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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맛과 멋을 소개하는 코너

우리땅 구석구석

소복하게 내려앉은 눈길을 걷다
강원도 평창
이집트 여행
눈 쌓인 월정사의 풍경
이집트 여행
눈 쌓인 월정사의 풍경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전나무 숲에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아 순백의 세상을 만든다. ‘뽀드득뽀드득’ 신발 아래로 눈을 밟으며 나아가는 소리만이 고요한 아침 산사를 깨운다. 눈 사이로 깊게 새겨진 발자국은 지나온 생의 한 겹일 뿐, 그렇게 한 겹 한 겹 끌어안으며 영겁을 살아온 숲에서 겨울을 마주한다.

글·사진 이병권 여행작가

순백의 세상을 걷다
월정사와 전나무 숲길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1km 남짓한 월정사 전나무 숲은 전나무 1,700여 그루가 가득 늘어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 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월정사는 본래 소나무가 울창했다. 전설에 따르면 고려 말 나옹 선사가 부처에게 공양을 올리던 중 소나무에 쌓여 있던 눈이 그릇으로 떨어졌고 그때 어디선가 산신령이 나타나 소나무를 꾸짖고 대신 전나무 아홉 그루를 내려 월정사를 지키게 했다고 전해진다.
전나무 숲길을 한 바퀴 돌아 월정사로 들어가 보면 대웅전 앞뜰에 높이 선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팔각형으로 이루어진 9층 석탑으로 고려 전기 석탑양식이다. 다각형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탑은 작은 층 여러개로 나뉜 모습이 화려하다. 층 폭이 좁은데도 날씬하고 안정된 균형미가 돋보인다. 탑의 가장 윗 부분인 상륜부에 남아 있는 금동 머리 장식이 탑을 더욱 멋스럽게 만든다. 탑 앞에는 공양하는 보살을 조각한 석조보살좌상이 있다. 머리에는 원통 모양의 관을 쓴 채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불교에서 중생들의 병을 치료했다는 약왕보살의 전설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한다.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의 풍경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오대산의 백미
선재길

오대산은 5개의 봉우리에 5개의 암자가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5개 암자가 세워진 배경에는 자장율사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라시대에 활동한 자장율사는 중국 산시성에 있는 오대산에서 불교를 공부했다. 불교에 정진하던 자장율사는 어느 날 꿈속에서 문수보살을 만난다. 문수보살은 자장율사에게 신라에서도 오대산을 찾아 만들라는 가르침을 내린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자장율사는 문수보살을 만날 수 있는 장소라 생각한 자리에 작은 암자를 지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예로부터 많은 스님이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오대산에 있는 월정사와 상원사를 오가며 참선을 했는데, 그 옛길을 따라 만든 트레킹 코스가 바로 선재길이다. 약 9.6km의 선재길은 오대산 계곡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다. 길이 완만해 걷기에 어려움은 없으나, 눈길은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크다. 겨울 산행의 초보라면 선재길을 걷는 대신 차량을 이용해 섶다리만 보고 상원사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의 풍경
오대산 설경
조선 세조가 즐겨 찾은 사찰
상원사

월정사의 말사(末寺)인 상원사에는 조선시대의 세조와 관련한 일화가 많다. 등창이 심했던 세조는 월정사에서 예불을 올리고 상원사로 가던 중 오대천에서 몸을 씻었다. 숲에서 놀던 동자를 불러 등을 씻게 하면서 “임금의 몸을 씻어 주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일렀는데, 동자는 “문수보살을 직접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세조가 놀라 돌아보니 동자는 사라지고 없었고, 등창도 감쪽같이 나아 있었다. 세조가 문수보살을 만난 다음 해에 상원사를 다시 찾았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가 세조의 옷깃을 물고 당기며 불당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세조는 불당 안을 수색하라고 명을 내렸고, 탁자 밑에 숨어 있던 자객을 찾아내 목숨을 건졌다. 세조 이야기를 되새기며 상원사를 둘러보다 시선을 산등성이로 돌리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눈 덮힌 오대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풍광을 마주하게 된다.

겨울의 속삭임을 듣다
대관령 양떼 목장

대관령 양떼 목장에 펼쳐진 초원은 겨울이 오면 온통 눈으로 뒤덮여 설국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산책로를 따라 오두막이 놓여 있는 언덕에 오르니 세상에 남은 색은 오로지 흰색뿐인 것처럼 티끌 하나 없는 새하얀 풍경이 나타난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칠 때는 바람이 귓가에 다가와 겨울의 거룩함을 속삭이는 듯하다. 양떼 목장의 경치가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고결한 느낌마저 들어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목장 넘어로는 대관령을 둘러싼 태백산맥 능선이 파도처럼 물결치며 첩첩산중을 이뤄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깨닫게 한다. 추운 겨울엔 양을 방목하지 않아 축사에 가야 만날 수 있으며, 축사 안에서 먹이주기 체험이 가능하다.

빙판 위에서 즐기는 짜릿함
평창송어축제

송어는 깨끗하게 흐르는 물에서만 사는 어종이다. 평창의 청정한 환경에서 자란 송어는 살이 쫄깃해 탱탱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평창은 국내 최대 송어 양식지인 만큼 매해 열리는 송어 축제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행사가 되었다. 제15회 평창송어축제는 2024년 1월 28일까지 열린다. 축제는 단단하게 얼어붙은 오대천을 무대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빙판에 구멍을 뚫고 낚싯대를 넣어 송어를 잡는 텐트 낚시와 얼음 낚시를 중심으로 눈썰매, 스노우 래프팅, 얼음 카트 등을 즐길 수 있는 놀이시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송어 맨손 잡기 체험장, 최소 송어 한 마리는 꼭 잡을 수 있게 한 어린이 낚시터 등을 조성하고 여행객을 불러 모은다. 직접 잡은 송어는 먹거리 터에서 회와 구이 등으로 요리해 곧바로 맛볼 수 있어 체험의 재미를 더한다.

대관령의 매서운 추위가 선물한
황태

황태는 겨울에 잡은 명태를 널어두고 추위 속에서 눈과 바람으로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해 만든다. 대관령은 바람이 많은 데다 일교차가 커 명태 말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덕장이 발달했다. 매년 12월이 되면 통나무를 이어 덕장을 만든 뒤 1월부터 4월까지 명태를 말린다. 대관령 황태는 부드러워 씹을수록 맛이 고소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두부와 무, 팽이버섯을 잔뜩 넣고 푹 끓여내어 시원한 맛을 내는 황태해장국과 황태를 바싹 구운 후 매콤한 양념을 발라 먹는 황태구이가 대표 음식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의 풍경
황태 덕장