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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23 Vol.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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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이모작

두 번째 직업은 '학교 엄마',
'늘봄학교'에서 아이들 돌보며 '늘~봄 같은 황혼'
늘봄학교 교사 김금숙 회원


집을 나온 아이들은 학교에서 다시 엄마를 만난다. 그 엄마는 아이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따스하게 품어주는 ‘학교 엄마’ 김금숙 회원이다. 늘봄학교가 시작되면서 김금숙 회원은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들을 품을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퇴직 후 늘봄학교에서 생애 두 번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금숙 회원을 소개한다.

이성미 / 사진 이용기

정년 후 찾아온 세 번째 입학

학생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김금숙 회원은 교사로 학교에 돌아왔다. 2022년 교사로도 학교를 졸업했지만, 그는 기간제 교사로 또 학교에 돌아왔다. 게다가 이번에는 누구보다 일찍 학교를 나와 가장 늦게까지 이곳에 머문다.
김금숙 회원은 1981년 11월 경주 모량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은 후 11개 학교를 거쳐 41년 만인 2022년 2월 칠곡 북삼초등학교에서 수석 교사로 정년퇴직을 했다. 그리고 퇴직하자마자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기간제 교사로 다시 학교에 취업했다. “여덟 살 때 입학해 만 62세까지 학교를 벗어난 적이 없다”면서도 김금숙 회원은 여전히 학교가 좋다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어느 학교에나 일찌감치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죠. 어떤 아이는 수업 중에 매번 딴짓을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자기 몸에 상처를 내 불만을 표현하기도 하거든요. 교사에게 상처를 주기도 해요. 저는 그런 아이와 교사를 위해 학교에 다시 왔습니다. 현직 교사로 있을 때보다 지금은 더 여유롭게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관심을 기울일 수 있어 좋아요. 또 다행히 문제 행동을 보이던 아이들이 지금은 ‘학교 다니는 게 재밌어요’, ‘중학교 가서도 잘하고 있어요’라며 연락을 해와요. 그런 긍정적인 변화를 목격하다 보니 학교를 벗어날 수 없나 봐요.”
학교에서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 심신이 지쳐 휴식이 필요한 교사, 김금숙 회원은 그들의 부름에 응답했다. 주변 사람들은 “다른 일로 적성을 살리거나 쉴 수도 있는데, 왜 굳이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느냐”며 만류했다. 질문에 대한 답은 ‘학생’이었다. 게다가 김금숙 회원에게는 힘든 일이 아니었다. 되레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다는 학교를 일부러 찾아다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래 보면, 모두가 사랑받아 마땅한 아이였다. 변화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해 김금숙 회원은 아이들을 더 오래오래 지켜봤다.

늘봄학교에서 돌봄 공백을 메우다

올해부터 김금숙 회원에게는 새로운 일이 생겼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늘봄학교 시범교육청으로 경상북도교육청이 선정되면서 구미 남계초등학교가 늘봄학교 시범운영학교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늘봄학교란 희망하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이다.

늘봄학교란?

학교 안팎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활용하여 희망하는 초등학생에게 정규수업 전후로 제공하는 양질의 교육·돌봄(Educare)* 통합 서비스

* 방과후 프로그램(교과연계, 특기적성 등 교육) + 돌봄(휴식, 놀이, 간식 등) 통합 제공

늘봄학교 교사로서 김금숙 회원은 아침 일찍부터 남계초등학교로 출근해 아이들을 맞는다. 아침 식사인 ‘햇님식’이 입맛에 맞는지 확인하고, 간밤의 안부도 묻는다. 정규수업과 오후돌봄이 끝나면 다시 저녁돌봄을 연다. 전교생 64명 중 햇님식을 먹는 학생은 27명, 저녁돌봄에 오는 학생은 17명이다. 아침·저녁돌봄 교육을 돕는 봉사자도 따로 있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를 대신해, 정규수업과 행정 업무로 바쁜 교사들을 대신해 김금숙 회원과 봉사자들은 교사이자 부모로서 아이들을 품는다.
늘봄학교에서는 단순히 아이들을 ‘대신 맡아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코딩, 드론, 체육, 드럼, 놀이 한자 등 과학·창의 교육부터 신체 놀이까지, 매일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김금숙 회원이 특히 자랑하는 것은 아이들이 함께하는 시간 내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인성교육이다.
“돌봄교실에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다양한 학년의 학생이 모여 있어요. 우리 학교에서는 예외로 돌봄교실에 있는 학생의 형제자매 중 돌봄이 필요한 학생이 있으면 다른 학년이라도 함께 있도록 했어요. 그래서 유치원생부터 5학년 학생까지 모여 있죠.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괴롭히진 않을까?’, ‘위험하진 않을까?’ 걱정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큰아이는 작은아이를 돌봐주며 약자를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작은아이는 큰아이를 존중하고 따르는 법을 배웁니다.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더 마음껏 어울려 놀 수 있고요. 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용기도 얻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꼭 배워야 할 것들이죠. 저는 어떤 일이든 적절한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시기는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입니다. 제게는 지금이 작은 힘이나마 아이들의 변화를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이고요.”
김금숙 회원이 말하듯 아이들은 늘봄학교에서 서로 어울리며 함께 자란다.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 어울려 놀고 배우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있다고 의기소침해하는 아이도 없다. 함께 배우고, 함께 자란다.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배우다

학생이 1학년으로 입학해 6학년을 마치면 졸업을 하듯, 김금숙 회원은 교사에게도 보이지 않는 학년이 있다고 믿는다. 교사 1학년 시절,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책임감’이었다. ‘학생을 바르게 성장시켜야 한다’, ‘학교에 왔으면 무엇이든 배워가게 해야 한다’라는 책임감으로 학생을 대하면서 정작 그 속마음은 들여다보지 못했다. 결혼해 자식을 낳아 기르고 나서야 ‘내가 주고 싶은 사랑과 아이가 받고 싶은 사랑이 서로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그걸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교사 2학년이 되었다.
“교사가 되고 처음 10년 동안은 아이들에게 내가 주고 싶은 사랑만 줬어요. 어쩌면 그 죄스러움을 갚기 위해 지금껏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려고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말과 눈빛, 행동 모든 것을 따뜻하게 데웠더니 아이들이 바뀌더라고요. 야단치는 것보다 더 빨리, 더 나은 모습으로요. 그때부터 저도 교사라는 직업에 더욱 자부심을 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사랑을 다시, 제대로 주기 위해 김금숙 회원은 상담을 공부했다. 대구대학교 상담학과에서 박사학위도 받았다. 김금숙 회원은 이 과정에 대해 “내 생애 가장 잘한 일 세 가지는 아이를 낳은 것, 교사가 된 것, 상담을 공부한 것” 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상담은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겪어보니 세상에 문제 아이는 없어요. 문제 환경이 있고, 문제 행동이 있을 뿐이죠.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니 다른 방법으로 불만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해결하지 못할 일도 거의 없어요. 해결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차이가 있을 뿐이죠. 근본적인 환경을 바꿔주진 못하지만 학교에서만큼은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솔직히 말하고 바르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저는 지금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에요. 아이가 변화하는 과정을 함께하며 관심을 두고 사랑해 주는 ‘학교 엄마’예요.”

생애 네 번 농사를 짓겠다는 꿈

퇴직 후 새로운 인생을 사는 걸 두고 ‘이모작’이라고 한다. 김금숙 회원은 농사를 두 번으로 끝내지 않으려고 한다. 두 번째 농사는 늘봄학교에서 짓고, 세 번째 농사는 상담사로서 학부모 교육과 상담을 하고, 네 번째 농사는 노인 상담을 할 계획이다.
퇴직 교사들과도 힘을 모을 계획이다. 퇴직한 수석교사들과 힘을 합쳐 연중 보육·교육·상담이 가능한 아이들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가장 눈여겨보는 장소는 폐교. 지역에 있는 폐교를 개조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다는 것이다. 김금숙 회원은 “주변에 함께하고 싶다며 나서는 퇴직 교사는 많은데 정작 마땅한 장소가 없는 데다 지원도 부족하다”라며 “퇴직하고 나서도 계속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싶은 교사가 많다. 이들이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이 뒷받침되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다행히 김금숙 회원은 늘봄학교에서 마음껏 사랑을 나눌 기회를 얻었다. 인생의 두 번째 농사를 지으며, 그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앞으로도 몇 번이고 김금숙 회원이 새로운 농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란다. 케이 로고 이미지
'인생 이모작'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재능을 기부하며 역동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의미 있는 인생 이모작을 실현하고 있는 회원님을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 「The-K 매거진」 지면에 담아 많은 회원님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전해드리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 보내실 곳 : 「The-K 매거진」 편집실 (thekmagazine@ktc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