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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23 Vol.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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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AI가 대신해줄 수 없는 체육활동,
학교 체육은 어디로 가야할까

우리는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시기는 모든 것이 변화하는 변혁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학교 체육 분야에서는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며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 시대가 몰고 올 학교 체육 변화의 특성을 살펴보고, 미래 사회에서 강조되는 몸의 교육적 의미를 부각하며, 학교 체육이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려 한다.

이규일 경북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이규일 교수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중학교 교사로 근무한 후, 2012년부터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신체활동의 뇌과학과 철학이며 청소년 건강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의자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학생들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 활동 수준은 세계적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에 감소한 청소년 신체 활동 수준이 일상으로 복귀한 현재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원래 낮았던 신체 활동량이 코로나19로 더 낮아져 현재까지 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후 환경 악화, 야외 활동 시간 감소, 좌식 여가 문화, 사물인터넷 결합에 따른 편리한 집안 생활 등 신체활동의 마이너스 요인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좌식 생활 습관은 점점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체육 수업과 관련한 인공지능 기기 활용 수준을 보고한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첫째, 인공지능 기기는 ‘지식 제공자’로서 기능한다. 지식 제공자로서 인공지능은 인간 교사의 한계였던 지식의 양과 정확성, 시공간의 제약, 신체적 제약이 따르는 학습자의 접근성 문제, 더 나아가 환경적 제약을 극복하며 학습자 스스로 자기 조절 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둘째, 인공지능은 ‘학습자 평가’ 기능을 수행한다. 학습자의 몸이나 장비에 부착된 센서로 수집된 학습자의 움직임 정보를 바탕으로 평가 알고리즘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셋째, ‘학습자 상담’ 기능이다. 인공지능의 상담 능력은 어떤 대화 알고리즘을 투입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체육 수업 관련 행동을 입력하면, 수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 행동, 신체 활동 문제, 사회적 관계 문제 등에 대한 상담이 가능하며, 신체 활동과 관련된 심리적 요인을 증진하는 데 필요한 상담 역시 가능하다.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은 인간의 교수 능력은 끝이 있지만, 인공지능의 교수 능력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와 상용화 수준에 따라, 교수의 주변부에 머물던 인공지능은 교수의 중심으로 이동해 올 것이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기기는 유용한 도구를 넘어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탑재로 독립된 교수자의 지위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향후 인공지능 교사가 발전하는 상황에서 인간 체육교사는 어떤 강점을 키워야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 오히려 중요해진 몸

인간의 마음은 신체를 통해 구체화 된다. 가구라는 추상적 개념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대부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앉아본 것, 즉 몸의 감각과 운동으로 체험한 주관적 경험들이 떠오를 것이다. 추상적 개념이라는 마음의 형식은 몸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am is in the house’라는 문장을 떠올려보자. 이 문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집의 경계에 따른 샘의 위치를 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의 원천은 움직이며 안과 밖을 구분한 신체적 경험에 있다. 또한 애정이라는 아주 추상적인 개념을 우리는 따뜻함으로 이해하는데, 이는 엄마와의 포옹 등에서 느낀 따뜻함(신체적 경험)을 애정(추상적 개념)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마음을 구성하는 대부분은 신체적 경험에 근거하며 신체화되어 있다.
인간의 경험은 동일하지 않다. 왜냐하면 대지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동일한 시간과 공간 차원에서 일어나는 동일한 경험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일할 수 없다는 것은 다른 말로 그 경험은 표준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표준화된 알고리즘에 따라 계산하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체화된 경험을 이해하지도, 실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학습할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 인공지능과 대비되는 진정한 인간다움의 원천은 몸에 근거한 경험이다.

정량화할 수 없는 나만의 신체 경험

몸은 건강을 위해 관리되어야 하는 대상, 극적 수행을 위해 극복되어야 하는 대상, 윤리적 및 도덕적 행동을 위해 통제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인간다움은 몸의 주관적 경험에 바탕을 둔다. 이러한 경험은 표준화될 수도 정량화될 수도 없는 경험으로, 인공지능에 의해 손쉽게 대체되지 않는 살아 있는 인간의 경험이다. 이처럼 향후 학교 체육에서는 인간다움의 토대가 되는 몸의 주관적 경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살아 있는 몸의 경험은 공간, 육체, 시간, 관계 맥락에서 설명된다. 즉 우리의 움직임 경험은 공간, 육체, 시간, 관계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있는 몸이 감각하고, 지각하고, 마음의 사고 작용과 상호작용하며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요소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가변적이다. 그 때문에 살아 있는 몸의 경험은 동일한 경험이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내가 지금 방금 경험한 것을 다시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뇌를 가지고 진화해 왔다. 즉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염원한다는 것이다. ‘Gen Z(Z 세대)’라고 불리는 청소년은 현실보다 가상 세계가 더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이들은 어쩌면 현실 세계보다 가상 세계가 더 익숙할지 모른다. 공동체 생활에 더 큰불편을 느낄 수 있지만, 이들 역시 앞선 세대와 마찬가지로 호모사피엔스의 뇌를 지니고 있다. 함께 생활하는 것에 불편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유대 관계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스포츠는 타인과 신체적으로 접촉하는 활동이다. 코로나19로 언택트라는 비일상이 일상화된 현재 학교 체육에서 제공되는 스포츠 활동은 청소년에게 타인과 함께하는 유일한 활동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부산교육청에서는 ‘아침 체인지’라는 철학 아래 매일 오전 스포츠 활동을 통한 인성교육을 실천하고 있으며, 중요한 교육적 의의 중 하나를 ‘신체 부대낌’으로 하고 있다. 비대면에서 다시 대면으로 가는 시대, 팀 스포츠 활동을 통해 사람 간 부대낌을 느끼는 것이 교육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는 스포츠 경험의 본질이 이기고 지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경쟁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팀십(teamship)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같은 팀 혹은 상대 팀으로 함께 이기고, 지고, 즐겁기 때문에 스포츠가 교육적으로 가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학교 체육에서는 팀십(teamship)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맞춤 수업과 비직선적 체육의 도입 필요

개개인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교육, 즉 개인화된 맞춤형 체육 수업은 언제나 체육교육의 이상 중 하나였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탑재한 디지털 기기는 이상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음성 기능을 탑재한 인공지능 기반 체육 수업에서 학생들은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90% 이상 의사소통할 수 있었고, 학생의 학습 흥미도와 학습 태도 증진에 효과적이었다. 디지털 기기와 함께 체육교육의 방법 역시 직선적 교육에서 비직선적 교육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비직선적 교육이란 첫째, 표준 체계의 전환이다. 표준을 정한다는 것은 타인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학생에게 전달할 뿐 아니라 체육 수업을 규격화시킨다. 무엇보다 개인의 다양한 움직임가능성을 교육의 중요한 요소로 상정하는 체육교육에서 표준은 오히려 다양성과 가능성을 저해한다. 둘째, 습득에서 참여로의 메타포(metaphor) 전환이다. 전통적으로 체육교육에서 학습은 습득으로 은유해 왔으나 개인화된 경험을 강조하는 교육에서 학습은 참여 그 자체로 은유할 필요가 있다.
즉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얻지 못하더라도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학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교수에 대한 관점 전환이다. 그동안 교육의 최고의 미덕은 양질의 피드백을 최대한 제공하는 것이었다. 반면, 피드백은 학생의 학습을 간섭하며 개인의 내밀한 체험을 방해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때문에 아이들이 좀 더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