전문직 교원 40명이 활동 중이다. 2020년 대전광역시교육청 교사예술동아리에 선정됐고, 지금까지 세 번의 정기 연주회와 네 번의 ‘찾아가는 음악회’를 선보였다.
“네 번째 정기 연주회는 오는 10월에 열려요. 그날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대전갑천중학교에 모여 연습을 해요. 제가 정기연주회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아직 한참 남았는데도, 그때를 생각하면 벌써 가슴이 뛰어요. 제가 모두 참여한 ‘찾아가는 음악회’는 일종의 재능 기부예요. 지역 내 학교를 순회하며 학생들 앞에서 직접 연주하죠. 그중 2019년 크리스마스 무렵의 ‘찾아가는 연주회’는 특수학교인 대전가원학교에서 했어요. 당시 제가 몸담고 있던 학교였죠. 연주가 계속되는 40여 분 동안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했어요. 손뼉 치며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음악회 연주자이기 이전에 행사 주최자였던 그때, 그는 그 행사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손수 장식하고, 아이들의 작품으로 무대도 직접 꾸몄다. 특수교육 학생들이 음악과 쉽게 친해질 수 있도록 소소한 것까지 꼼꼼히 챙겼다. 그런 그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이가 있었으니, 당시엔 동료였고 현재는 남편인 임순빈 특수교사다. 지금도 대전가원학교에 재직 중인 임 교사는 그 음악회를 준비하기에 앞서 대전교사오케스트라에 입단했다. 옆 반 담임이었던 김지윤 교사가 바이올린 연주가 가능한 임 교사에게 오케스트라에서 함께 활동할 것을 권유한 것이다. 학교에서 동료 교사로 일할 땐 미처 몰랐던 서로의 장점을 두 사람은 오케스트라 활동을 함께하며 톡톡히 알게 됐다. 1년의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고, 그들은 요즘 함께 바이올린 연습을 하며 기량을 갈고닦고 있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세계 여행을 다시 할 수 있게 되면 해외의 어느 거리에서 바이올린 버스킹을 함께 하는 것이 이 부부의 버킷 리스트다.
대전교사오케스트라 '찾아가는 음악회' 공연 모습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한 뒤로 좋은 추억이 많이 생겼어요. 지난해 8월 이곳 대전만년고등학교 교장 선생님 퇴임식에서 오케스트라 동료이자 이 학교 보건 교사인 정다영 선생님과 듀엣으로 바이올린 연주를 해드렸거든요. 조촐한 송별 음악회였는데, 교장 선생님이 참 행복해하시더라고요. 덩달아 뭉클했죠.”

다름을 뛰어넘어 하나가 되어가는 모든 순간이 행복

대전교사오케스트라 단원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의 폭이 넓다. 전공도 천차만별이다. 다른 나이, 다른 전공, 다른 악기, 다른 성격, 다른 성별…. 오케스트라는 바로 그 ‘다름’의 집합체다. 크고 작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 그 과정의 기쁨을 김지윤 교사는 누구보다 잘 안다. 더구나 그는 세컨드 바이올린 연주자다. 주요음을 내는 퍼스트 바이올린과 달리 세컨드 바이올린은 ‘받쳐주는’ 음을 주로 내기 때문에 합주가 필수적이다. 각기 따로 놀던 음이 하나의 음으로 서서히 맞아들 때,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면서 조금씩 함께 성장해갈 때. 그 모든 순간이 그에겐 행복이다.
“올해 오케스트라 총무가 됐어요. 이영미 단장님(대전갑천중학교 교사) 옆에서 오케스트라의 행정 및 운영을 돕게 됐죠. 그 과정에서 또 많은 것을 얻을 거라 믿어요. 돈 한 푼 받지 않고 열정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는 단장님에게서 사람들을 하나 되게 하는 비결을 배우고 싶어요.”
그가 대전교사오케스트라에 합류한 건 2018년 대전가원학교에 있을 때의 일이다. 2013년 광주선우학교에서 첫 교사 생활을 했던 그는 고향인 대전으로 2016년에 전출을 왔고, 이곳 생활이 안정되면서 자신을 위한 취미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동료 교사로부터 대전교사오케스트라의 존재를 듣게 됐다. 이거다 싶었다. 유치원에서 특기 활동으로 바이올린을 처음 접한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바이올린과 함께했다. 그런 그에게 바이올린은 ‘다시 만난 세계’였다. 오케스트라에 꼭 합류하고 싶어, 이영미 단장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
“오랜만에 다시 바이올린을 잡았는데도 신기하게 몸이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어려서 익힌 감각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걸 그때 알았죠. 단원들의 실력을 따라잡기 위해 별도의 레슨을 받으면서 악기 연주가 주는 행복을 새삼 느꼈어요.”

각기 따로 놀던 음이 하나의 음으로 서서히 맞아들 때,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면서 조금씩 함께 성장해갈 때. 그 모든 순간이 그에겐 행복이다.

특수교육 학생들과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꿈

2020년부터 근무 중인 이곳 대전만년고등학교는 특수교육 기관인 대전가원학교와 달리 일반 공립학교다. 현재 그가 가르치는 학생은 단 한 명. 애초 두 명이었는데 그중 한 명이 얼마 전 졸업하면서 두 사람만의 ‘소우주’를 누리게 됐다. 같이 공부하고, 같이 연주하고, 같이 꿈꾸는 둘만의 날들이 그에겐 더없이 소중하다. 작년 스승의 날엔 그 학생이 각교무실을 순회하며 선생님들께 칼림바 연주를 선사했다. 그가 공들여 가르친 악기였다. 스승의 날 행사가 사라진 지 오래인 요즘, 특수교육 학생의 아름다운 연주에 교사들은 진심으로 감동했다. 어버이날엔 부모님께 연주를 들려드리게 했다. 그 학생의 어머니가 깊은 감사를 전해왔다.
“ 「나는 어떤 특수교사인가」란 책에 특수교사의 일을 묘사한 대목이 나와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그 말에 동의해요. 거창한 사명감도 없던 제가 이 길에 들어선 걸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맞아요. 하지만 사랑이나 소망을 가슴에 품기 시작하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되더라고요.”
그는 이제 후자다. 학생을 향한 사랑과 소망을 가슴 가득 품게 됐기 때문이다. 그의 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배움을 놓지 않는 교사가 되는 것이다. 특수교육 학생들은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그를 위해 세상과 즐겁게 만나야 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취미를 접하게 해줘야 한다. 교사인 그가 끝없이 배워야 하는 이유다. 또 하나의 꿈은 특수교육 학생들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이다. 졸업한 아이들도 합류 시켜 음악으로 세상과 따뜻이 소통하기를 그는 꿈꾼다. 아직 갈 길이 먼데도, 그 꿈을 생각하면 입가엔 벌써 미소가 감돈다. 케이 로고 이미지
꿈 너머 꿈

'꿈 너머 꿈'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회원님이라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꿈을 향해 쉼 없는 도전을 하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세요. 「The-K 매거진」이 회원님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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