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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23 Vol.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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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방방곡곡 숨은 명소

한때 탄광 지역이었던 두메산골 문경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은 누가 뭐래도 경상도와 충청도의 도립공원인 문경새재다. 그러나 문경시가 무더위를 물리치는 레저와 체험의 고장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액티브한 고장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성하(盛夏)의 푸르른 녹음을 가로지르는 불정자연휴양림 짚라인, 영강을 따라 펼쳐지는 수려한 절경을 감상하는 철로자전거와 래프팅까지. 7월의 무더위를 쫓으러 문경으로 떠난다.

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문경시청

우인재 작가는 10여 년간 출판사에서 여행 콘텐츠 기획 및 취재를 담당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 가이드북 로스앤젤레스 편을 비롯해 대한생명, 교보생명, 외환은행 등 보험·금융사 고객용 여행 가이드북을 기획 및 제작했다. 또 월간 「DOVE」, 「모터트렌드」 등의 매체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롯데백화점, 조달청, 롯데제이티비, LS전선 등 기업체 사보에 여행, 드라이브 원고를 기고했다. 현재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문경새재 2관문 조곡관

문경새재, 백두대간 너머 한양 가던 길

문경새재는 조선 태종 때인 1414년에 개척한 새로운 길로 영남(경상도)과 지금의 경기 및 충청 일대인 기호 지방을 이어주는 관문이었다. 새재가 뚫리기 전에 영남과 충청을 연결하던 험한 길을 대신하는 새로 난 고개라는 뜻에서 ‘새재’라고 이름 지었으나 이를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조령(鳥嶺)이라 잘못 표기되었다. 고개가 높고 험해서 나는 새도 쉬어간다 해 새재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는 와전된 것이라는 뜻이다.
문경새재 문경새재
과거 문경새재에는 첫 번째 관문 주흘관, 제2관문 조곡관, 그리고 제3관문 조령관까지 모두 3개의 관문과 원(院) 터 등이 요소마다 자리 잡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일부는 허물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말끔히 복원돼 옛길을 찾는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새재는 백두대간 조령산의 산마루를 넘는 고개이기 때문에 옛길을 걸으려는 사람들 말고도 주흘산, 조령산을 오르는 많은 등산객이 오가는 산행 코스이기도 하다. 물론 대부분 관광객은 제1관문과 제3관문 사이를 잇는 산책 코스(6.5km)를 선택한다. 아주 잘 정비돼 있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 부모님,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가족은 마당바위 혹은 제2관문까지만 다녀오고는 한다. 왕복 3~6km 울창한 숲 사이로 난 평탄한 길을 따라 가면 부담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여름 한낮에 산길을 걷는다는 사실 자체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문경새재에서는 무더위를 피해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옛길 바로 옆으로는 맑고 투명한 계수가 흐르는 새재 계곡이 펼쳐진다. 울창한 숲 사이로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걷노라면 마당바위, 용추 등 등골이 시원해지는 풍경이 동화원휴게소 부근까지 줄곧 이어진다. 또 계곡으로 스며드는 지류가 많아 갈수기에도 늘 수량이 많다. 조선 시대 옛길 따라 펼쳐졌던 선조들의 문화와 풍물이 궁금하다면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에 자리 잡은 옛길박물관에 들러보길 권한다.
옛길박물관 옛길박물관
제1관문 주흘관 야경 제1관문 주흘관 야경
초곡천의 아치교와 요새 초곡천의 아치교와 요새
제3관문 조령관 제3관문 조령관

짚라인 타고 울창한 숲 사이를 날아볼까

문경시 불정동의 해발 478m 수정봉 자락에 안겨 있는 불정자연휴양림에는 짚라인이라는 이색 레저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짚라인이란 기둥과 기둥 사이를 튼튼한 강철 와이어로 연결한 뒤 그 위에 작은 쇠바퀴가 2개 달린 트롤리를 얹은 장치를 타고 이동하는 레저 시설로, 바람을 가르며 공중을 날 듯이 질주하기 때문에 체감 속도는 두세 배 이상 빠르게 느껴진다. 와이어에 매달려 날 듯이 빠르게 이동하다 보면 마치 아이언맨이라도 된 것처럼 숲을 누비며 날아다니는 짜릿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일행과 함께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는 점이 짚라인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짚라인 코리아에서 운영하는 ‘짚라인 문경’은 총 9개 코스로 길이는 가장 짧은 구간이 82m, 가장 긴 구간이 360m이며, 1코스에서 9코스를 차례로 이동할수록 점차 고도가 낮은 지역으로 내려오게 된다. 이때 1~3코스는 짚라인 탑승 방법을 몸으로 익히는 연습 구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방문객들은 가이드로부터 10분 정도만 탑승 방법 및 주의 사항을 들은 뒤 탑승할수 있다. 실제 짚라인 탑승장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도 쉽게 적응하고 신나게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만 지나치게 짧은 반바지 차림은 되도록 피하는 편이 좋으며, 머리가 긴 사람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깔끔하게 묶는 것이 좋다.
짚라인 문경 짚라인 문경
지난 1997년에 문을 연 불정자연휴양림은 재악산 자락의 수정봉과 조봉 사이에 위치한다. 휴양림 진입로를 따라 벚나무가 도열해 있으며, 울창한 숲속에 산책로, 등산로가 개설돼 있어 깨끗한 자연 속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또한, 11동의 통나무집과 1동의 황토집 그리고 카라반 14동까지 모두 26동의 숙박시설에서 머무를 수 있다. 그밖에 캠핑이 가능한 야영장을 비롯해 원두막, 전망대, 물놀이장, 야생화단지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었다.
사실 알고 보면 자연휴양림은 이 여름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슬기로운 피서 장소다. 산의 경사면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선 활엽수들이 천연의 그늘막을 만들어 놓아 시원하게 삼림욕을 만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깨끗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탁족을 즐기거나 튜브를 타고 둥둥 떠다니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불정자연휴양림 불정자연휴양림

영강 변 절경을 만끽하는 철로자전거와 래프팅

요즘은 폐쇄된 철로를 활용한 레저 시설인 레일바이크가 대중화되었지만 사실 우리나라 레일바이크의 원조는 문경 철로자전거다. 철로자전거가 출발하는 곳은 구랑리역과 진남역 두 곳으로 1코스(구랑리역~먹뱅이, 왕복 6.6km)와 2코스(진남역~구랑리역, 왕복 7.2km) 그리고 가은역에서 운행하는 꼬마 열차(400m 구간 순환)까지 3개 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꼬마 열차가 있는 가은역은 옛 역사 건물을 로컬 푸드 카페로 운영하고 있는데, 문경 특산물인 사과로 만든 밀크티와 디저트를 판매한다.
1~2코스는 폐광 지역의 추억과 애환이 담긴 구간으로 탑승자가 직접 패달을 굴러 시원한 터널을 통과하고 강물 위로 이어지는 아찔한 다리를 이동하며 힐링하는 액티비티다. 특히 진남역 철로자전거는 최근 전자동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힘들이지 않고 레일바이크를 체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한 대에 최대 4명까지 이용 가능한 레일바이크는 가족 또는 친구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즐길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영강 래프팅 영강 래프팅
더위를 잊는 특효약으로는 역시 물이 최고다. 속리산에서 발원해 문경을 가로지른 뒤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영강은 깎아지른 절벽이 강물 위에 반영되는 수려한 비경이 줄을 잇는 문경의 젖줄이다. 영강은 수량이 풍부한 편이어서 수십 년 전부터 여름철 래프팅 체험 포인트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래프팅을 통해 경북팔경 중 제1경에 해당하는 진남교반의 수려한 절경을 물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래프팅 코스는 구랑리와 봉생리 코스 2개로, 1코스는 마성면 구랑리에서 출발해 진남역 앞까지 노를 저어 이동한다. 갈수기로 강물 수위가 지나치게 낮은 경우에는 마성면 신현리, 봉생리에서 출발해 된섬보까지 약 3km 구간의 코스로 대체된다. 잔잔한 강물 위로 천천히 노를 저어가며 흘러가노라면 계곡 바깥에서는 결코 볼 수 없던 놀라운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케이 로고 이미지
구랑리역 철로자전거 구랑리역 철로자전거
문경으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

청량한 두메산골에서 맛보는 영양 만점 먹거리

  • 거석정 먹은 약돌한우와 약돌돼지

    문경의 대표 먹거리로는 단연 약돌한우와 약돌돼지를 꼽을 수 있다. 약돌한우란 이름 그대로 문경에서 나는 ‘거정석’이라는 약돌을 곱게 갈아 사료와 섞어 먹인 한우를 말한다. 우량 송아지에게 가은읍 수예리에서 생산되는 특수 광물질인 거정석 혼합 사료를 먹여 기르면 육질이 좋아져 더욱 맛있어진다. 약돌한우와 마찬가지로 사료와 함께 거정석을 먹인 약돌돼지는 필수아미노산 함유량이 높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다. 문경읍 진안리의 문경약돌한우타운을 비롯해 문경시 곳곳에 약돌한우와 약돌돼지를 취급하는 전문 식당이 여럿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안심식당으로 지정된 문경약돌한우타운(1588-9075)은 주차가 편리하고 매장이 아주 넓고 쾌적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안성맞춤이다.
  • 광부의 애환 깃든 족살찌개

    문경 토박이에게 족살찌개는 탄광촌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음식이다. 1970~1980년대 문경은 삼척, 태백, 정선 등지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탄광 지대였는데, 당시 이 지역 광부들은 갱도 속 생활을 족살찌개와 함께 극복했기 때문. 족살은 돼지고기의 앞다릿살을 뜻하는 말로 당시 돼지고기가 몸속의 탄가루를 씻어낸다는 소문 때문에 광부들이 거의 매일 즐겨먹는 단골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막장을 오가는 고단한 삶이라는 스토리텔링 덕분일까? 문경 사람들은 여전히 족살찌개를 즐겨 먹는다. 문경새재도립공원에 있는 족살찌개 전문점 황토성에서 족살찌개를 맛볼 수 있다. 황토성(054-571-7777)은 1971년 창업한 이래로 2대에 걸쳐 이어져 내려오는 노포 맛집. 양은 도시락에 담아주는 ‘추억의 광부도시락’ 메뉴도 준비되어 있으니 족살찌개와 함께 맛보자.
  • 빨간 맛! 문경 특산물 총총 넣은 오미자빵

    오미자는 문경이 자랑하는 대표 특산물이다. 바로 이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청, 당절임, 음료, 빵 등이 문경의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미자의 명성이 높아지자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대기업 프렌차이즈 카페와 베이커리도 앞 다투어 문경 오미자를 납품받아 제품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오미자빵은 커피나 차(茶)에 곁들여 먹기 좋은 디저트로 제격이다. 부드러운 반죽에 단팥 고명을 넣은 뒤 오븐에 구워낸 빵 위에 오미자잼을 얹어 만든 오미자빵은 고소하고 달콤한데다 식감도 좋아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문경약돌한우타운 인근에 자리한 문경오미자테마공원에서 오미자청 담그기와 오미보리빵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며, 3층 카페에서 오미자 음료와 디저트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