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Magazine
Monthly Magazine
March 2022 Vol.55
생각 나누기 아이콘 이미지

배움 더하기

인생 이모작

함께 운동하면
하루는 짧고,

인생은 길어집니다

옥천퇴직교원 탁구동호회
회원 명단: 김구식, 김홍준, 박범수, 박영학, 박주용, 박진하, 오능수, 이병일, 이종삼, 이필수, 임인호, 정무, 정창곤, 정창영, 진순장


미국 최초의 당뇨병 전문의 엘리엇 P. 조슬린(Elliott P. Joslin)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운동은 하루를 짧게 하지만 인생은 길게 한다.” 함께 어울려 운동하면 효과는 배가한다. 밥상 물리자마자 뛰어나가 저물녘까지 놀아도 하루가 짧게 느껴지던 그 시절처럼, 옥천퇴직교원 탁구동호회 회원들은 운동을 통해 하루는 짧게, 인생은 길게 살고 있다.

이성미 / 사진 이용기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주인공 사진

건강을 위한, 건강한 퇴직 교사들의 모임

충북 옥천에 자리한 옥천국민체육센터 탁구장. 바깥은 여전히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데 센터 안 공기는 제법 후끈하다. 탁구동호회 회원들이 탁구 경기에 열정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제법 몸이 날랜 데다 기합 소리마저 창창하다. 절기로는 입춘이 지났지만 두툼한 외투가 어울리는 날씨인데도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경기에 임하는 회원도 있다. 이들은 모두 인근 지역에서 교사로 일했던 퇴직 교직원이다.
동호회를 이끄는 사람은 박범수 회원. 2013년 8월 옥천 청성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퇴임한 그는 2014년 4월 이 모임을 창단했다. 역사의 시작은 이렇다. 퇴임 후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던 박범수 회원은 청주교육대학교 동창들의 초청으로 대전 지역 탁구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평소 탁구를 취미로 즐긴 것은 아니었지만, 건강을 잘 관리해온 덕분인지 배움이 빨랐다. 금방 재미도 붙었다. 탁구 모임이 있는 수요일만 손꼽아 기다릴 정도였다. 즐거움은 곧 ‘우리 지역에도 탁구 모임을 만들어보자’라는 목표에 가닿았다. 그렇게 2014년 4월, 옥천퇴직교원 탁구동호회가 탄생했다.
“우리 동호회는 옥천이 고향이거나 이 지역을 중심으로 교직 생활을 한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4명으로 단출하게 시작했지만,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15명으로 회원이 크게 늘었어요. 나이는 모두 일흔이 넘었고요. 운영진으로는 창단 이후부터 제가 회장을 맡고 있고 박영학, 박진하, 정무 회원이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주 무대는 옥천국민체육센터. 이곳은 본래 유료 시설이었지만 몇 해 전부터 군민을 위해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회원들도 부담 없이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옥천군체육회의 도움으로 매주 1~2회 전문 강사로부터 기술 지도도 받았다. 마치 동호회 결성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많은 이가 활동에 도움을 주었다.
이런 성원에 보답하듯 코로나19 이후 회원들은 활동을 이어가되 센터와 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회식과 경기 중 물, 음료 등 음식물 섭취를 자제하고 있다. 박범수 회원은 “퇴직 교직원으로 동호회를 구성한 만큼 사회에 모범이 되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탁구가 좋다, 탁구 치는 사람은 더욱 좋다

종목을 테니스, 골프 등 다른 경기로 바꿀 수 있었지만, 굳이 탁구를 고집한 까닭은 탁구가 가진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첫째, 배우기가 쉽다. 기본기만 익히면 누구나 짧은 시간 안에 무리 없이 탁구를 즐길 수 있다. 그런 만큼 능력에 따라 소외되는 사람이 없다. 회원끼리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고급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다. 둘째, 실내 스포츠다. 날씨, 시간의 구애 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해가 뜨나 달이 뜨나 경기가 가능하다. 실내 냉난방이 잘되기 때문에 쾌적하게 운동을 즐길 수도 있다. 셋째, 함께하는 운동이다. 달리기, 등산 등 혼자 하는 운동도 있다. 이런 운동은 상호 소통이 어려울뿐더러 무료해지기에 십상이다. 반면 탁구는 남녀노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교성 있는 운동이다. 넷째, 운동 능력이 향상된다. 폐활량, 근력, 집중력, 반사 신경이 좋아지고 판단력과 집중력도 좋아진다. 계속 머리를 쓰기 때문에 치매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섯째, 생활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탁구는 격렬한 몸싸움이나 몸에 무리를 줄 만큼 동작을 크게 쓸 일이 없어 부상 위험이 적다. 따라서 노년에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운동 장비를 마련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아 경제적 부담도 적다.
동호회 자체의 순기능도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관계, 즉 안부 묻기다. 단순히 “잘 있느냐”는 말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회원 대부분이 교직 생활을 한 데다 이제는 거의 매일 만나다 보니 형제자매보다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누구든 하루를 못 보면 ‘무슨 일이 있겠거니’ 하고, 이틀째 못 보면 ‘혹시 안 좋은 일이 있나’ 하고, 사흘째 못 보면 더는 참지 못하고 전화를 한다. 박범수 회원은 “몸이 건강해지는 것도 좋지만 서로 소통하니 마음까지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나이가 들면 사람의 관심이 얼마나 그리운지 모른다”라고 말한다.
“다들 형제자매가 있고 자녀도 있지만, 명절이나 가족 행사가 아니면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1년에 만날 날이 손에 꼽을 정도죠. 코로나19 이후로는 더 심해졌고요. 그런데 우리는 일주일에 다섯 번을 봐요. 그걸 1년이 아니라 8년째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될 테고요. 게다가 우리가 누굽니까? 교사 출신 아닙니까? 수십 명 아이와 어울리던 것이 몸에 배 ‘이 사람은 성격이 이렇구나’, ‘이 사람은 이런 걸 잘하는구나’ 빨리 파악하고 거기에 맞출 줄 알아요. 인내하고 배려하고 포용할 줄 알고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즐거울 수밖에요.”

경쟁 대신 즐거움만 있는 동호회

동호회 성격을 띠고 있으나 따로 회칙을 두지는 않는다. 외부 대회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경쟁’을 목적으로 하면 욕심을 부리게 되고, 자칫 갈등이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지금 이 시간을 오롯이 즐기면 된다. 외부 행사라면 코로나19 이전에 한국노인회 봉사단체로서 자연보호 활동에 참여하거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난 것이 전부였다.
“‘노후를 즐겁게 살자.’ 우리는 이 목표에만 집중합니다. 다른 것에는 욕심이 없어요. 작은 동호회일 뿐이지만 일흔이 넘은 사람들에게 사회생활에서 얻는 에너지는 상상 이상입니다. 게다가 운동까지 하니 항상 힘이 넘치죠. 지금처럼 회원들이 운동을 통해 노후를 건강하게 보내면 좋겠어요.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면, 지역을 기반으로 이런 모임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언제든 부담 없이 만나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퇴직 교원 동호회가 말입니다. 우리가 모여 함께 건강하게 살아간다면, 나아가 우리 사회도 조금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그런 사회의 시작점이 되는 것, 그것이 동호회의, 우리의 목표이자 정신입니다.”
어린 시절 밖에서 뛰노는 것이 마냥 좋았던 이유는 노는 것에는 등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친구였고, 마을 전체가 누구나 뛰놀 수 있는 놀이터였다. 일곱 살이던 나이가 칠십이 되었다고 그 이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경쟁이 없으면, 조건이 없으면, 누구나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일 수 있다. 그래서 옥천퇴직교원 탁구동호회 회원들의 하루는 짧고, 앞으로 남은 시간은 길다. 케이 로고 이미지
인생 이모작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재능을 기부하며 역동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의미 있는 인생 이모작을 실현하고 있는 회원님을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 「The-K 매거진」 지면에 담아 많은 회원님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전해드리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 보내실 곳 : 「The-K 매거진」 편집실 (thekmagazine@ktc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